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리 늑대 같은

닥터X

by 열무샘

이것은 고독한 여의사의 이야기이다.

대학 병원의 의국은 약체화 되고, 생명이 오가는 의료 분야도 드디어 약육강식의 시대에 돌입했다. 그런 위기의 의료 현장의 결손을 메우기 위해 나타난 것이

프리랜서. 즉, 한 마리의 늑대 같은 의사이다.

예를 들면 이 여자

무리를 싫어하고, 권위를 싫어하며, 속박을 싫어하는,

전문의의 라이센스와 갈고 닦은 기술만이 그녀의 무기다.

외과의, 다이몬 미치코. 다른 이름은 닥터-X



저음의 남성 성우가 나레이션을 시작하면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니 가슴은 뚜뚜둥 음악이 나오면서부터 두근거렸다. 어쩌면 다이몬 미치코의 새 회차를 보려고 마음먹었을 때부터 흥분은 시작되었을지 모른다.

동료 교사에게 닥터X가 재미있다고 했더랬다. 교사와 20대 초반의 딸이 기대를 갖고 시청을 했나 본데... 다음 날 교사가 말했다. “뭐야. 명탐정 코난이랑 비슷하잖아.” 역시 실망했나 보다. 좀 더 어른스러운, 좀 더 사려 깊은 드라마를 기대했나 보다. 뭐, 어쩌랴. 실망은 실망, 재미없음은 재미없음. 나는 이 한 마리 늑대 같은 여의사를 본다는 생각에, 심장 박동수가 높아지는 사람인 걸.


그녀는 무리와 권위와 속박을 싫어한다. 그 싫음은 병원 의국장 앞에서 “우웩. 토 나와.”를 대놓고 표시하는 정도다. 그녀는 프로다. 일을 잘한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나는 실패하지 않아.”라는 시그니처 대사만 들으면, 그녀가 날 때부터 천재 의사라든지, 자뻑의 금수저 의사라는 오해를 살 수 있겠지만 아니다. 다이몬 미치코는 굉장히 애를 많이 쓴다. 기술을 갈고닦고,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한다. 프로의 태도가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그녀는 아이들이 싫다고 짜증을 내면서, 아이들과 장난칠 때 재미있어한다. 속물 남자 의사의 이름을 결코 기억하지 않지만, “넌 괜찮은 구석이 있군.”하고 인정할 때는 과감하게 인정한다.

이만큼, 일곱 줄의 이유만으로도 나는 닥터X, 다이몬 미치코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 드라마가 비록 유치하고, 단순하고, 판타지 그 자체라 하더라도, 뭐 어쩌랴. 좋은 건 좋은 것.


뛰어난 여의사의 모습만 보여준다면, 이리 좋지는 않았을 테다. 다이몬 미치코의 동거인, 그들과 관계는 약간의 감동을 자아낸다. 게이로 짐작되는, 돈을 밝히는, 하지만 그 돈의 쓰임은 자기 자신이 아닌 누군가를 위한 닥터 소개소 사장, 싱글맘 여의사, 여의사의 딸, 그리고 뚱뚱한 고양이. 그들은 마작을 즐기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가끔의 소고기 회식에 환호성을 지른다. 이 유사가족 안에서 다이몬 미치코는 허당이다. 마작은 매일 지고, 음식은 할 줄 모르고, 돈 계산에는 잼병, 그녀는 이들 사이에서 제일 바보다.


“한 마리의 늑대 같은 의사, 무리를 싫어하고 권위를 싫어하고 속박을 싫어하는”


이 나레이션은 언제 들어도 통쾌하다. 닥터 X의 새로운 시즌은 언제 하나? 그냥 이전 시즌이라도 오늘 다시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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