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결산과 인사를 대신하여
“이름은 의미에 의해 규정되지 않고 의미 역시 이름에 의해 규정되지 않는데, 어떻게 의미가 이름에 부착되는 것일까? 경험이라는 관념에 의지하지 않고서도 이름과 의미의 연쇄를 이해하는 일이 가능할까?”(69절) “경험이라는 관념은, 도래하는 사물들(사건)의 속성을 취합함으로써 실재를 구성하는 나라는 관념을 전제한다. 이러한 나와 관련하여 사건들은 현상들이 된다.(71절)"
“누구든지 (다른 이의) 트라우마는 믿을 수 있을 뿐이며, 심지어는 그것과 동일시만 할 수 있거나,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이다. 그렇다면 트라우마 담론에서, 주체는 소개되는 즉시 고양된다.”
“질서와 절대적으로 단절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위험에 처해있음을 드러내어, 이 지점을 와해만이 아니라 또한 돌파구로서 이 위기가 공개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으로 등재하는 것”
"내가 자신을 아웃사이더라고 부를 때, 그것은 슬프거나 박탈당한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제국주의가 나누어놓은 두 세계에 다 속해 있다는 것은 그만큼 그 두 세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는 얼마 전 진행된 독회를 위해 쓴 발제문이다. 지금 나는 2020년 이래 발표한 글과 강연문, 그리고 앞으로 발표할 몇몇 글을 엮은 비평집을 준비하고 있으며, ―출판사는 여러분도 이미 짐작하고 계실 것 같다― 본 발제문은 그 (여기 없는) 비평집의 목표와 그 준비 속에서의 고민을 드러내고자 한 글이다. 책에 실릴 글들은 대부분 발표 당시 판본에서 손을 많이 댔고 앞으로도 더 많이 손을 댈 예정인데, 그럼에도 출판이라는 명목 하에 브런치에 공개했던 글 중 책에 실릴 것들을 비공개 처리했다. 여러분께서 이해해주시리라 믿는다.
물론 나 역시 안다, 너무 이른 시기에 부족한 상태의 내가 책을 내게됐다는 걸. (가령 독회에서 많이 받은 피드백은 '지나치게 고맥락'이라는 것이었다...) 굉장히 긴장되고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며, 책이 나온 후 받을 (무관심을 포함한) 반응들이 미리 떠올라 밤잠을 이루기 힘들 때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내게 주어진 유일한 기회도 아니(리라고 믿)고, 책을 내겠다고 이미 말해버렸으니 그저 '나'를 타고 흐르는 부정적 정동들을 긍정하며 최선을 다할 뿐이다. 내년에 괜찮은 책으로 여러분과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지금까지 윤아랑의 글들을 읽어주신 여러분께 더할나위 없이 감사하다. 당장 여러분이 볼 수 없는 새 판본의 글들을 상상하며 내년을 기대해주시길, 또 책이 나오면 많이들 사서 읽어주시길 바란다. 공립도서관에도 신청하고, 학교도서관에도 신청하고, 친구들에게 선물로 건네주시라. 그래도 후원은 농협 312 0112 5978 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