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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날개 Aug 26. 2020

[산티아고 순례길] 산티아고? 칠레 수도? 응, 아니야

 <프랑스 길  따라 산티아고 순례 시작!>

"산티아고 간다. 일단 비행기표부터 끊으려고!"
 
"뭐? 프랑스로? 왜? 산티아고는 칠레 수도잖아."
 
"뭐? 그럼 어디로 가?"
 
"뭐? 그러니까, 산티아고 가는데, 왜 프랑스로 가냐고!"

"뭐? 그러니까, 산티아고를 어떻게 가냐고!"


5년 전이었다. 

어디로든 가고 싶었다. 

인도 여행 때처럼 표부터 끊을까 싶었다. 

아는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2주 안에 산티아고로 갈 건데, 

비행기표가 비싸서 고민이라고 했다. 

그녀가 내게 물었다. 

프랑스로 들어갈 거냐고! 

나는 말했다. 

칠레로 가야지!

아니란다. 

그 산티아고가 그 산티아고가 아니란다.

산티아고는 스페인을 관통하는 길이란다.

야고보 성인이 걸은 순례길이란다.

 이런 무식함으로 접근하자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당장 떠날 곳은 아니라는 생각에 과감히 접었다.


그사이 떠난 인도 히말라야 여행
그 사이 떠난 중국 차마고도 여행




세월이 흘렀다. 산티아고가 다시  떠올랐다.

유럽으로 들어가니까, 비싸겠지?

좀 더 미루고 다른 곳을 알아볼까?

여전히 산티아고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그러다가 언제부턴가 순례길 정보가 들어온다.

카페와 블로그들이 많아졌다.

비용이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다.

장기 여행으로 가는 다른 여행지보다 저렴했다.


성수기는 상반기 봄철과 하반기 가을철!

추석을 보낸 뒤 한 달 안에 가야 한다.

정보도 없이 준비해 갈 수 있나?

다음에나 갈까? 10월 초에 가면 늦는데?

정보들이 알려준다. 그때도 가능하다고!


인도 여행 때 알았다.

준비 기간이 길다고 여행이 완벽해지는 것도 아니다.

일단 비행기표부터 끊었다.

어디로 들어가서 어디로 나와야지?

어디에서 표를 끊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결국 해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귀차니즘 수위와 비례한다.

돈을 더 주고라도 대행하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신경 쓰면 할 수 있는 일을 왜 돈 들여 하나 했던 일,

이젠 이해가 갔다. 나이 먹을수록 왜 돈이 더 필요한지!


아직 어르신 나이는 아니지만

이제 젊지 않은 나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의욕 넘치던 젊은 시절과 달리, 의지만 남았다.

의지가 있어도 몸뚱이가 따라주지 않는다. 

그저 버티기!

더 있으면 그나마 그런 의지조차 사라지겠지!

귀찮고 힘들어서 주저하고 싶은 지금과 달리,

이제 시도조차 못할 물리적 한계를 맛볼 테다.

그때가 오기 전에 해낼 수 있는 일은 해내야지!

안경을 바꿔가며 어렵사리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기차표도 끊었다.


아직 가보지 못한 길, 낯설고 두렵다는 신호,

이것은 설렘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




죽을 때까지 세상 땅을 다 밟을 수 없는 인간!

연 따라 사람 만나듯, 여행지도 그렇다.

나에게는 인도가 그랬고, 차마고도가 그랬다.

산티아고 순례길도 그럴 것이라는 확신!

더 나중에 러시아 횡단 열차로 유럽을 가야지!

그 길은 서두르지 않으리라.

서울역에서 열차 타고 유럽 가는 루트를 고대하며!


아직도 여행을 통해 나는 여전히 꿈을 꾸고 있다.


우주는 못 가더라도

이 세상만큼은 실컷 구경하고 떠나리라.

그땐 정말 세상이 아름다웠노라고 말할 수 있겠지?


산티아고 순례길, 2019년 10월에서 11월까지 걸었던 그 길의 기록을 시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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