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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깔깔마녀 Dec 11. 2021

따끈 책이 나오기까지 오십일

어린이 작가와 어른 매니저의 후반 작업 4

"언제 책이 나와요?"

"책이 나오는 거 맞지요?"

이런 질문도 시간이 지나면 잊힌다. 어린이 작가들은 오십일 전 '남은 날 0'을 잃어버린다. 어린이 작가가 아닌 원래의 어린이로 돌아간다. 어른은 그럴 수 없다. 일, 일, 일, 남은 일.


1. 원작 수정과 스캔 작업

시간이 가장 많이 걸린다. 작가 한 명 한 명 따로, 이 원화를 확인해야 한다. 지워야 할 건 지워야 하고, 다시 그려야 할 건 다시 그려야 하고, 뺄 건 빼야 한다. 작가가 직접 쓴 글 문장을 작가의 글씨 그대로 살려야 할지, 타자를 쳐야 할지도 결정해야 한다. 다소 이해할 수 없는 문장에 살을 붙이고, 조사와 명사와 동사를 바꾸는 일을 해야 한다. 

그리고 스캔 작업이다. 힘들고 고된 노동이다. 이년 째 책을 만들면서, 결심한다. 내년에는 기필코 좋은 품질의 스캔기를 장만하고 말겠다고


2. 편집 디자인 작업

어린이 작가의 책을 편집하고 디자인하는 어른에게는 중요한 덕목이 있다. 어린이 작가의 작업을 궁금해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어린이의 작업 세계는 어른의 것과 다르다. 돌멩이에 걸려 넘어진 공룡이 있다. 작가는 돌멩이를 그렸는데, 이 검정 낙서 같은 동그라미가  돌멩이인지, 잘 못 그려진 그림인지 '작품'만 보고 확인할 수 없다.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된다. 물어봐야 하고 확인해봐야 한다. 궁금해하고 이해하는 노력은 인내심을 동반한다. 

디자인 과정에서 수정 작업도 만만치 않다. 흐린 선을 다시 따야 하고, 색을 보정해야 한다. 어떤 글자체를 사용할지, 페이지 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책을 만드는 일반적인 과정도 포함됨은 물론이다. 


3. 퇴고, 수정, 퇴고, 수정

디자인 시안이 나오고 어른 매니저는 각자 퇴고를 한다. 어린이 작가에게도 작품을 보여준다. 퇴고, 수정, 퇴고, 수정. 이렇게 과정을 거치고도 출판된 책에서는 오타와 오류가 발견된다. 


4. 인쇄 맡기기

종이 질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항상 고민이다. 예산은 넉넉지 않고, 책은 23권이고, 평균 40페이지, 80페이지도 넘는 책을 컬러러 인쇄해야 한다. 인쇄소도 난감해야 한다. 다품종 소량 인쇄의 공정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비용은 얼마나 많이 드는지. 

이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건, 적당한 타협점을 찾는 일이다. 욕심을 부려서도 안되고, 욕심을 포기해서도 안된다. 딱 적당한 수준에서 이제 "판단 그만!"을 외쳐야 한다. 

종이 질과 부수를 결정하고 나서, 인쇄소와 여러 번 연락해야 한다. 디자이너가 맡긴 책이 제대로 나올지, 양면 쪽수는 맞는지, 사이즈와 종이 재질을 확인한다. 

무엇보다 원하는 날짜에 책이 나올지가 제일 중요한다. 서둘렀다가는 사고가 나기 싶상이고, 느긋했다가는 필요한 날에 책이 나오지 않는다. 


5. 그리고 기다려야 한다.   


어른 매니저들이, 스캔 작업을 했던 어른과 작가와 수정 작업을 했던 매니저와, 디자인 작업에 골몰했던 디자이너가 바쁘게 움직이는 동안, 어린이 작가들도 뭔가를 한다. 

책 판매를 위한 홍보 작업이다. 포스터를 어떻게 만들지 회의를 하고, 역할을 나누고, 어떤 문구를 쓸지, 어떤 그림을 그릴지 고민한다. 


이 어린이들의 책을 판매합니다. 

어린이들은 돈을 벌려고 책을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이 어린이들은 자기의 책을 만들어 사람들한테 소개해주려고 책을 만듭니다. 

책을 꼭 사주세요.


2021년 11월 11일 어린이 작가들


이 어린이들은 자기의 책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합니다. 

여러분 그렇지 않나요? 작가는 자신과 자신의 작업을 세계와 나누고 싶어 하는 사람들 아닌가요? 

우리의 어린이 작가들은 이렇게 탄생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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