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전하는 진심

그리운 사람에게 편지 할까요 우리?

by Jess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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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를 적는 빈칸에 언제나 채워지는 습관 : 편지를 쓰는 일


명절을 맞아 아주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을 만났다. 한때 나와 정성어린 글자를 꾹꾹 눌러쓴 편지를 주고 받던 친구, 그 시절의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글들을 써내려 갔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한참동안 계속 되었고 그 시절 누가 누구를 좋아하고 말고의 이야기가 뒤를 이었지만 내 마음 한 켠에서는 우리가 오랫동안 주고 받았던 그 때의 편지를 보고 싶은 마음이 부풀어가는 바람에 친구의 이야기에 쉬이 집중할 수 없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장롱 위에 놓아둔 편지 상자를 꺼내고 라디오를 켰다. 커다란 상자 하나를 넘치는 것도 모자라 종이 가방 두개에 가득 채워진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는 친구들과 여전히 곁을 지켜주는 소중한 친구들의 진심들은 빛조차 바라지 않은 채 였다. 잘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끊임없이 인턴을 도전했던 그 시절의 나에게는 부러움과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이야기하는 친구들의 이야기가 대부분이었지만 10년이란 시간이 지나도록 그 두려움은 사실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았으며 아마 앞으로도 오래도록 해결되지 않을 감정이라는 것을 편지를 읽으며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그 많고 많은 경험으로 빚어진 나조차도 여전히 내가 잘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의 균형을 맞추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 서른이 되어서야 본격적인 서울살이와 직장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 언젠가 순례길 위에서 만난 할머니께서 '나 역시도 여전히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찾기 위해 순례길을 걷는 중'이라는 말씀을 하신 것을 보면 어쩌면 우리가 알고 싶어하는 답은 시시때때로 모습을 바꿔가는 카멜레온 같은 존재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그 것은 객관식이 아니라 스스로가 써내려가는 서술형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고 너의 편지를 읽으며 나는 오래 전에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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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마음을 나누고 싶은 사람이 생길 때면 잊지 않고 편지를 쓰는 습관이 있다. 적어도,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시계 위에 올라서게 된다면 온전히 누군가를 생각하며 편지를 쓴다는 것이, 종이 위에 마음이 담긴 글들을 써내려간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나는 적어도 소중한 사람을 온전히 생각하며 글을 써내려가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그 사람과 내 마음의 거리가 조금 더 가까워지길 바랐다. 적어도 나의 편지를 받은 누군가라면 내가 가벼움과 무거움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사람이며 진중한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임을 알아차리길 바란 것도 사실이다. 나는 상대와 가까워지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편지를 쓰기도 했지만 사실 편지를 써내려가며 내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또 다른 매력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편지지 위에 나의 상황들을 담으며 내가 모르던 나의 모습들을 발견할 수도, 내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이 어딘지를 다시금 되새길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자아성찰의 방법이 또 어디있을까. 상자 가득 담겨 있는 편지들을 보며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오랫동안 펜을 든 적이 없음을 알아차렸다. 진심이 담긴 편지 한통을 오랜만에 그리운 이에게 보내봐야겠다. 손이 전하는 진심은 우리가 입으로 쏟아내는 그 것과는 깊이에서부터 다를테니. 나는 여전히 손이 전하는 진심을 믿고 있다. 말로만 뱉어내면 되는 일들이 아니라 행동으로 지킬 수 있는 일들은 언제나 작은 행동에서부터 시작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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