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어린이, 한 명과 한 명

<동네 쫌 아는 어린이> 활동 12

by 열무샘

'한 어린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동네가 필요하다.'는 문장을 좋아합니다. 어쩔 수 없이 어려움을 안고 태어난 어린이, 어쩔 수 없이 힘들게 살아가는 어린이를 볼 때마다 "맞아. 그래야 해."라고 다짐하는 문장입니다. 잘 웃고, 씩씩하고, 건강한 보통의 어린이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어린이가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가정과 학교와 학원 외에 다정하고 책임 있는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사람만 필요한가요? 장소도 필요합니다. 어린이가 실컷 뛰어놀 수 있는 안전한 놀이터가, 책의 세계에 푹 빠져들고 싶을 때 찾아갈 수 있는 도서관이, 매번 변하는 나무와 꽃과 새와 곤충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한 노인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온 동네가 필요하다.' 이런 문장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저희 동네는 낮고 작은 집들이 이어지고, 걸어 다니는 사람이 많습니다. 노인도 많습니다. 지팡이를 짚고 걷는 분, 골목 한쪽에 앉아 계신 분, 폐지를 모으는 분을 일상적으로 만납니다.

가끔 그분들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몸 여기저기가 아프고, 밥 하기가 힘들다고 말씀하십니다. 복지사와 돌봄 노동자의 도움을 받지만, 하루가 너무 길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동네 은행에 가서 친구분을 만나기도 하시고, 버스 정류장 앞에 앉아계신다고 말씀하십니다. 또 이런 이야기도 하십니다.

"먼 데 있는 자식보다 가까운 데 있는 친구가 더 좋아."

"폰으로 문자로 뭘 보내야 하는데, 할 줄을 몰라."

"비싼 거 말고, 짜장면이라도 같이 먹을 사람 있으면 좋겠어."

몸이 아프니까, 이동이 힘드니까,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도움을 받고, 누군가와 함께 있기를 원하십니다.


동네가 필요한 어린이와 노인이 서로 연결되었다는 바람을 가졌습니다. 어떻게 할까 또 궁리를 했지요. 어르신들이 어린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 유익하고 재미있는 프로그램이지만, 어려움이 있습니다. 노인이 어린이에게 책을 읽어주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글을 유창히 읽는다, 어린이를 많이 접해 보았다)이 있어야 합니다. 어린이 측도 조건이 필요합니다. 책을 좋아하지 않거나 집중이 어려운 경우, 노인이 난감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린이가 노인들을 돌본다? 어떻게? 몇 가지 아이디어도 있었지만, 어렵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다행입니다. 저희 동네에는 노인을 위한 여러 지원과 활동이 있습니다. 시를 쓰는 할머니 모임도 그중 하나입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그 시 쓰는 할머니 모임의 선생님입니다). 할머니들은 글을 쓰고 시를 쓰는 일도 어려워하십니다만, 그림 그리기는 더 어려워하십니다. 그림이 잘하고 못함이 명확히 드러난다고 느끼시는 듯합니다. 그래서 부담이 더 크십니다. 몇 번 그림 그리기를 시도했는데.... 어린이들은 그 반대입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합니다. 잘하고 못하고 보다는 우선 그림 그리는 일에 푹 빠집니다.


할머니들이 쓴 시로 시화 작업을 하기로 했습니다. 어린이 한 명, 한 명이 할머니 한 명, 한 명의 시를 정성껏 쓰고, 그 시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어린이들이 물어봅니다.

“이 할머니는 무엇을 좋아하나요?”

“어떻게 생기신 분인가요?”

“왜 이런 글을 쓰셨을까요?”

물어보고, 생각하고, 떠올리고, 그림을 그리고 또박또박 글자를 씁니다.

노인과 어린이는 이렇게 만났습니다. 한 명의 어린이와 한 명의 노인이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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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순서>

1. 할머니들의 시 읽기

- 어린이 전체가 모든 할머니의 시를 읽습니다.

- 시에 대한 느낌, 이 시가 나오게 된 과정을 함께 이야기합니다.

- 읽으면서 이 시를 쓴 할머니는 어떤 분이신지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2. 제비 뽑기로 시 뽑기

- 어린이 한 명이 시 하나를 뽑습니다.

- 이럴 때는 제비 뽑기가 최고입니다.


3. 시화 연습하기

- 다른 사람의 시를 바탕으로 그림을 그리고 글자를 써야 합니다.

- 우선 이면지에 연습을 합니다.


4. 시화 작업

- 정성껏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준비물>

- 좋은 종이, 좋은 미술 재료

- 이면지


<똑똑똑>

1. 저는 운이 좋은 편입니다. 제가 할머니들의 시 모임을 진행했기 때문에, 이 만남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만약 우리 동네에서 이런 모임이나 활동을 찾고 싶으시다면, 우선 가장 가까운 종합복지관에 협조를 요청해 보세요. 종합복지관은 ‘한 명의 어린이와 한 명의 노인에게 동네가 필요하다’는 구조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기관입니다.


2. 시화를 만들기 전에 할머니들께 반드시 말씀을 드려야 합니다. 여기서부터 할머니들에 대한 존중이 시작됩니다. 어린이들에게도 분명하게 전달합니다. 이는 할머니들이 살아온 시간을 존중하는 일이며, 어린이에게도 책임 있는 태도를 학습하는 과정이 됩니다..


3. 사실 어린이 한 명과 노인 한 명이 대면하기를, 그렇게 만나기를 희망합니다. 역시 만만치 않은 일이라, 다음에는 꼭 이 기회를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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