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랄라. 우선 우리가 즐거워야
-시극<양배추소년>준비5

<시 쫌 쓰는 어린이> 활동 20

by 열무샘

결심했습니다. 어린이들을 무대에 세우지 않기로.


제가 만났고 만나는 어린이들은 '무대'에 오르자고 이야기를 건네면, 말만 꺼냈을 뿐인데도 긴장합니다. 싫다는 친구들도 제법 있습니다. 싫어하는 어린이, 얼어붙는 어린이를 무대에 세워 봅니다. 무대에서 어린이들은 최선을 다합니다. 열심히, 틀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온갖 노력을 다합니다. 그렇게 경험을 쌓아가면서, 조금씩 성장하겠지요. 그런데 저는 어린이들을 무대에 세우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복지 현장의 어린이들은 '자신감'이 그리 높지 않습니다. 어린이의 자신감을 평균으로 책정할 수는 없지만, 경험적으로 높지 않다고 느낍니다. 무대에서튼 특히 그렇습니다. 어쩌면 경험이 적었을 수도 있고, 어린이가 안고 있는 어려움이 어린이에게 속삭일 수 있습니다.

"무대에 오르지 마. 무대에 오르면 너는 창피를 당할 거야."하고.


솔직히 고백하겠습니다. 제가 상처를 받았습니다. 무대에 오른 어린이들을 향한 평가의 말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못하잖아." "표정이 왜 저래?" "여기 얘들은..."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서, '무대'를 열심히 준비할 수도 있지요. 어린이들이 무대 경험을 쌓는 것 자체가 중요하니까요. 깊은 고민을 했습니다. 고민의 결과입니다.


이번만큼은 무대에 아이들을 올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 아이들이 준비하는 과정, 아이들이 순서대로 시를 낭송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남기기로 했습니다.


어린이들과 저는 무대는 아니지만 '영상'을 위해서 열심히 준비를 했습니다. 이미 준비를 했던 과정에서 본격적인 준비를 했습니다. 역할 제비 뽑기에, 막대 인형 만들기에, 시 쓰기에 정말 바쁘고 바빴습니다.


우선은 우리가 즐거웠으면 좋겠습니다. 어린이들은 물론 어린이 옆의 어른도 즐거웠으면 좋겠습니다.


<활동 순서>

1. 역할 정하기

- <양배추 소년>을 읽습니다.

- 우리 시낭송근은 그림책과 다르게, 양배추로 변하는 동물을 각자가 정한다고 알립니다.

- 제비 뽑기로 역할을 정합니다.


2. 순서 정하기

- 모든 어린이가 2편의 시를 낭송하기로 합니다.

- 써야 할 시를 정하고, 순서도 정합니다.


3. 막대 인형 만들기

- 맡은 역할에 맞추어, 각자 막대인형을 만듭니다.


4. 시 쓰기

- 어린이마다 시 2편을 씁니다.

- 우선은 쓰고 싶은 내용을 다 써봅니다.


5. 시 고치기

- 동시 한 편을 골라 함께 읽습니다.

- 시의 특징을 다시 한번 떠올려 봅니다.

- 리듬이 있고, 노래 같고, 간결하고, 생동감이 있고, 마지막 한 마디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 내 시를 고칩니다. 열심히 고칩니다.


6. 촬영하기

- 책상에 앉아서 막대 인형을 들고 순서대로 시를 낭송해 봅니다.

- 모두 일어서서 막대 인형을 들고 순서대로 시를 낭송해 봅니다.

- 진짜 촬영! 하고 시를 낭송합니다.

- 준비와 진짜 촬영 모두 영상에 잘 담아냅니다.


<준비물>

- 책 <양배추 소년>

- 미술도구, 도화지, 나무젓가락, 가위

- 작가 수첩과 필기도구


<똑똑똑>

1. 총 4회 차 수업으로 진행합니다. 4회 차보다 적게 진행하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즐겁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과정이 필요합니다. 과정은 바쁘지 않은 시간, 목표에 매이지 않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2. 준비 과정을 꼭 영상에 담으려 합니다. 우리뿐 아니라 보는 사람도 알아야 해요. 과정의 즐거움을, 물론 과정의 어려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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