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으로 기억되는 우리

<동네 쫌 아는 어린이> 활동 13

by 열무샘

나는 어떻게 변할까요? 의지와 결심, 노력과 정성, 시간과 투자. 우리는 흔히 이런 단어를 떠올립니다. 살면서 우리는, 무던히도 바뀌고 싶어 합니다. 좀 더 똑똑한, 좀 더 건강한, 좀 더 여유 있는, 좀 더 좋은, 좀 더 나은... 돌아보면 이상합니다. 나의 갈망과 희망이 나를 그쪽으로 이끌기도 했지만, 정반대의 방향으로 흘러온 시간도 있습니다. 어느 시절 내가 결심했던 나와 지금의 내 모습은 정반대이기도 합니다.


어린이는 변합니다. 어른보다 더 빨리, 어른보다 더 드라마틱하게, 매일매일 매 시간 매 시간 바뀌는 것처럼 보입니다. 변하는 어린이들을 보면서 또 확인하는 게 있습니다. 역시 의지, 결심, 노력, 정성만으로 어린이는 바뀌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어른이 그렇게 좋아하는 '말'로 변하지 않습니다.


'동네 쫌 아는 어린이'들 역시 분명히 바뀌었습니다. 성장도 했습니다. 활동 마무리를 앞에 두고, 이 변화와 성장을 어떻게 드러낼지 고민했습니다. 자랑을 해야 하나, 감동의 글을 써야 하나, 변한 모습을 증거로 남겨야 하나 등등.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어느 것도, 어린이의 변화와 맞지 않아 보였습니다. 어떤 위화감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과감한 선택을 했습니다. 위화감을 없애는 선택, 어른인 제가 보기에는 변화도, 성장도 아닌 그냥 그런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어린이들이 선택하고 어린이들이 결정하고 어린이들에게 익숙한 활동을 하기로 했습니다.


'2025년 우리는'이라는 제목으로 공동 이야기 그림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동네 그림 이야기를 만들었던 방식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한 해를 같이 기억하고, 기억의 장소를 배경으로 그리고, 배경 위에 캐릭터와 이야기를 얹었습니다.


어린이들이 어떻게 한 해를 보냈는지, 어린이들의 이야기 그림을 앞에 두고도 잘 모르겠습니다.

모르면 모르는 걸로.

어린이들은 몸에다 차곡차곡 쌓아 두었겠지요.

이 장면과 이 기억으로


<활동 순서>

1. 장면 수집하기

- 칠판이나 큰 종이에 센터 공간을 대강 그립니다.

- 어린이들이 포스트잇 ‘올해 센터에서 기억나는 장면’을 쓰거나 그립니다.

- 그림, 단어, 짧은 낙서 등 표현 방식은 제한하지 않습니다.

2. 나의 장면 그리기

- 1번 활동에서 나온 장면을 참고해, 각자 자기 장면을 A4 또는 8절지에 그립니다.

- 사람은 그리지 않고, 자신이 있었던 ‘자리’ 중심의 공간을 표현합니다.

- 책상, 소파, 창문, 노을, 전망대, 바다 등 구체적인 공간 요소를 중심으로 그립니다.


3. 공동 배경 구성하기

- 어린이들이 그린 장면 그림을 한데 모아 하나의 배경처럼 구성합니다.

- 그림을 나열하거나 겹치며 센터 공간을 다시 만듭니다.


4. 캐릭터 만들기

- 각자가 그린 자기 캐릭터를 공동 배경 위에 올립니다.

- 한 명씩 ‘센터에서의 의미 있는 나’를 문장으로 표현합니다.


5. 짧은 이야기 만들기

- 캐릭터까지 얹은 그림을 복사합니다.

- 각자 자기가 짧은 이야기를 만들 그림을 선택합니다.

- 그림에 맞추어 이야기를 만듭니다.


6. 그림 이야기 완성

- 각자가 만든 이야기를 한 줄로 놔둡니다.

- 서로서로 그 이야기에 자기 의견을 글로 적습니다.

- 각각의 이야기 그림과 의견을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짧은 이야기 내용을 결정합니다.


7. 그림 이야기 전시

- 이야기와 그림을 기분 좋게 전시합니다.


<준비물>

- 도화지와 미술재료

- 포스트잇


<똑똑똑>

1. 어린이들에게 맡기디로 했으니까, 어른은 어떤 이야기가 나오든 즐겁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저는 조금 힘들었습니다.


2. 신기하게도, 어린이 스스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조정합니다. 저런 나쁜 말은, 저 그림은 회의로 바꾸는 게 어떨까 등등. 역시 어린이와 함께 하는 일은 끝까지 알 수 없어서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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