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너랑 나랑 1

<시 쫌 쓰는 어린이> 활동 12

by 열무샘

어떤 일을 할 때는 목표라는 게 있습니다. 교육 활동과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도 '목표'는 필수 요소입니다. 어린이들과 시를 쓸 때도 목표를 세워야 합니다. 문해력, 자기 이해, 협동, 공감, 표현력, 예술적 성취... 어린이들이 즐겁게 시를 쓰면, 이 많은 덕목을 익힐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성취 결과가 신속하게 정확하게 나타나지 않지만 말이에요. 가끔 이 목표와 덕목 사이에서, 이 많은 것들의 가장 밑에 있는 건 무엇일까, 저기 깊은 바다 밑 그 끝에 쌓여 있는 건 무엇일까 떠올립니다.


나를 이해하고, 너를 이해하고, 서로를 받아들이는 감각. 시를 읽고 쓰는 일의 바닥은 결국 그 지점 아닐까.


책 빨간고양이마투.jpg

<빨간 고양이 마투>(에릭바튀 저, 최정수 역, 문학동네)


빨간 고양이를 본 적은 없습니다. 어린이들에게 물어보아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책 속 빨간 고양이 마투는, 왠지 한 번쯤 만난 적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름을 부르면 어딘가에서 나타날 것 같은 존재. 어린이들도 금방 마투와 가까워집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래서요?”, “어떻게 되었어요?”를 외칩니다.


좋은 그림책의 힘은 여기에 있습니다. 주인공에게 빠르게 감정선을 연결시키고, 어린이가 무의식적으로 자기 마음을 책 속에 놓아보게 한다는 점.


빨간 고양이 마투는 배가 고파서 알을 먹으려고 했는데, 알 말고 새를 먹으려고 알을 품었는데, 아기 새 말고 더 큰 새를 먹으려고 기다렸는데, 어느새 새와 친해지고, 새가 잠깐 보이지 않아도 속상하고, 그렇게 새와 친구가 되었는데.. 마투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습니다. 글로 쭉 쓰다 보니 그냥 그렇습니다, 그런데 <빨간 고양이 마투>는 좋은 그림책이잖아요. 어린이들과 함께 읽다 보면 그냥 그렇지 않습니다. 마지막 장에서 어린이들은 환하게 웃습니다. 너무 다행이에요, 너무 좋아요 하고.


책을 읽고 시의 글감을 줍니다. "오늘은 내가 마투가 되는 거야. 마투가 된 내가 시를 쓰는 거야."


시적 화자의 변용, 자신의 마음을 알고 표현하기.. 설명하려면 어렵기만 한 내용이 좋은 그림책 한 권으로 해결됩니다.


어린이들이 시를 씁니다. 배가 고픈 마투, 알을 품고 있는 마투, 친구가 떠나서 슬픈 마투, 친구를 기다리는 마투, 친구가 많아진 마투.


아마 어린이들도 그랬겠지요. 배가 고픈 어린이, 간식을 아껴먹는 어린이, 친구가 내 마음을 몰라줘서 속상한 어린이, 엄마를 기다리는 어린이, 친구가 많아진 어린이.


시는 결국 '나'를 이해하기 위해서라고 말하고 싶어요.


<활동순서>

1. 그림책 읽기와 짧은 대화
- 마투의 마음을 함께 이야기하며 아이들 각자 마음의 조각을 떠올립니다.

2. “마투가 된 나”로 시쓰기
- 아이들이 마투의 감정 한 가지를 골라 짧게 시를 씁니다.

3. 마음의 장면 스케치
- 시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을 한 장면으로 그림에 담습니다.

4. 발표와 나눔

- 서로의 한 줄을 조용히 읽으며 마음을 주고받습니다.


<준비물>

그림책 <빨간 고양이 마투>

연필과 지우개

A4 용지(스케치용)

어린이들이 선택한 간단한 미술 재료(색연필, 사인펜 등)


<똑똑똑>

1. 그림책을 읽고 나서 어린이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눕니다. 그 이야기 속에서 어린이들은 자기 마음의 한쪽을 이해하는 것 같아요.


2. 어린이들이 시를 통해 마음을 정교하게 표현하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조금씩 드러내고, 닿아보고, 써보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자기 언어를 찾아갑니다. 우리는 기다려야 합니다. 어린이가 자기 말과 마음을 스스로 찾아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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