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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 Oct 30. 2020

집에 손님이 오면

예전에는 집에 손님이 올일은 별로 없었어요. 집 주변에 사는 친구들도 없었고, 친정식구들도 멀리 살고 있어서 생일이나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는 저희 집에 초대할 일이 별로 없었죠.

그러다 아이를 낳고 저는 자주 손님들을 집으로 초대하게 되었지요. 말도 많고 시끄럽고 한번 오면 집안에 폭탄을 떨어 뜨려놓고 가지만 너무나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꼬마손님들... 바로 아이 친구들을요...

저희 아이는 아파트 단지내에 있는 어린이집에 다녔어요. 그러다 보니 아이 친구들도 같은 아파트에 대부분 살고 있었고 하원을 하고 더 놀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집으로 초대하는 경우가 종종 생겼어요.

아이의 엄마들도 함께 말이지요...

사실 아이 친구들을 초대한 것이었지만, 제가 더 신이 날 때도 많았어요. 엇비슷한 나이의 또래 엄마들과 오다가다 매일 보고 인사를 하고, 육아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다 보니 어느 새 친구처럼 가족처럼 편하고 따뜻한 사이가 되었거든요.

가까운 거리에 그런 친구들이 산 다는 것은 든든하고 의지가 되었고,  조근조근 수다를 떨때면 육아로 쌓인  스트레스가 한껏 날아가는 기분이 들었고요.


그렇게 손님들이 자주 집에 찾아오다 보니 저는 더 부지런해졌어요.

대부분 미리 약속을 하고 집으로 오는 것이 아니라, 하원후에 아이들이 친구들과 더 놀고 싶다고 할 때 즉흥적으로 오는 경우가 많아서 늘 집을 정리 해 놓으려고 노력했거든요.

거실에 이리저리 흩어져있는 물건들도 항상 제자리에 놓으려고 했고요. 신발장도 꼭 필요한 신발만 꺼내놓고 깨끗하게 정리해 놓으려고 노력했어요.

특히나 화장실은 신경을 많이 써요. 집안에 들어오자마자 아이들 손을 씻기느라 꼭 한번씩 들르는 곳이 화장실이니까요. 혹시나 물때가 끼지 않도록 틈틈히 세면대와 젠다이를 닦아주고, 바닥에 머리카락들도 보이는데로 주워버리곤 해요.

세련되거나 고급스러운 느낌의 욕실은 아니지만 소소한 소품들로 기분 좋은 느낌을 줄 수 있도록 꾸미려고 하고 있어요. 부드러운 와플면 재질의 핸드타월을 바구니에 따로 담아두고, 기분 좋은 향의 핸드솝과 핸드로션도 트레이에 담아 놓고요. 또 릴렉스 되는 아로마향 향초를 서랍장 맨 밑에 두어서 욕실에 은은하게 향이 퍼질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고급 호텔 느낌은 아니지만 한적한 시골마을의 정갈한 숙소에서 느낄 수 있는 감성을 손님들이 느낄 수 있도록 말이지요.

처음에는 손님들이 오면 지저분한 집이 창피할까봐 했던 일들이었는데, 어느새 저에게 습관이 되어 버리기도 했어요. 덕분에 이제는 그때끄때 조금씩만 정리를 해도 단정한 모습을 유지할 수 있고, 그게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테이블웨어에도 작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어요. 머그컵과 유리컵만 가득한 찬장에 세트로 된 예쁜 커피잔을 새로 사서 넣어 놓기도 했어요.

심플하지만 우아함이 느껴지는 찻잔과 컵받침, 거기에  코끝이 아련하게 기분좋은 허브향이 느껴지는 차를 내놓을 때면, 손님들도 저도, 더할나위 없이 기분 좋은 오후를 보낼 수 있었거든요.


그러는 동안 아이들은 한껏 신이나 자기들끼리 이런저런  놀이를 했어요. 집안 구석구석을 모두 활용해 그 쪼그맣고 작은 몸을 이리저리 숨기며 숨박꼭질도 하고, 옹기종기 한데 모여서 새로운 장난감 하나를 가지고 어떻게 하는 놀이인가 연구를 하기도 하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서로 간식을 먹여주기도 하면서요.

방마다 발코니가 있는 저희 집은 아이방과, 거실, 안방이 모두 발코니로 연결 되어 있어서 아이방 발코니에 있는 문을 열면 거실 발코니로 갈 수 있고, 거실 발코니를 지나 문을 열면 안방 발코니까지 있는데. 그게 그렇게도 재미있는지, 문을 열때마다 마치 새로운 공간으로 나갔다 들어왔다 하는 듯한 놀이를 반복하면서 아이들은 서로 술래잡기를 하며 한참을 놀기도 했어요.


아이들이 그렇게 신나게 노는 동안, 엄마들은 거실에 모여 차를 마시면서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었어요.

사실 거실에 소파를 두개를 놓은 건 자주 오는 손님들 때문이기도 했어요.  예전에는 소파 하나에 테이블도 마땅히 없어 아이용 작은 테이블을 놓고 있어서 손님들이 올때면 한데 모일 수 있는 공간의 느낌이 부족해서 늘 아쉬웠거든요.

식탁은 이미 여러명이 한데 둘러 앉을 수 있는 기능은 상실한체 항상 제 컴퓨터가 점령하고 있어서 대화를 나누기에는 어딘가 불편했죠.

그래서 여러명이 한데 모여 자연스럽게 "모임"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을 생각하다 소파를 "ㄱ"  모양으로 2개를 놓기로 결심한거에요. 마치 브런치 카페 처럼요.

소파 가운에 원형 테이블까지 놓으니 손님들이 오면 자연스럽게 거실로 모이게 되었고, 가볍게 차한잔 하기에도 딱 좋은 분위기가 되었죠.


저는 그 시간이 참 좋았어요.

평소에는 하원 후에 저와 딸 아이 둘이서 고요하게, 조금은 적막하게 지내기도 했는데, 아이들이 깔깔거리며 해맑게 웃는 소리들로 가득찬 그 시간은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그렇게 한참을 놀다가 해가 뉘엇뉘엇 넘어가는 시간이 되면 가끔씩은 따뜻한 밥을 얼른 짓고, 있는 반찬들을 꺼내어 소소한 밥상을 차려주기도 했지요.

손님들이 돌아간 후에는 난장판이 되어 있는 아이방과 집안 곳곳을 치우느라 몸이 힘들기도 했지만, 그 날 밤에는 훨씬 넉넉해진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 하곤 했어요.


집이란 그런 곳 인것 같아요.

내가, 우리가족이, 그리고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즐거워하며 "오늘" 이라는 추억을 또 하나 쌓아 가는 공간...

그런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든든하게 우리를 감싸주는 소중한 공간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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