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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깔깔마녀 Aug 14. 2021

어쩌다 보니 매니저

자기 책을 만드는 어린이와 함께 하는일 1

쫄쫄맨의 우주 모험, 감옥 탈출, 꼬밤이, 당근 문방구, 초코 파크, 색의 소녀, 매미의 한살이, 토리와 토미의 맛있는 케이크, 싸리 라이프, 투게더, 평범냥과 아이들, 특이한 여자의 비밀, 나는 누구인가.


작가 스마일, 작가 머리카락, 작가 시윤, 작가 1/3, 작가 호림, 작가 김지연, 작가 연준, 작가 당근, 그룹 작가 옥수수, 작가 루비, 작가 불리불라, 작가 멍충, 작가 엘프, 작가 라해.


열네 권의 책 제목과 열네 작가의 이름이다. 2020년 초여름부터 겨울까지, 나는 '자기 책'을 만드는 어린이들과 함께 했다. 교사, 혹은 그냥 별명으로 불리던 나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과정을 <어린이 독립작가 되기>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였다. 아이들은 독립, 어린이라는 말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책을 만들면 돈을 벌 수 있다고? 아이들은 이만 원에서 사만 원까지 작가 인세를 받았다. 책 값의 10%를 아이들에게 주었다. 아이들 곁에는 책을 기꺼이 구입해준 어른들이 있었다.


작가가 되는 거지? 유명해지는 거지? 유명해졌을까. 우리 동네에서는 꽤 유명했다. 책 만들기 과정을 후원했던 기관에서 아이들을 인터뷰했고, 블로그에 아이들의 모습이 담기기도 했다.


서점에 가면 내 책이 있는 거야? 모든 서점에, 인터넷 서점에 아이들의 책이 전시될 수는 없었다. 역시 관계와 곁의 힘을 빌렸다. 동네 책방에서 아이들 책을 전시해주었고, 작지만, 간간히, 아이들 책이 팔렸다는 소식을 받았다. 


출발 퍼포먼스, 작가 노트와 각종 미술 재료 구입하기, 어떤 이야기를 만들고 싶냐고 묻기, 우는 아이 달래기, 하기 싫다고 그만두겠다고 짜증 내는 아이 협박하기, 피자 사주기, 원고 마감 남은 일수 벽에다 붙이기, 이런 재료는 어떠냐고 꼬시기, 그림을 촬영하느라 고생하는 편집 디자이너에게 미안해 하기, 책이 나온 후 속상해하는 아이와 심각하게 이야기하기, 이런 내용은 어떠냐고 살살 이야기하기, 출판 단가를 맞추느라 여기저기 전화하기, 책 사달라고 읍소하기, 인터뷰를 하겠다고 하더니 카메라 앞에서 말문이 막히는 아이 옆에 그냥 있어주기, 무슨 내용인지 알 길 없지만 일단 알겠다고 고개 끄덕여주기, 자기 그림 앞에서 열등감을 호소하는 아이게게 잘하고 못하고는 없다고 말해주기. 


언급하기 민망한 일도 꽤 있었다. 민망한 일은 민망하기에 적지 않겠다. 당연히 뿌듯하고 감동이고 환호성을 지를 만한 일도 있었다. 자부심과 자랑은 천천히 말하겠다. "우리 아이들이 대단해요"로 좋아하기에는 아깝다. 아이들과 아이들의 책이 가진 깊고 넓고 무엇보다 어떤 특별함을 전하고 싶다. 


2021년 봄, 그리고 앞으로 다가울 겨울까지. 나는 자기 책을 만드는 어린이들과 또다시 함께 한다. <와이 낫, 어린이는 왜 작가가 될 수 없나요?>라는 거창한 이름을 새로 지었고, 이번에는 스물 세명의 어린이와 함께 한다. 역시 해야 할 일과 하고 있는 일은 넘쳐난다. 

달라진 것도 있고, 달라지지 않은 것도 있다. 스스로 의미를 두고 있는 가장 큰 변화는 내 일의 명칭이다. 


매니저


나는 어린이 작가의 매니저다. 매니저가 어떤 사람이냐고 아이들이 물어봤을 때, 구구절절 꽤 긴 대답을 했다. 듣고 있던 아이들이 말했다. 똑같네요, 그냥 옆에서 잔소리하는 거 아니에요 등등. 그런 걸까, 교사와 매니저가 똑같은 걸까. 잠시 말문이 막혔다가 말했다. 


아냐, 달라. 두고 봐. 매니저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게 될 거야.


어쩌다 보니 매니저.  

어린이 작가들의 매니저가 되는 일.

진짜 매니저가 되고 싶은데, 이게 맞나 고민하는 일.


2021년 어쩌다 매니저. 


#어린이작가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와이낫어린이는왜작가가될수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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