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여행업이 여전히 각광받지 못하는 이유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어온 것은 사회생활을 앞두고 였을 것이다. 무슨 일을 내가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하면 즐거울 수 있을지를 한참이나 고민하던 나는 가능한 한 많은 일들을 경험하는 것 초점을 두었고 인턴쉽과 다양한 우연의 점들을 이어 가다보니 어느 덧 여행을 업으로 삼아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그렇게 점을 찍으며 오던 시간들을 되돌아보니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 사람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문득 두려워진 시간을 마주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든 이후로 나는 4년간의 경험을 내려두고 다른 일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더 이상 주체적인 삶을 살지 못하는 일들을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첫 단추를 잘 끼워야 다음의 일들도 하나 둘 부드럽게 끼워 맞춰지다는 이야기 또한 이제서야 온 몸으로 깨닫게 된 것 중 하나였다.
호주의 오퍼레이터, 즉 4년 간의 여행 어시스턴트 역할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돌아와 국내 유수의 구직 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렸을 때 나에게 먼저 러브콜을 보낸 곳은 역시나 여행 혹은 오퍼레이터 역할을 해야하는 직무의 회사였고 그들은 언제나 낮은 연봉에 많은 업무를 요구하곤 했다. 이를테면 "저희 회사는 퇴근이 꽤 늦어요. 그래서 저는 막차를 타고 집에 돌아갈 때도 많아요"라던지, "우리는 이 금액이상은 줄 수 없어요. 어차피 출장을 나가면 출장비로 기존에 받던 급여만큼은 될텐데요."라는 그런 말들 말이다. 출장을 가더라도 점심과 저녁의 비용은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 것이며 현장에서 어려운 일들을 해결하는 만큼 숙식에 대한 부분이 제대로 지원되어야 하는 것은 어쩌면 일하는 사람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배려일텐데 말이다. 이미 국내 대형 여행사에서 인턴과 직무를 해냈던 선후배들이 결국 오래 버티지 못하고 일을 그만두는 모습을 곁에서 많이 지켜 봐왔다. 그리고 하나같이 여행업이 아닌 다른 직군의 일을 찾은 것은 결국 일을 한 만큼 대우를 받지 못하고, 철저한 갑질 문화가 적용되고 있는 여행업의 특성때문이었을 것이다. 낮은 임금으로 인해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쇼핑으로 여전히 이익을 얻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으며 그 것은 이미 여행업에서 돈을 버는 하나의 관행이자 많은 여행자들이 여행사를 통해 여행을 할 때 가장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부분 중 하나가 되었다. 여행사들이 회사를 영위하기 위해서는 자체적인 수수료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일을 하는 사람의 임금에서 일부, 숙소에서 일부 그리고 차량에서 일부씩 부풀려 돈을 받지 않으면 더 많은 돈을 벌 수가 없기에 언제나 높은 수수료를 요구하지만 결국 현장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모른채 정해진 금액으로, 열심히 일을 해도 언제나 배고픈 역할을 맡게 되는 것이다.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VIP 의전을 맡아 하게 되면서 다시 한번 여행사의 갑질을 통해 여행업에 대한 회의감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다. 계약서 내역을 철저히 회사 중심으로 작성하여 내미는 것에 대해, 정확하지 않은 임금 조항에 대해 물음을 던졌더니 그들은 되려 '국가적인 행사에 참여하는 것에 의의를 두는 분들이 대다수인데 당신은 왜 돈에 운운하느냐'는 뉘앙스를 풍기며 사람을 움츠러 들게 만들었는데 기본으로 돌아가 생각을 해보면 나는 국가를 위해 자원봉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 그리고 그 기본적인 목적에 국가적인 행사에 참여하는 의미가 더해진 것일 뿐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부하 직원을 "야" 라던지 막말로 기죽이는 갑질 상사들이 난무하는 현장에서 나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은 마음이 불편해질 수 밖에 없었다. 만약 내가 저 회사에서 일을 하게 되면 같은 취급을 받게 되리라는 생각이 아주 선명해졌기 때문이다. 회사가 오랫동안 영위하고 여행업계에 일하는 것이 자랑스러워지게 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나로서는 알 수 없지만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듯 앞으로 한동안은 아니 오랫동안은 여행에 대한 직무를 맡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그들에게 내가 잘 알고 있는 곳들을 소개해주며 그들에게 작은 동기를 선물해주는 일은 내가 잘하는 일이지만 그 일들이 갑질 문화에 깊이 젖어 들어있고 결국 열심히 일한 사람에게 적절한 급여가 돌아가지 않는 이상 나는 좋아하는 일이자 잘하는 일을 '업'으로 하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다.
좋아하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들을 업으로 이끌어가지 않고서도 그들을 다른 방식으로 담아냄으로써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내가 다시 새로운 점을 찍게 된 순간이자 지금까지 내가 이어온 선들을 다시금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 기회였다. 그들의 횡포만으로 '여행'을 더 이상 좋아하지 않게 된다는 것은 너무나 슬프고도 아픈 일이며 나의 지난 시간들을 부정하는 일이지만, 그들을 직업으로 삼지 않음으로서 '여행'을 다시 의미있는 것으로 바라보게 된 것은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 잘할 수 있는 일, 성장할 수 있는 일, 다음을 꿈꿀 수 있는 일들을 선택하고 그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시작하는 마음의 결정은 서른이 되고 내가 가장 잘한 일이다. 좋아하는 일을 포기할 이유는 없다. 그 것이 무엇이던간에. 하지만 그 것이 당신의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직업이 된다면 다른 시선으로 그것을 시도해 볼 시간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