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날개가 되는 어떤 책

<시 쫌 쓰는 어린이> 활동 11

by 열무샘

“우리에게 책을 주세요. 날개를 주세요. 당신들은 힘이 세고 강하니까. 우리가 더 멀리까지 날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마법의 정원 한가운데에 새파란 궁전을 지어 주세요. 달빛을 받으며 한가로이 거니는 요정들을 보여 주세요. 우리도 학교에서 가르쳐 주는 걸 모두 배우고 싶어요. 하지만 제발 우리에게 꿈도 남겨 주세요.”

- 폴 아자르 <책, 어린이, 어른> 중에서


새 파란 궁전을 상상해 봅니다. 바다 같은 파랑일까, 하늘 가은 파랑일까, 바다와 하늘도 다 다르지, 빛을 받고 물기를 머금고, 가끔은 내 마음에 따라서 다른 파란색이 되지. 새파란 궁전은 그 파란색 중 어떤 파랑일까, 상상해 봅니다. 그 파랑 궁전은 마법의 정원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마법의 정원에는 꽃과 나무와 풀만 있지 않나 봅니다. 온갖 아름다운 식물이 있는 건 물론이고, 진기하고 어쩌면 기이한 식물들이 자라고, 곤충과 새와 동물이 같이 살 것 같아요. 마법 정원이니까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존재도 그 정원에는 있을 듯합니다. 작은 마녀도, 난쟁이도, 달빛을 받으며 걸어가는 요정도, 또 어떤 것들도.


폴 아자르의 글에서 "책을 주세요. 날개를 주세요."라고 말하는 어린이를 떠올려 봅니다. 이 어린이는 어떤 어린이일까, 지금 내가 만나는 어린이와 닮은 어린이일까 합니다.


어린이들이 책과 소원해진 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요즘 들어 부쩍 이제 어린이와 책 사이에 금이 와장창 깨진 것처럼 느껴집니다.(스마트폰, 릴스, 영상, SNS, 팬데믹, 학원, 게임 이런 이야기는 안 할게요.) 너무 다행입니다. 시 쓰기를 좋아하는 어린이들은 여전히 책을 좋아합니다. 유머가 가득한 책을 읽으면 웃느라 바쁘고, 다정한 책을 읽으면 같이 다정해지고, 사랑의 비극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 눈이 동그래집니다.


시 쓰기 후반부 활동에서 책을 여러 권 사용했습니다. 책으로 어떤 활동을 했는지는 다음 글 쓰기로 넘기겠습니다. 우선 제가 사용한 책을 몇 권 보여드립니다. 이 책들이 어떤 기준에서 선택되었는지, 어떻게 시 쓰기 활동에 쓰였는지는 다음 글, 그다음 글에 담겠습니다.


그림책 <빨간 고양이 마투>, <강철 이빨> 그림동화 <꼬마곰에게 뽀뽀를> <꼬마곰의 친구> <개구리와 두꺼비> 그림책과 그림 동화는 어린이들에게 직접 읽어주었습니다. 3학년이어도, 4학년이어도, 5학년이어도, 6학년이어도, 어린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건 재미있고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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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셰익스피어를! 물론 다 읽어주는 건 불가능하고 몇 가지 문장을 함께 낭송했답니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사실 더 많은 책을 읽어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가득하지만, 꽁꽁 참고 있답니다. 어쩌면 책이 날개가 되려다 말 수도 있으니까요. "책 시시해요." "또 책이에요."라는 말을 들을까 봐 조심, 조심.


이 글에서 소개한 책과 문장은 어린이들이 시를 쓰는 데 좋은 재료가 되어 주었습니다. 원재료가 되기도 하고, 양념이 되기도 했습니다.


시와 어린이와 책 사이에 금이 가지 않아서 정말 다행입니다.


똑똑똑


1. 좋은 책의 기준은 저마다 다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만, 좋은 책의 기준은 짧은 시간에 세워지지 않는다는 건 모두에게 적용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두 시간의 공부, sns의 광고, 신뢰 천이 처음의 길잡이가 되기는 합니다만!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결국 '스스로 좋은 책의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입니다.


2. 어린이에게 좋은 책을, 날개를 달아주기 위해서는, 어른이 많이 읽고, 많이 접하고, 많이 말해야 합니다. 결국 결국 '스스로 책을 좋아해야 한다'입니다.


3. 사실 이 두 가지는 어른뿐 아니라 어린이에게도 필요합니다. 다만 어린이의 말랑말랑한 뇌와 조그만 인생을 생각한다면 어른이 도움을 주어야겠지요.


4. 그렇지만 또 하나의 사실. 어른이 좋은 책이라 믿는 책 중에는 어린이에게 날개가 아닌, 어두운 그림자를 만들어 줄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책은 잔소리 책이에요."하고 어린이가 거부하거나, "돈을 많이 버는 게 최고지요."라고 어린이가 믿어버린다면.. 결국 어른인 우리가 더 열심히 책을 읽고 책을 좋아하고 책에 관한 안목을 세워야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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