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고 바라는 행복은
그저 꽃매트 깔고 그 위에 갓 내린 커피 한잔과 과일을 놓고 천천히 먹는 것
가족들이 모두 아침에 외출하고, 집에는 아무도 없이 오롯이 나 혼자의 공기를 느끼면서..
나는 바로 이걸 하고 싶던 거였다.
그 당시에는 인생의 모든 때가 힘들다고 느낀 게 사실이긴 하지만,
그래도 돌아보자면 내 인생의 황금기는 대학시절.
왜 가야되는지도 모르고 앞만 보며 자신을 채찍질해가며 끌고 갔던, 한마디로 끔찍했던
[[[중고교 학창시절을 무사히 지나,
가장 보람있었던 대학 시절
-> 사회 초년생 직장적응시절
-> 결혼 신혼 시절
-> 육아휴직내고 신생아에서 영아까지 육아하던 시절
-> 아이 돌부터 현재까지 지속중인 워킹맘 시절 ]]]
단계까지 지나왔다.
주욱 적고 보니 나 참 많은 관문을 통과하면서 오늘 여기까지 온거네.
크게 지치지 않고 버텨준 내 몸과 정신에 감사하게 된다.
대학생 시절, 혼자 도서관 혹은 기숙사 책상에서 노트북을 켜고,
과제 또는 할일들 속으로 빠져들어 몇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르게 집중하고 나서, 배도 고파지고 일을 다 마치고나서 느꼈던 행복감..
나 자신의 발전을 위해서만 내 시간을 온전히 모두 쓰고 있다는 생각에
그때는 몸은 힘들어도 정신적으로는 힘든 줄 몰랐고
오히려 나를 위해 매순간 노력만 할수 있다는 현실에 기쁘고 감사한 시간이기도 했다.
(가정형편 등이 따라주지 않았다면 그런 시간은 허락될 수 없었겠다 싶다. 부모님께 천번이고 감사해야 할 이유)
그 끝에 나는 감사하게도 취업을 한번에 했고,
바로 스물 다섯살 봄부터 직장인이 되어 현재까지 같은곳에서 10년째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그 사이 나는 결혼도 하게 되었고 , 아이도 태어났다.
그래도, 직장생활만을 할때까지만 해도 나는 있었다.
회사에 있는 하루 8시간은 비록 남을 위해 쓰여졌다고 해도
퇴근 이후나 주말은 워라밸이 확실히 보장되는 회사였으므로
퇴근 이후에는 전처럼 여전히 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었고,
주말에 실컷 쉬거나, 하고싶은 활동을 하며 보내면 금방 곧 채워졌다.
비교적 다시 쉽게 힘을 낼 수 있었다.
신혼 시절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동반자인 남편과 퇴근후 회포를 풀며 함께 취미생활을 함께하는 시간은
분명 즐거웠고 행복이 이런거지 싶기도 했다.
(누구에게나 어느시점에나 회사에 대한 불만족은 항상 있으니 그부분은 별개로 하고)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고
내 마음대로 세상이 단 한가지도 되지 않는 걸 처음 경험했다.
출산하면서 겪었던 우여곡절도 힘들었는데 오히려 그건 잠깐의 에피소드였다.
조리원을 퇴소하며 집에 오던 날부터 아이는 시시 각각 계-속 울어대고(울음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는 신생아임을 알면서도,,,힘든건 어쩔수가)
남편은 그 즈음 새로 이직한 회사에 적응하느라 , 새벽 5-6시쯤 일찍 출근해 늦은 밤 9시-10시가 다 되어야 퇴근했다. 통근거리도 왕복3시간이라 남편은 육아에 적극 뛰어들 상황이 못 됐다.
그렇게 잠이 많던 나는 혼자 100일의 기적이란게 올때까지 밤중수유를 하며 좀비처럼 변해갔고,
이젠 하다하다 알람소리도 없이 혼자서 새벽부터 깨어 아이 분유를 따뜻하게 타놓고 준비해서
아이가 울며 깨어나길 기다릴 지경까지에 이르렀다.
아이울음소리에 노이로제가 걸렸었다고 표현이 될 것 같다.. (다 컸다고 생각하는 지금도 아이가 울면 순간 멍 해지는게 , 성향인가 싶다)
주위분들은 6개월까지만, 아니 돌까지만 고생하면 그래도 훨씬 나아진다 , 했지만
우리 애는 세돌까지 밤중에 꼭 한두번을 깨어 울었다.
다른집 아이들은 돌이 지나자 밤에 거의 울지 않는다던데?
우리 애기는 돌도 훨씬 지나고 18개월이 지났어도 계속 밤에 깨서 울었고..
이앓이인가? 온도가 더운가?(더위에 매우 민감한 아기였기에) 어디가 아픈가? ... 걱정의 연속
나는 아이 12개월부터 복직을 했기에 더이상 통잠을 못자는 상태를 나도 견딜수 없었고
아이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건가 걱정도 되어 소아과에 작정하고 상담을 갔더니 ,
야경증이라고 하셨다 . 어쩔 수 없다고. 그저 커가며 없어질테니 기다려야 한다고 .
만 세돌이 되면 서서히 좋아진다고.
우리 아이는 기질적으로 예민하고, 머릿 속 발전속도가 매우 빠르고 엄청나서,
낮에 받아들인 새로운 자극들을 밤새 머릿속으로 되새기며 , 그중 놀랐던 일이나 무서웠던 일, 새로웠던 일 등등
그 새로운 자극들을 자기 나름대로 정리하고 꼭꼭 흡수하고 받아들이느라, 뇌의 신경세포들이 연결되느라,,
밤에 그렇게 우는거라고. 엄마가 좋게 생각해야한다고. 아이가 머리가 똑똑하다는 증거라고.
그당시 내가 너무 믿고 존경하던 여자 소아과 의사선생님은 나에게 그렇게 말씀을 해주셨다.
아이가 똑똑하다는 건 당연히 감사한 일이었지만
잠을 못 자는 건 ,,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
세 돌이 지나고 , 39개월정도 된 지금.
이제 확실히 밤 중에 한번도 안 울고 자는 날이 많아졌다.
온도가 좀 더운 날에는 이이잉- 정도 소리내고 뒤척이기는 하지만, 그정도는 아주 약과다.
아아앙~~~ 하고 울음이 길지 않기에 나도 금방 다시 잠들 수 있다.
세 돌의 기적까지 도달하기까지 나는 많이 지쳤고 , 항상 피곤하고 , 몸 여기저기가 아프곤 한다.
아무리 워라밸 좋고 비교적 편한 직장이라지만 직장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는 건 분명히 너무 지치고 어려운 일이다.
우리 친정엄마가 저녁마다 요즘 아이를 봐주시고, 반찬도 두세가지씩 만들어 주시는데,
그 도움이 없다면 나는 진즉에 다시 우울증에 빠졌을 거다.
오늘 나는 아무 계획도 없이 휴가를 냈다.
공짜휴가도 이제 없는데, 앞으로는 연차휴가를 써야하지만 하나도 아깝지 않다.
이렇게라도 내가 자발적으로 STOP 하지 않으면, 아무도 내 인생을 스탑 해주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모든걸 스탑 하고 멍- 하는 시간이 나한테 절대적으로 꼭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이렇게 해야 번아웃이 오지 않고 , 책임감과 의무감으로 점철된 요즘의 나의 삶을 유지해낼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이렇게 해야 직장을 그만두고 싶은 충동을 잠재울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직장에서 너무 타인의 눈치보지 않고 내 맘대로 내 휴가 정도는 쓸수 있는 위치에 도달하기도 했고,
그만큼 이 회사에서 나름 열심히 기여했기에
아무도 나에게 팔자좋게 연차휴가까지 써가며 쉬냐는 투로 비난하지 않을 거라는걸 깨달았다.
이렇게라도 직장을 계속 다니고, 아이를 키우는 현재의 투 톱 체제를 유지해 내는 것이
장기적으로 내 삶에도 이로운 일이고, 우리 아이에게도 일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삶의 귀감이 되고 아이의 동기부여도 일으킬수 있겠구나 싶다. 여기에 경제적으로 아이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건 보너스일듯..
아이는 요즘 생각을 조금씩 정교화시켜가는 듯 하다
어느날은 나중에 발레를 배우고 싶다는 표현을 했었다.
하고싶은 일이 점점 많아지고 뚜렷해질텐데,
내가 경제력이 없어서 그 일을 못 시켜주면 가슴이 너무 아플것 같다.
아이를 윤택하게 키워주고 싶은 , 욕심이라면 욕심.
그래서 둘째아이는 생각도 하기 싫은 것도 있다. 남편과 내 경제력하에서 우리 아기를 100% 지원해주고 싶은데,
사랑하는 아이가 한명 더 늘어나면 그 경제력은 둘이 50 : 50으로 나누어 가져야 하니. 그것도 안타까울것 같고.
무엇보다 둘째에 대한 문제는 , 내가 양육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커서임은 10000%확실하다.
다시 그 불구덩이같은 고난 속으로, 내 발로 뛰어들어갈 자신은,
나는 없다.
평일 휴가의 달콤함.
그래서 어젯저녁 도서관에서 읽고 싶은 책들을 잔뜩 빌려다가 쌓아놓고 지금 주방 테이블에서 노트북으로 이 글을 적어내려가고 있다.
내 옆에는 갓 내린 커피와 블루베리와 사과가 있다.
책을 마음껏 읽고 새로운 생각들을 정리하여 기록해 놓을 것이다.
난 그저 나 혼자 이렇게 차분히 있는 시간이 너무 좋고 소중하고 눈물겹게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