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클라라쏭짱 Oct 29. 2019

6편 새애기의 두 번째 출산

짹만이, 짹꼬리에 이어서 두번째 아깽이들이 태어나다.

    짹과 번개와 째리가 유일한 암컷인 새애기에서 구애를 하고 다닌 것은 다들 알지! 우리집은 윗동네와 아랫동네 사이에 있는데 양쪽 다 거리가 꽤 되어서 나름대로 고양이들의 영역이 정해져 있어. 발정기 때가 되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수고양이들도 나타나긴 하지만 짹이 다 쫓아버리고 마니까. 새로운 녀석은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지. 새애기는 첫 번째 아깽이들( 짹만이와 짹꼬리)의 젖을 떼자마자 바로 임신을 했어. 고양이들의 발정 시기를 일 년에 한 번 정도라고 책에서 봤는데 우리 마당 냥이들은 영양상태가 좋아서 봄가을로 때가 오는 것 같아.  임신-출산-수유의 시기가  계속 반복되는 새애기의 삶은 고단해 보였어. 처음에 우리집에 나타났을 때만 해도 앳된 모습이었는데 두 번의 출산을 겪으면서  그 예쁘던 갈색도 바래지고 성질은 날카로와지고 수고양이들을 꼼짝 못 하게 만드는 원숙미를 풍겼어. 이번에는 아무도 교미하는 것을 보지 못해서 누구 새끼 인지는 몰라. 하지만 내심 짹이 선택되었을 거라고 생각했어. 좀 더러워서 그렇지 우리 집 대장이고 용맹하고 야옹 소리가 그렇게 예쁜데 새애기가 배신할 수는 없을 거라고 말이야.      


    지난번과 과정은 똑같았어. 배가 남산만 해져서 열심히 사료를 먹으러 왔던 새애기는 한동안 오지 않다가 역시 배가 축 쳐지고 깡마른 모습으로 나타났어. ‘아휴~~ 또 해냈구나!’ 이번에도 닭가슴살이 최고 영양식이었어. 새애기는 특히 닭가슴살 끓인 육수를 좋아해서 혓바닥을 연신 넣다 뺏다 하면서 오랜 시간에 걸쳐 쪽쪽 국물을 다 먹고 나면 남은 큰 덩어리를 물고 폐가 방앗간으로 건너가곤 했어. 벌써 두 번째 출산이니 얼마나 힘들겠어! 새끼 낳고 몸조리를 잘해야 건강하지.     


     몸 풀고 한 달 정도 지나서 폐가 창문 위에 아깽이들이 나타났는데 1,2 두 마리였어. 한 마리는 짹처럼  하얗고 한 마리는 갈색 점이 큼지막하게 등짝에 두 군데 박혀있는 아기였어. 도대체 몇 마리를 낳았는데 겨우 두 마리를 건진 건지 안타까웠지만 그거래도 어디야. 잘 키워서 데려오렴.


    그런데 놀랄 일이 벌어졌어. 볕이 좋을 때 1,2번 아기들이 폐가 방앗간 창문에서 낮잠을 즐기고 있는데 못 보던 큰 고양이가 같이 자고 있는 거야. 새애기는 분명 아니고. 바로 망원경을 가지고 출동했지. 그건 바로 ‘번개’였어. 캭! 짹은 아깽이들에게 관심조차 없는데 저 무지막지한 번개는 옆에서 같이 돌봐주고 있는 거야. 새애기가 짹만이, 짹꼬리 자기 새끼들을 그렇게 핥아주고 품어주고 놀아주고 같이 있어 주는 동안에도 짹은  시큰둥하게 지나다녔지. ‘난 안 보여요!’ 하는 무책임한 아빠였어. 우리가 알던 다정다감한 짹은 새애기에겐 무정한 바람둥이고 진정한 순애보는 번개가 쓰고 있었던 걸까? 아니면 폐가 방앗간은 원래 번개의 집인가. 새애기도 같이 살고 있는.  그럼 새애기에게 짹은 지나가는 수컷이었나?  가만가만 좀 짚어보자. 일단 째리 새끼는 분명히 아니야.  새애기가 풋내기라고 늘 밀쳤으니까. 그렇다면  번개와 짝을 맺은 걸까? 하지만 짹의 새끼가 아니라고 할 수도 없는 거잖아. 새끼 중 한 마리는  짹처럼 온통 흰색인데. 자, 이제 어쩔 거야? 둘다 번개새끼라고 하고 싶지는 않았어. 책을 찾아보니 암고양이들은 한배에 두 마리 이상의 수컷의 씨를 받을 수 있대. 임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이겠지. 결국 두 번째 아깽이들이 이름은 이렇게 지어졌어. 온통 하얀 아기 고양이는 ‘짹투(two)’ 등에 번개처럼 갈색 점이 박힌 고양이는 ‘번개투(two)'라고. 나 참! 아버지를 모르는 이 녀석들을 어째... 짹과 번개 하나씩 이름을 따서 지어주는 수밖에.

많이 큰 후에 짹투와 번개투

        새애기는 젖을 떼기도 전에 아깽이들을 데리고 우리 집으로 건너왔어. 덕분에 주방 쪽 뒤문에서 새애기가 벌렁 드러누워서 짹투와 번개투에게 젖을 먹이는 것을 볼 수 있었지.  이 세상에 어린 새 생명만큼 축복은 없을거야!  하느님이 주신 소명대로 자연의 창조물로 최선을 다해서 크는 겨자씨들. 지금은 아무것도 스스로 할 수 없는 의존적인 존재들이지만 쑥쑥 자라서 태어난 몫을 해내고 말겠지. 앞으로 어떤 삶이 펼쳐질지. 짹투! 번개투! 응원할께.


       오늘은 반전이 또 있어. 글쎄 하루는 젖을 빠는 새끼가 세 마리인 거야. 어디서 한 마리가 더 있었나 싶어서 유심히 봤더니 영원한 언니 짹꼬리가 같이 젖을 빨고 있었어. 새로운 고양이들의 세계를 엿본 거야. 따져보면 짹만이와 짹꼬리가 아직 아기일 때 새애기는 바로 임신을 했고, 수컷인 짹만이는 째리랑 베프가 되면서 떨어져 나갔지만 암컷인 짹꼬리는 여전히 엄마가 그리웠겠지.  아직도 생생한 엄마의 젖맛을 기억하고 어차피 많이 남는 젖꼭지니까 하나를 차지하고 들어가 허기진 마음을 채우고 있었던 거야. 그 후 짹꼬리는 육아도우미가 되었어. 짹만이가 째리랑 노는 사이에  언니 짹꼬리는 늘 엄마새애기와 동생들(짹투, 번개투)과 함께 있었어. 간혹 젖도 같이 빨면서 말이야.

짹투와 번개투를 지키고 있는 짹꼬리언니(왼쪽 귀가 잘려져 있는)


작가의 이전글 5편 첫 TNR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