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로 떠나는 당신에게 건내고 싶은 책
빌브라이슨의 대단한 호주 여행기
세상에서 여행기를 가장 잘 쓰는 사람을 꼽는다면 그 중 빌 브라이슨이 어김없이 떠오른다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영국인 특유의 시니컬함으로 써내려가는 그의 글들은 유쾌하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린다.
여행을 떠나기 전 혹은 여행을 다녀온 후에 그의 글을 읽는 것은 여행의 기억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주는 일이며 다음 여행을 다시금 꿈꾸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호주에서 처음 만났던 그의 책을 한국에 돌아오고서야 온전히 다 읽어내낼 수 있었다. 호주에 대한 그리움과 '언젠가 다시 한번'이라는 마음이 한 켠에 남아 있어서였을까,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은 무척이나 설레였다. 이미 오랫동안 여행을 해온 곳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호주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 건 모두 다 그의 책 때문이다.
P 35
그러나 오지란 원래 그런 곳이다. 지나칠 정도로 넓고 근접하기 어려워 지금도 지도에 기록되지 않은 곳이 태반이다. 에어스 록이라고 일컫는 울룰루조차도 100여 년 전까지 애버리저니의 파수꾼들 이외에는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았다. 그 오지의 정확한 위치를 전달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사람들은 들판에서 어렴풋이 보이는 것은 무엇이든 모두 ‘부시bush’라고 생각한다. 정확히 어디인지 모르는 어떤 지점에 이르러 ‘부시’는 ‘오지outback’로 변한다. 거기서 또 다시 약 3220킬로미터가량을 계속 가다 보면 다시 부시가 나타나고, 거기에서 도시를 거쳐 바다에 도착한다. 그것이 오스트레일리아다.
▶ 마치 그 곳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미지의 세계를 눈 앞에 가져다 둔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울룰루는 특히나 더 그러했는데 3억년이라는 시간동안 그 거대한 존재가 호주 원주민인 애보리진에게 밖에 공개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놀라울 수 밖에 없다. 하물며 2000년대 초반에야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킴벌리 깊숙한 곳의 '벙글벙글BungleBungle'은 세상에 알려진지 50년도 채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여전히 세상은 발전하고 있지만 리얼 아날로그가 존재하는 나라가 있다는 사실이, 그 곳이 바로 호주라는 사실이 나는 여전히 놀랍고 또 한편으로는 기특하기만 하다. 부시와 오지의 경계를 알 수 없는 나라, 나는 이 구절을 읽으며 그의 표현력에 고개를 몇 번이고 끄덕였다. 호주는 경계에 대한 거부감없이 자연스레 풍경이 바뀌는 그런 곳이니 말이다.
P 61
많은 사람들이, 심지어 오스트레일리아 사람들조차도 널라버가 애버리저니 말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나무가 없다’는 의미의 라틴어에서 변형된 것이다. 아마도 이보다 더 적절한 이름은 없을 것이다. 수백 킬로미터를 지나도록 주변 전경이 고요한 바다처럼 평평하고 한결같이 황폐했다. 벨기에 면적의 네 배에 달하는 지역에 그늘이라고는 단 한 점도 없었다. 지구상에서 가장 접근하기 어려운 광활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 호주를 여행한 사람은 널라보를 건너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구분된다. 언젠가 나를 뜨겁게, 좋아해주던 한 아이가 나의 아웃백 여행 이야기를 듣고선 퍼스에서부터 애들레이드 그리고 시드니까지 자전거로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몇 천킬로미터나 되는, 한 달이 넘는 여정을 떠나는 일은 또 누군가의 여행을 공감하기 위해 떠나는 일은 아마 청춘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그 아이를 이따금 떠올릴 때면 마음 한켠이 뭉클해지곤 한다. 나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언니에게 부탁했던 편지는 나에게 닿지 못한채 결국 울룰루 한 켠에 조심스레 묻혔지만 그 아이의 마음을 생각할 때면 나는 언제나, 나라는 작은 사람을 떠올리고 생각해준 시간들에 고마울 뿐이다.
P 63 아무리 앞으로 나아가도 철도의 소멸점은 언제나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P 136
애버리저니의 그림은 대부분 말린 나무껍질이나 다른 자연물의 표면에 점이나 꼬불꼬불한 선을 그린 것이었다. 애버리저니가 지구상에서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문화를 보존해왔으며, 애버리저니 예술의 역사가 지구의 시초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사실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애버리저니의 문화는 무엇에도 비할 수 없는 인간의 업적이지만 지금껏 올바르게 평가받지 못했다. 나는 이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 호주 원주민들의 삶을 써내려간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그러하겠지만 스스로의 과거를 인정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영국인의 신사주의를 산산히 조각내는 호주의 어두운 역사는 여전히 영국인들에게 또 호주인들에게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도시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던 애보리진들을 만날 때면 이따금 마음이 아프곤 했지만 그들의 예술작품 앞에서는 언제나 경이로운 마음이 들었다. 자연과 함께 오래도록 공생을 하기 위해 그들이 취한 모든 삶의 방식들은 아름다웠다. 나는 여전히 그들의 예술은 존중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P 146 로드하우스 : 주유소와 그에 딸린 카페. 오스트레일리아 사투리로 추Chew 또는 스푸Spew라고 한다.
P147 모든 형태의 경쟁 활동 가운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흰색으로 차려 입고도 경기가 끝난 다음 시작할 때만큼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제빵을 제외하고 크리켓뿐이다.
P 152 오스트레일리아 사람들은 아침 식사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처럼 보인다. 아침 식사의 핵심은 탁월한 베이컨이다. 도망가려고 안간힘을 쓰는 돼지한테서 떼어낸 것 같다. 베어 물 때마다 비명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근사하다.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식빵을 두껍게 자른다. 간단히 말해, 오스트레일리아 사람들은 아침 식사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알고 있다.
P 153 1859년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남쪽으로 약간 떨어진 곳에 있는 빅토리아 주 윈첼시의 지주 토머스 오스틴이라는 사내가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 영국에서 토끼 스물네마리를 수입해 놀이 삼아 숲에 풀어놓은 것이다. 토끼의 번식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은 그리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500만 년 동안 고립된 상태를 유지한 오스트레일리아에는 토끼를 잡아먹기는커녕 토끼가 무엇인지 알 만한 육식동물이나 기생충이 전혀 없었다. 그 결과 토끼는 놀라운 속도로 번식했다. 토끼 집단의 식욕은 한계를 몰랐다. 1880년 빅토리아 땅 약 81만 헥타르가 초토화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토끼는 SA와 NSW까지 밀고 들어가 1년에 약 121킬로미터의 속도로 토지를 잠식하기 시작했다…. 토끼가 무엇이든 먹어치우는 바람에 양과 다른 가축들은 어쩔 수 없이 먼 지역에서 먹이를 구해야 했다. 이로써 갈수록 넓은 지역이 타격을 입었다. 양을 통한 수입이 줄어들자 농부들은 단위 면적당 방목 수를 늘림으로써 이를 보충했다. 그 결과 전반적인 황폐화가 더욱 심해졌다.
한편, 토끼들은 계속 뛰어다녔다. 토머스 오스틴이 토끼 스물네 마리를 가져온 지 거의 1세기가 지나서야 과학계에서 해결책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P154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공허함으로 뛰어드는 순간 곧바로 그 공허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
▶ 이 역설적인 말을 이해하는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황량한 풍경 속에서야 채워지는 것들이 있음을 그 길 위에서는 비로소 깨닫게 될테니 말이다. 내가 호주라는 곳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것은 그 풍경 속에서만 비로소 깨달을 수 있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며 아마 앞으로도 지구상 그 어디에서도 같은 감정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나는 나도 모르게 생각하고 있었다.
P157 지금까지의 내 인생 가운데 일부를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면, 그 모든 일을 내 인생에 포함시키고픈 마음이 간절했다는 말을 빼고는 내 기분을 설명할 길이 없다. 오스트레일리아에 대한 내 애착이 더욱 강해진 것은 다름 아닌 그녀의 편지 때문이었다.
P162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오스트레일리아 사람들에게서 본 또 하나의 영국적인 모습이었다. 자기 실수도 아닌 일에 사과를 하다니.
▶ 나 역시도 호주에서 가장 많이 쓴 말 가운데 하나가 'Sorry'였을 것이다. 내 잘못이 아니지만 상대에 대한 배려를 위해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하던 일, 그 것은 후에 가까운 누군가에 의해서 겨우 고쳐질 수 있었다. 미안하지 않지만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스스로를 낮추게 되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아마 그 곳에서 오랫동안 몸에 베어온 습관을 고치지 못해 나는 여전히 남을 더 많이 배려하고 미안해하곤 한다. 그 착한 사람들 속에서 지내온 4년이라는 시간이 결코 짧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P163 이것이 오스트레일리아의 특징이다. 흥미로운 것으로 가득하지만 너무나 광활하고, 공허하고, 접근하기 어려워 엄청난 뜻밖의 행운이 없다면 그 흥미로운 것을 찾을 수 없다.
▶ 호주를 써내려가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 것이 쉽지 않았던 건 아마 빌 브라이슨이 써내려간 저 모든 표현들 때문일 것이다. 광활하고 공허하고 접근하기 어려운 곳, 우연히 발 딛게 된 곳이 그 곳이었던 나에게 앞으로 모든 여행지는 이 곳을 기준으로 평가되는 것은 아닐까 두렵기도 했다.
P167 애들레이드는 예술가와 지성인의 안식처가 되었다. 애들레이드 페스티벌은 전국적인 유명 문화 행사로 꽃을 피웠다. 누드 비치와 동성애가 허용되었고 단 10여 년 만에 전국에서 가장 히피적인 도시, 즉 남반구의 샌프란시스코가 되었다.
P 171 1959~1960년 오스트레일리아는 미국과 캐나다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부유한 국가였다. 하지만 특히 흥미로운 점은 당시엔 물질적 행복의 요소가 무척 소박했다는 사실이다. 매켄지 기자는 경이롭다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감탄하면서 1950년대 말엽 냉장고와 세탁기를 보유한 오스트레일리아 도시 주민이 각각 4분의 3과 거의 절반에 이른다고 썼다.
▶ 호주 사람들은 겉모습으로 그 사람의 부유함을 평가할 수 없는 민족임에 틀림없다. 지금까지 내가 만났던 모든 친구들은 구멍이 난 옷을 입고 조리를 신고 있었으며 몇일째 감지 않은 듯한 머리를 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정말 놀랍게도 그들은 집 한채, 차 3대 이상을 소유한 사람들이었으며 심지어는 본인 소유의 리조트가 있기도 했다. 그들과 함께 생활하고 웃고 떠들며 나는 보이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들은 자연 속에서 행복을 느끼고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돈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적어도 내가 만나온 사람들은 말이다.
P 184 빅토리아는 무슨 까닭인지 이런 모든 아이디어의 온상이 되었다. 토끼 사태를 경험하고도 수십 가지 동물을 더 수입하는 멍청한 짓을 저지른 것이다. 1860년대 밸러랫 풍토순화학회는 여우를 수입했다. 여우는 곧바로 골칫거리가 되었고, 이 사실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도망치거나 버려진 다른 동물들은 야생으로 돌아갔다. 낙타는 애들레이드에서 앨리스스프링스까지 철도를 부설할 때 이용했으나 공사가 끝난 후 풀어주었다. 그 결과 오늘날 낙타 10만 마리가 중부와 서부 사막을 배회하고 있다. 단봉낙타가 야생 상태로 존재하는 곳은 이 지역뿐이다.
이런 관행은 토착 동물들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130여 종에 달하는 오스트레일리아 포유류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16종은 이미 멸종했다. 이는 다른 어떤 대륙보다 높은 수치다.
▶ 호주 사막에서 만날 수 있는 동물들은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지평선 위에서 아슬아슬한 소멸점으로 끝이 나는 도로에 갑자기 뛰어드는 염소라던지 들소를 만날 때면 심장이 찌릿해오기도 하고, 흙먼지를 날리며 달리던 중 만나던 단봉낙타는 그 모습이 우습기가 그지없다. 차를 쉬지 않고 움직이며 만나는 동물들은 초록과 붉은색의 비율에 따라 다른 모습을 나타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곳에서나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것이 바로 캥거루이다. 온순한 듯 보이는 그들도 숲속에서 만나면 엄청나게 무서울 수 있다는 것을 홀로 떠나는 트레킹에서 깨달았다. 내 키만한 거대한 캥거루의 몸무게는 70kg을 웃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뒷발이라도 차였더라면 얼마나 큰 일이 일어났을까를 상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P219 “이 나라에서 자네 운명은 전적으로 자연의 손에 달려 있다네, 친구. 피할 수 없는 인생의 현실이지. 하지만 한 가지만은 분명해. 모든 게 연기 속으로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이런 일들에 반드시 감사하게 될 걸세.”
P301 노던테리토리 : 오스트레일리아의 아웃사이더
오스트레일리아의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135만 9800제곱킬로미터의 면적이 오스트레일리아 안에 있으면서도 완전히 오스트레일리아의 일부는 아니다. 이로 말미암아 흥미로운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노던테리토리의 주민을 포함해 모든 오스트레일리아 국민은 법적으로 연방 선거에 참여해 투표를 해야한다. 그러나 노던테리토리는 주가 아니므로 의회에 의석이 없다. 이곳 주민들은 캔버라에서 의회 회기에 참석할 대표를 선출한다.
P329 오지란 기이하고 불가해한 곳이라는 점.
그 공허하기 짝이 없는 공간에 사람들을 이상야릇하게 지배하는 무언가가 있다. 그곳은 여러분의 죽음을 원하는 장소다. 그러나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고난에 연거푸 직면하고 그 보상이 가장 보잘것없음에도 탐험가들은 모험을 떠난다.
P334
아무것도 없는 곳 한가운데 버티고 있는 앨리스스프링스는 마치 기적처럼 보였다. 이 도시는 오랫동안 오스트레일리아의 팀북투(Timbuktu: 아프리카 말리 북부에 있는 지명에서 비롯된 용어로, 아주 멀리 떨어진 곳을 일컫는 말) 같은 금단의 땅이었다. 앨리스스프링스와 바깥세상을 연결하는 유일한 수단은 애들레이드에서 일주일에 한 번 출발하는 기차였다.
P339
1950년대에 에어스록은 골수 관광객이 아니면 쉽게 갈 수 없었다. 1960년 대 후반까지만 해도 연간 방문객이 1000명을 넘지 않았다. 오늘날에는 열흘에 1000명이 울룰루를 찾는다.
P343
그곳에, 인상적이고 위압적인 공허한 대지 한복판에 보기 드문 고결함과 웅장함의 극치가 자리 잡고 있다. 높이는 약 350미터, 길이는 약 2.4킬로미터, 둘레는 약 8.9킬로미터이며 이미 본 사진만큼 붉은색은 아니지만 지금껏 상상했던 것보다 어느 모로 보나 더 매력적이다. 나는 이때부터 바위에 대해 수많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울룰루가 가까워질 무렵 피로감을 느꼈지만 딱히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흥분했다고 입을 모았다. 울룰루가 예상보다 더 거대했다거나, 더 완벽한 형태였다거나, 혹은 마음속으로 그렸던 인상과 어느 면에서 달랐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그것은 예상했던 바로 그 모습이었다.
P346
울룰루는 지질학계에서 보른하르트(Bornhardt)라고 일컫는 구조였다. 보른하르트는 내후성 덕분에 주변 모든 것이 풍화되어 사라질 때 남은 바윗덩어리다. 보른하르트는 그리 드물지 않지만(데블스마블도 일종의 소형 보른하르트다) 지구상 다른 어떤 곳에도 이처럼 극적이고 고독한 장관 속에 남거나 보기 좋게 매끄러운 대칭을 이루는 바윗덩어리는 없다. 수백억 년이나 된 바위다.
P361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은 자연의 모든 반전, 즉 극악한 가뭄과 무차별적인 홍수, 목마름의 공포와 피할 수 없는 굶주림을 견뎌낼 수 있다. 그러나 문명을 견디지 못한다.”
<애버리저니의 소멸 – 데이지 베이츠>
P 373
오스트레일리아의 다양성에서 더욱 뚜렷한 두번째 요소는 고립이다. 5000만 년동안 섬으로 고립된 덕분에 수많은 경쟁을 거쳐 고유한 생명체를 보존하고 그중 일부(식물계에서는 유칼립투스, 동물계에서는 유대류)가 독특하게 번성하는 환경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종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는 오스트레일리아 ‘내부에서’ 오랫동안 이어져온 고립이다.
데이비드 애튼버러는 <식물의 사생활>에서 오스트레일리아의 한쪽 귀퉁이에 “최소한 1만 2000종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그 중 87퍼센트는 세계 다른 지역에서 자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P380
현재 상황을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덧붙이자면, 오스트레일리아는 세계에서 가장 나무가 적은 대륙이다.(물론 남극은 제외하고) 하지만 이와 동시에 세계 최대의 목재 수출국이기도 하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나무가 무척 적다는 사실과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목재 수출국이라는 사실 사이에는 수학적인 모순이 있는 것 같다.
P384
어쨌든 이 제한된 구역에 오스트레일리아 바깥세상에서는 아무도 들어본 적 없는 지구상에서 가장 희귀하고 거대한 나무들이 독특하고 완벽하게 아름다운 숲을 이룬다는 사실이 경이로워 보였다. 이런 모습이야말로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는 기적으로 가득한 오스트레일리아의 한 단면이라 할 것이다.
P398
스트로마톨라이트는 모든 생명체가 표면에 머물고 있으며 사람들이 바라보는 부분은 대부분 이미 죽은 이전 세대의 덩어리라는 점에서 산호와 비슷하다. 세심하게 관찰하면 형성 과정에서 연속적으로 위로 올라오는 작은 산소 기포를 이따금 볼 수 있다. 이는 스트로마톨라이트의 유일한 재주다. 그다지 대단하지는 않지만 그것이 이른바 생명체가 존재하도록 만드는 요소다. 기포를 생성하는 것은 시아노박테리아라는 조류 같은 원식적인 미생물이다. 바위 표면에 살면서(1제곱킬로미터 면적에 약 30억개 개체가 존재한다) 제각기 이산화탄소 분자와 소량의 태양 에너지를 포착해 결합함으로써 존재하려는, 그러니까 살아가려는 상상하기 어려운 소박한 야심을 충족시킨다. 이 단순한 과정의 부산물이 미세한 산소거품인 것이다. 그러나 오랜 기간에 걸쳐 호흡하는 스트로마톨라이트를 충분히 확보한다면 세상을 바꿀 수있다. 20억 년 동안 이는 지구상의 유일한 생명체였다. 이 기간 동안 스트로마톨라이트는 대기 중의 산소 함유량을 20퍼센트까지 증가시켰다. 이로써 훨씬 더 복잡한 다른 생명체, 이를테면 내가 발전할 수 있었다. 나는 진심으로 고마웠다.
▶ 인생에는 몇 번의 터닝포인트가 찾아온다고 한다. 아마 나에게는 미국으로 떠난 일이 그러했을 것이고 두번째는 산티아고 순례길로 떠난 일 그리고 세번째는 호주로 떠나간 일이 그랬을 것이다. 황량한 땅 위에서 스스로를 바라보는 일은 너무나도 고독하고 숨막히듯 외로웠지만 언젠가부터 그 외로움들이 아름다워지기 시작했다. 외로움을 아름답다고 표현하기까지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고 그리고 그 수많은 아름다움의 조각들을 남겨두고 떠나오는 것이 나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지만 동시에 그래서 떠나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여전히 그 풍경들을 생각하면 심장 한 켠이 아파오는 건 끝없는 길 위에서 만난 내 모습이 아름다웠기 때문인걸까 아니면 그 곳에 남겨두고 온 마음이 있기 때문인걸까 나는 가끔 생각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