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글자들
5월과 6월이 훌쩍 지나갔네요. 그동안 새 직장에 들어가서 새로운 일에 적응하느라 바빴습니다. 휴대폰에 스크린샷 캡처는 더 많아졌는데, 정리할 시간을 내기가 왜 이리 귀찮은지! 그래도 이번 주는 금요일에 연차를 쓰고 쉬었더니 주말에 밀린 집 청소도 하고, 먼지 쌓인 브런치를 들여다볼 기력도 좀 생기네요. 주 4일제 도입을 기원하며 밀린 브런치를 정리해 봅니다.
'스크롤하는 것보다 빠를 테니 검색하세요.' 사용자를 도발하는 것 같은 껄렁함이.. 아마도 영어 카피를 번역하고 로컬화하는 과정을 거쳤을 이 카피가..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지금 하는 일 때문에 5, 6월에는 생산성 서비스를 참고 자료로 많이 보게 됐습니다. 회사에서 주로 쓰는 메신저인 슬랙이나 워크스페이스로 사용하는 노션 같은 서비스 말이죠. 글로벌 서비스라 그런지, 영어라는 언어가 주는 느낌이 그래서(?) 그런지(??).. 어떤 한 방울의 위트와 유머가 자주 보여요. 한국어로 쓰면 왜 이렇게 딱딱하고, 선을 넘어서는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들까요.
언젠가는 알잘딱깔센한 유머를 카피에 발라볼 기회가 있다면 좋겠습니다. 마치 블루베리 베이글에 바르는 크림치즈처럼.. 얇고 잘 펴 발라서..
제 '도움을 기다리고 있다'니. 평소에 토스를 주로 쓰는 사용자는 아니지만, 도움의 손길을 차마 뿌리칠 수 없었네요. '해볼게요', '1분이면 돼요', '정답은 없어요' 같은 문구도 부담을 내려놓고 이 테스트를 한 번 해보고 싶게끔 만드는 부드러운 문구라고 생각했습니다.
토스가 정답은 아니지만, 토스에서 배우는 게 많은 두 달이었네요. 은행권 어플을 살펴보면 이 '동의'를 도대체 어떻게 처리할지 저마다 고민이 많이 느껴져요. 절대 뺄 수는 없지만, 쓰다 보면 한없이 구구절절 길어지는 이 화면을요...
토스는 '필수 동의'만 따로 꾸리고, 세부 항목은 숨겨 두는 식으로 구성했네요. 보통 '동의해 주세요'라는 식으로 어미를 끝맺는 경우가 많은데 '동의만 추렸어요'라고 하니, 좀 다르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무튼 이놈의 동의의 동의의 동의... 동의 말고 다른 단어를 대체할 수나 있을지.
오른쪽 화면은 비슷한 맥락에서 캡처한 29cm의 화면입니다. 출고, 취소, 불가와 같은 명사형 단어가 열거되어 있고, 버튼은 또 '동의하기'네요. 무엇에 동의해야 할지 일단 눈에 잘 들어오지 않고, 2글자짜리 단어가 늘어서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친절한 금자씨>의 '가불은 불가' 대사 같기도 하고...
상품이 이미 출고되었다면 주문이 취소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계속 진행하시겠어요?
[그만두기] / [주문 취소하기]
대충 이 정도로 써도 좋지 않을까 싶은데요. '브랜드 확인 후'라는 단어를 굳이 쓴 데에는 이유가 있겠죠.
은 단연 Supernova.. 작사를 켄지 님이 했다던데, 몇십 년이 지나도 여전히 업계 탑이자 내내 세련인 저 감각이 부럽습니다. '이고'가 아니라 '이며'를 선택한 것도, '이며' 다음에 '이자'가 온 것도.. 퀸과 씬과 종결을 냅다 한 묶음으로 연결시킨 것도.. 갓켄지 사랑해요 이 느낌 이대로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