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얼마나 관대하지 못한 지.
이 공허함 이면은, 어디에서부터 기인된 것일까?
얼마 전 읽은 책에선 ‘외로움으로 인해 느끼는 고통’ 또한 유전이라는 내용을 보았다.
세상에, 외롭다 느끼는 그 고통마저 타고나다니.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불공평한 세상이다. 근데 뭐, 어차피 불공평한 세상인걸 알면서도 새삼스럽게 또 드는 생각.
눈을 뜨고, 아침을 맞는 하루가, 해가 다 지고 나서 밤을 맞는 하루의 끝을 매일매일 반복한다. 매일 똑같지만, 똑같지 않은 하루를 보낸다. 하루는 마치 작은 게임 속 스테이지를 밟고 있는 것도 같다. 그 속에선 수많은 대화, 언어, 시선, 생각, 감정, 느낌. 무한가지의 움직임이 있다. 생동하지만 매일이 생경한 움직임.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고, 알 것 같지만 모를 때가 많다. 지나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것도 많고.
거창한 말로 하루를 이야기했다. 내가 말하고 싶었던 건, ‘오늘의 내가 얼마나 고단하고 힘든 하루를 보냈느냐’였다.
오늘은 참 고되고 힘든 하루였다. 남들 눈에는 아무렇지 않게 하루를 보내고, 주어진 일에 열심을 다하고, 맡은 일에는 책임감을 가지고 하는 듯보였겠지만.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서조차 마음 편히 쉴 수 없는 그 무언가의 불편함. 이후 내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 속, 어딘지 모르게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
쉽사리 잠이 들지 못한 채 글을 쓰면서 또 다른 하루를 맞이하는 지금까지도 말이다.
그냥 일상을 잘 보내면서도, 반복되는 이 삶을 언제까지 또 반복해야 하나,라는 지겨움이랄까. 일상을 잘 보낸다고 하지만, 그 일상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보이지 않는 수고로움을 반복해야 하는지도.
잘 살고 있는 걸까?
앞으론 어떻게 살아가야 하지?
내가 지금 드는 고민은,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기 위한 질문들일까? 아니면 현실에 감사할 줄 모르는 이기심일까.
요새 하는 일이 그래서 그런가, 세상 사는 사람들의 불안, 우울, 외로움, 좌절감. 이런 것들에 마음이 쓰인다.
사실은 내가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끊임없이 주어지는 삶의 과업 속에서, 불안감은 늘어간다. 가지지 못한 것들은 가질 수 없는 것이기에 포기하며 산다. 포기하는 마음은 생각보다 좌절스럽고, 애통하기까지 하다.
또다시 거창해졌지만, 그냥 나는 힘들지만 힘든 척하지 못하고 그럴 수도 없던 오늘 하루를 말하고 싶었다.
나이가 들수록 삶의 고단함에 무뎌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감정마저 없어지는 건 아니다. 고된 하루 속에 보낸 여러 잔상들은 어제의 나를 반성하게도 하고, 오늘의 나를 한탄스럽게도 하며, 미래의 나를 채찍질하게도 한다. 그냥 내려놓으면 될 것을.
잘한 건 야박하고, 못한 건 부끄럽다. 아마도 잘하고 싶고, 더 잘살아내고 싶은 욕심 탓일 테다. 부끄러움을 참아내는 것이 삶을 잘 사는 덕목이라 건만. 매번 부끄럽고 아쉬우면 어찌하나.
생각해 보면, 나만큼 나에게 불만을 표현하는 존재도 없다. 현실의 일상 속 복잡함도 결국엔 큰일 없이 보내는 안온한 하루의 이면일 텐데.
아, 그 마저도 잘살아내고 싶은 마음이라고 위로할 순 있겠으나, 그냥 지금은 힘든 마음이 든다. 근데 딱히 엄청 힘든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삶의 감사함을 생각하면, 이만하면 감사하겠다 싶은데, 감사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랄까. 그냥 현재의 마음이 더 힘든 탓일까. 가진 것에 불만족이 더 크기 때문일까. 애매한 감정과 상황이 더 답답하다.
그 마음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은 아마도 표현할 정도의 잡힐만한 힘듦이 아니어서일까.
탁 내려놓고 생각을 비우고, 현실의 내맡김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사실을 머리는 알지만, 실전에는 아직 약하다.
어차피 죽을 때까지 가야 할 수련의 길이라지만.
꽤나 많은 말들을 적었지만, 결론은 하나다. ‘오늘 하루 힘들었네. 힘든 척도 못하고. 적당히 힘들어하자. 오늘 버틴 것도 대단하니까.’
다정한 말들을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었는데, 그 마저도 제대로 나오지 않아서 결국 보태고 보탠 말들뿐이다.
너무 먼 미래를 그려서 그런 걸 수도 있다. 사실 살면서 내가 예측한 대로 된 적이 별로 없다. 내 선택이든, 내 선택이 아니든 벌어져야 할 일들은 예기치 못하게 닥치기도 하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마냥 비관적일 수도, 낙관적일 수도 없는 내일 이건만. 어쩐지 내가 생각한 내일은 불안이 큰 가보다.
오늘을 고되게 보내는 이유가 불안한 내일을 채우기 위함이라면, 미래의 나는 고단하지 않을 수 있을까?
힘들어도 오늘을 잘 이겨내고, 덜 힘들도록 오늘이라는 순간에 더 집중해야 하는데, 말처럼 쉽진 않다.
그러니까 힘든 마음을 글로라도 적어 내려 가 보는 것이다. 고민해서 답이 나오는 순간이 있고, 그렇지 않을 때가 있는데, 지금은 답을 찾기보다 무언가를 포기하거나, 무언가를 스스로 놓아야만 괜찮아질 것도 같다.
이렇게 답답할 땐, 집을 떠난 소라게를 생각한다.
소라게는 자기 집이 커져서 성장할 때가 되면 스트레스를 받고 새집을 찾아 떠난다고 했다. 지금은 내가 소라게로서 성장을 해서 지금 집이 답답한 것일까?라는 나름의 우스갯소리 같은 생각도 해본다.
근데, 이럴 땐 깊게 생각하기보다 지나가듯이 마치 남일 보듯이 생각하다 말아버려야 한다. 살다 보면, 살아가다 보면 그게 그렇구나 깨달아지는 순간이 있을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당장은 명쾌하지 않다. 명쾌함이 들 땐, 아마도 그 힘듦이 지나가있을 테다.
인생의 다음 스텝으로 가기 위한 질문이었으면 좋겠는데.
애석하게도 나이가 들수록 감정은 표현하지 말라하고, 어른스럽게 이성적으로 해결하란 말만 하니.
감정적 어려움을 성토하는 건 이 글을 쓰는 방법뿐이다.
그 마저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면, 나도, 이 글을 읽은 당신에게도 다정한 말을 해주고 싶다.
하나부터 열까지 잘 해내기만 해야 하고, 작은 실수 하나 용납되지 않으며,
처음해도 백번 한 것처럼 잘 해내야 하고,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은 있어서는 안 되며,
구조적으로 힘든 일마저도 개인의 잘못처럼 여기도록 가스라이팅을 당해서 버텨내야 하고, 내 잘못이 아니어도 내 책임은 있는,
어른이라는 이유로 감정적인 표출보다 이성적 해결책만 간구해야하는,
태어나고자 원치 않았음에도 낳음 당한, 남들은 이 정도면 감사해하며 살라지만 도대체 나는 왜 이렇게 힘든 건가 자꾸 자문하게 되는,
이 빡센 곳에서,
오늘 하루도 너무 고생 많았습니다. 남은 밤은 부디 평안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