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쫌 아는 어린이> 활동 8
어쩌다 보니 어린이가 만든 이야기와 그림을 책으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https://brunch.co.kr/magazine/whychildwriter) 오랫동안 책을 만들어 왔지만, 이번 ‘동네 작가’들의 작업은 유난히 더 어려웠습니다. 다른 과정과 달리 책 만들기가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 힘들었지요. 어디까지나 이번 활동의 목적은 어린이가 '동네를 쫌 알기' 위해서였습니다. 어른의 욕심도 있었습니다. '어린이도 동네의 주체다!'를 널리 알리고 싶다는 목적이 활동 저 밑에 깔려 있었습니다.
'동네를 쫌 아는 과정은, 어린이가 스스로 주체화하고, 그 주체화의 과정을 이야기를 통해 드러내고, 드러낸 이야기를 그림과 글로 표현하면, 표현한 내용을 책으로 만들고, 이 책을 만방에 알리고' 이런 절차적 기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기대가 높으면 실망이 따라옵니다. 어린이들은 어른이 기대했던 내용과 달랐습니다. 뭔가 동네를 섬세하게 살펴보고, 스스로 동네 활동을 척척 찾아내고, 동네에서 다양한 상상력을 펼쳐내기를 원했으나, 아니었습니다. 어린이들이 만든 동네 이야기는 각양각색이었습니다. 외로운 돌멩이, 외계인, 그냥 나, 샤인머스캣, 연애상담사 고양이, 친구랑 놀고 싶은 토끼 등등. 캐릭터도 각양각색이었지만 내용도 각양각색이었습니다. 어린이는 동네를 보는 게 아니라 동네를 살아간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각양각색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어린이의 그림을 스캔합니다. 스캔 후에는 수정이 필요합니다. 손때를 지우고, 흐린 선을 진하게 만들고 등등. 글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어린이 스스로 글을 고치고, 어린이가 고친 글을 어른이 다시 고치고, 어른이 고친 글을 어린이가 다시 점검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은 어린이 활동에서는 단 1회 차이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번 책은 각자의 책이 아니라 한 권의 책입니다. 한 권에 실린 어린이의 작품들. 어떤 순서로, 어떤 판형으로 책을 만들지 고민하고 계획하고 실행해야 합니다. 고백건대 이 과정이 제일 힘들었습니다. 고민의 시간이 많았습니다. 고민을 왜 했냐면, 어린이들의 작품이 모두 달랐기 때문입니다. 이 다름에는 내용과 스타일뿐 아니라, 소위 말하는 '잘'과 '못'이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평소에 잘 그리고 못 그리는 건 없다고 했지만, 이 말은 100퍼센트 진실이 아닙니다. 여러 어린이의 작품이 한 책에 실리면서, '잘'과 '못'을 많은 사람들이 판단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건 어린이 옆에 있는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쩌면 그 기준을 가장 먼저 들이밀고 있는 사람은 저일지도 모릅니다.
매번 별로인 저를 발견하고, 매번 고민하고, 매번 비슷한 저를 또 발견합니다.
어린이 옆에 있는 일은 그런 것 같습니다.
힘들게 책을 완성했습니다. <뒤죽박죽 우리 동네>, 딱 맞는 제목이라고 저는 좋아했습니다.
저는 이런 글을 썼습니다.
이 책의 진짜 주인공은 어린이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