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다닌 회사를 무작정 퇴사한 이유

월급도, 스톡옵션도 모두 포기했다.

by 또 다시 취준생

스타트업이 투자받기 수월했던 '호시절'이 있었다.


가능성만 보여줘도 투자가 들어오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성과를 증명해야 겨우 투자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렇다 보니 회사는 비젼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에만 몰두하기 시작했다.

고객이 우리 서비스를 고용할 수 밖에 없는 서비스의 명분을 만들기 보다, 당장 눈앞의 매출에만 집중했다.


결국 '어떤 카테고리, 어떤 고객군에게 비용을 태워 더 싸게 팔 것인가'를 고민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비젼도, 목표도, 단·중장기 로드맵도 없었다.

리더들 사이에서 "우리는 이번 달만 사는거야!"하는 말이 난무했다.


입사 당시엔 분명 비젼이 있었다.

허황되었는지는 몰라도 주니어의 눈에는 그럴 듯했고, 함께하고 싶었다.


그러나 6년이 지난 지금, 회사는 멀리 보지 못했고 매일 코앞만 쳐다보며 앞구르기만 반복했다.

나아갈 방향이 없다 보니, 모든 조직원들이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앞구르기를 하고 있었다.

당연히 경영진과 리더들의 피드백도 일관적이지 못했다.


답답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니 모두가 지쳤고, 나도 지쳐갔다.


성장은 커녕, 매일 나를 갉아먹고 있다는 생각만 들었다.

월급과 스톡옵션에서 더 이상 의미부여가 안됐다.

그래서 결국 퇴사했다.


마지막 출근한지도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카페에 앉아 머리에 스치는 생각들을 놓아두다 보니, 나에게서 딱 회사의 모습이 보였다.


내게도 비젼, 목표, 로드맵이 없었다.

회사에 불만을 토로하던 내가, 사실은 똑같은 상태였다.

그렇다고 해서 이제는 더 이상 '그만둘 것'조차 없었다. 그만둘게 없으니까.


그래도 긍정적인 건, '답이 내게 있다'는 점이다.


매일 24시간이 새로 주어진다.

그리고 그 시간을 온전히 다 쓸 수 있도록 내게 모든 옷을 다 벗겨 주었으니, 이제 차근차근 세워 나가 보려한다.



2025.09.28

비가 추적추적 내려 센치해진 백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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