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쫌 아는 어린이> 활동 10
스파게티 탑 쌓기는 '성공'이었습니다. 어린이들과 저는 재미있었고, 어린이들은 '결정'이라는 말을 몸으로 받아들인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결정의 감각을 위한 뭔가를 준비했습니다. 그 무언가는.... 무언가를 밝히기 전에 먼저 고백하겠습니다. 저는 1/2의 성공과 1/2의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동네 결정'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동네에서 뭔가를 하자, 그 뭔가는 한 명, 한 명 스스로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뭔가'의 '선'과 '힌트' 역시 제시했습니다.
'선'은 이렇습니다.
1. 동네에서 할 수 있는 것
2. 다른 사람과 환경에 피해를 주지 않을 것
3. 돈 없이도 할 수 있을 것
'힌트'는 이랬습니다.
- 관찰하거나 정리하거나 흔적을 남기면 어떨까?
- 잘 보이지 않는 작은 식물 3개, 쓰레기통 주변 버려진 귀여운 것, 화단의 벌레, 오래된 간판을 관찰하거나
- 쓰레기를 줍거나, 쓰러진 자전거를 세우거나, 화단 옆을 정리하거나
- 내 그림자 사진을 찍거나, 돌멩이 하나를 화단에 예쁘게 세워서 흔적을 남기거나
결정을 한 후에, 반드시 실행하자, 실행한 내용을 기록하자가 '동네 결정'의 주 내용이었습니다. 어린이들은 어땠을까요? 어린이들은 쉽고 재미있는 실행 거리를 스스로 선택했습니다. 어린이 각각처럼 다양한 결정을 했습니다. 쓰레기를 주우겠다, 그림자 사진을 찍겠다, 낙엽 사진을 남기겠다 등등.
여기까지는 성공입니다. 어린이들이 고르는 재미를 만끽했으니까요.
그런데 다음 주에 확인을 했지요. 어린이들은 이번 주 활동에서 무엇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당연히 실행하고 기록한 어린이도 딱 한 명이었습니다. 그 한 명 역시 사진 한 장을 찍고 까먹었습니다.
역시 실패였습니다.
실패는 ‘아이들이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제가 프로그램 밖의 시간을 프로그램처럼 작동할 거라고 가정했기 때문에 발생한, 이미 예정된 실패였습니다.
어린이들이 실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패한 게 아니라, 애초에 어린이들이 결정한 후 프로그램이 아닌 시간에 실행할 것이라는 예측이 실패였습니다. 이 결정과 실행은 어린이들이 프로그램 안에서, 매번 확인하고 실행하고 기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제가 구조를 완전히 잘 못 세운 셈입니다.
1/2의 실패여서 그랬을까, 이번 실패는 그리 창피하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저는 다음번 어린이 자치 활동을 어떻게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야 할지 깨달았으니까요. 실패하고 깨닫고, 또 실패하고 깨닫고, 그래서 어린이 옆에 있는 게 의미 있지 않을까 도 생각했지요.
<활동 순서>
1. '동네 결정' 이해하기
- 활동 제목을 맞춥니다. 초성 글자 네 개를 제시하고 맞추기 놀이를 했습니다.
- 자연스럽게 동네와 결정에 관해서 다시 이해할 수 있습니다.
2. 동네 결정의 선과 힌트 제시하기
- 선은 단호하게
- 힌트는 이건 어떨까 하고 제안합니다.
3. 어린이들의 결정
- 결정 시간을 오래 둡니다.
- 세 개를 결정한 후에 한 개를 결정하게 합니다.
- 결정의 이유를 꼼꼼히 쓰고
- 결정 실행 방법을 꼼꼼히 쓰게 합니다.
4. 결정과 실행 약속 기록하기
- 어린이들이 결정한 내용을 적고
- 교사와 각각 이야기를 나눈 후 제출합니다.
<준비물>
- 기록지 (양식이 있어도 없어도 상관없습니다)
- 필기도구
<똑똑똑>
실패담을 계속 이야기하는 듯.. 하지만 저는 후회하지 않습니다. 시도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시도에는 당연히 실패가 따라온다라고 생각하니까요. 결정도, 자치도 그렇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