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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라라쏭짱 Nov 04. 2019

7편 길고양이를 대하는 자세   

길에서 살아가는 그 아이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새애기가 두 번째 출산을 한 후에 우리 집은 그야말로 냥 판이었어. 짹과 새애기의 첫 번째 아깽이들 짹만이와 짹꼬리. 두 번째 아깽이들 짹투와 번개투. 그리고 특별한 째리 , 이 밖에 가끔 와서 밥 먹는 이웃동네 고양이들 그리고 무법자 번개까지 우굴 우굴 하였지.           

    고양이들이 만들어 내는 모습들은 기기묘묘해. 고양이가 액체라는 설이 있다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아. 한데 뒤 엉겨 잘 때는 몇 마리인지 구별도 안되게  녹아서 섞어져 버려, 또 동그랗게 몸을 말면 어디든 딱 들어맞아. 밥 먹으러 우루르 몰려들어서 머리만 디밀고 먹을 때는 흐뭇해, 벌레를 잡겠다고 이리저리 스매싱을 하면서 뛰어놀 때는 관전의 재미가 쏠쏠하지.  

   

개 바우만 키우다가 고양이들에 대해 이렇게 관심을 가지고 예뻐하게 된 것은 따지고 보면 이 아이들이 주는 즐거움 때문이지. 내가 무슨 동물 애호가가 되어서가 아니야. 이 집으로 이사 오기 전까지는. 아니, 짹을 만나기 전까지는 길고양이들은 그저 지저분하고 왠지 불길하고 기분 나쁜 동물이었어. 아파트 촌에서 가끔 길고양이를 마주치면 돌아가기도 하면서 쫓아올까 봐 겁이 날 정도였으니까. 그 아이들은 그저 배가 고팠을 뿐이었고. 때가 되면 짝짓기를 해야 돼서 그리 소리를 낸 것뿐일 텐데 말이야. 길에서 태어나서 길에서 열심히 살고 있었을 뿐인 거지.     

      

    사료를 주는 캣맘들이 길고양이들을 끌어들인다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많잖아. 그런데 사료를 주면 오히려 고양이들은 쓰레기봉투를 뚫을 일이 없지. 쥐도 쫓아주고. 고양이들이 자기 몸을 얼마나 깨끗이 핥고 관리하는지 알게 되면 놀랄 거야. 우리 개바우는 목욕하고 삼일만 지나도 쿵쿵한 냄새가 올라오는데 고양이짹은 무릎에 앉혀도 냄새가 안나거든. 발정 소리가 기분 나쁘다고 하지만 요새는 지자체마다 중성화 수술을 해주고 있어서 의뢰를 할 수도 있고. 어쨌든 조금만 참아주면 좋겠어. 이 지구는 사람만 살라고 만들어진 건 아니잖아. 걔네들도 비비고 지 한 몸 편히 드러누울 공간은 허락해 주어야지.    

       

    한 번은 아랫동네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밭에다 버리는 사람이 있었어. 김치 찌꺼기며 수박 덩어리며 가득 쏟아놓았지. 파리도 들끓고 무엇보다 고양이들이 계속 그 음식물들을 먹고 있었어. 보다 못해서 표지판을 만들어 세워놨어.  ‘여기에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지 말아 주세요. 온갖 해충의 온상이 되고 냄새도 많이 납니다.’ 그랬더니 바로 안 갖다 버리더라고. 말로 하는 것보다 행동하는 게 중요해.           

우리 개 바우는 마당에 산책을 나오면 여기저기 오줌을 갈기고 똥을 싸놔서 일일이 치우고 다녀야 하는데 이 많은 길고양이들은 흙을 파서 오줌을 놓고 다시 덮고 그 옆을 파서 을 놓고 다시 덮어 놓지. 덕분에 부드러운 텃밭은 고양이들의 똥밭이 되었지만 자기 뒤처리를 그렇게 깨끗하게 하는 것을 보면 참 위생적인 동물이다는 생각이 들어.      

     

    길고양이 생은 2~3년밖에 안된대. 집 고양이가 10년 이상 사는 것에 비하면 턱없이 짧지. 자동차사고도 많고 물을 많이 먹는 고양이들에게 깨끗한 물은 또 어디 있겠어!. 게다가 겨울의 추위는 도망갈 데가 없을 거야. 그러니까 누군가 준 사료와 물을 보면 그렇구나! 하고 그냥 지나가 줬으면 좋겠어. 이상한 걸 집어넣거나 엎어버리지는 말고.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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