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공식 :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에게는 삶의 모토가 되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입니다.
삶이 아무리 거칠고 힘들지라도 저 공식 하나만 믿고 있으면 결국 그렇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게 좋은 결과가 돌아가는 일을 지켜보는 건 너무나도 감사하고 기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삶의 공식이, 또 희망을 가지고 사는 일이 결코 헛된 바람이 아님을 깨닫게 해 주기 때문이다.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지 못한다는 빛을 잃어버린 속담 앞에서 청춘들은 사회에 나가기 전 꿈에 대한 설렘보다 좌절을 먼저 맛보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움 속에서도 꿈을 이뤄낸 사람들의 모습은 간절함에 대한 증거이자 포기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된다.
요즘은 꿈을 포기하지 않고 어렵게 그것을 이뤄낸 사람들을 자주 브라운관에서 만나게 된다. 꼭 외모가 출중하지 않더라도 그들이 가지고 있는 순수한 열정과 꿈을 쫓는 바지런함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기에 사람들은 시상식에서 그들이 흘리는 감사의 눈물에 감히 뜨거운 박수를 보내게 되는 것이다. 극 중에서와 무척이나 상반되는 시상대 위 인간적인 면모야말로 그 사람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장면이기에 사람들은 그 인간적인 배우에 열광할 수밖에 없다. 물론 진정한 '때'를 위해 그들이 오랜 시간 동안 스스로를 단련했음은 당연지사일 것이다. 그들이 출연했던 또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연극과 영화들을 훑어보면서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그들이 지나온 시간들을 또 그런 그들의 열정을 믿어주고 응원해준 가족들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가야 할 곳을 잊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도착하게 된다는 말이 결코 흘러가는 이야기가 아님을 그들이 보여주었다.
지난밤, 오래간만에 남편과 함께 TV 앞에 앉았다. 채널을 돌리던 중 우리는 아름다운 초원이 펼쳐진 장면에서 멈추게 되었고 그곳이 바로 우리가 '언젠가'라는 수식어를 붙이곤 했던 뉴질랜드 남섬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뉴질랜드 남섬은 지금껏 내가 가본 여행지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였다) 집사부일체에서 이승기와 양세형이 찾아간 곳은 바로 뉴질랜드에서 유학생활을 하는 사부를 만나기 위함이었는데 경비행기를 타고 그들 앞에 나타난 사람은 다름 아닌 달인 '김병만'씨였다. 하늘을 날고 싶다는 꿈을 위해 영어를 공부하고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 나이가 결코 꿈을 이루는 걸림돌이 아님을 보여준 사람이 바로 그였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변명과 핑곗거리 앞에서 매일 하지 않을 이유들을 찾고 있었던 것일까. '시간이 없어서', '일이 너무 힘들어서', '돈이 없어서'.. 꿈도 사랑처럼 꼭 그 사람이어야 하는 단 한 가지의 이유가 그렇지 않은 이유 아홉 가지보다 크다면 그것을 선택하는 것이 후회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는 누군가의 이야기와 닮아있는 것만 같았다.
사실은 바로 나부터도 하지 않을 이유들을 찾으며 꿈을 쫓지 않은 것에 대한 정당방위를 하며 살고 있었다. 호주에서 돌아와야만 했던 이유, 그 일을 하지 않았어야 되는 이유 같은 것들 말이다. 나는 김병만 씨의 빼곡한 노트 앞에서 부끄러워졌다. 도전에는 끝이 없다는 말을 아주 오래 잊고 살았는데 그로 인해 잊고 있던 문장 하나를 새로이 되찾은 기분이었다. 새로운 것들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꿈꾸며 열정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의 삶을 감히 함부로 평가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와인을 홀짝이며 곁에 앉아 브라운관을 들여다보고 있는 남편의 모습을 바라봤다. 오늘은 힘들었지만 내일은 조금 더 괜찮아질 거라고 믿고 있는 사람, 그리고 바래지 않는 열정으로 매일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는 남편이 그들과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을 했다. 비록 지금은 남루하고 가진 것이 없지만 도전을 멈추지 않고 긍정적인 말을 담고 사는 사람에겐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거라고 믿으며 나는 오늘도 내가 한 선택이 옳았다는 확신을 가졌다.
나는 내일이 더 궁금해지는 사람과 함께 미래를 꿈꾸는 중이다.
만약 자신의 삶을 긍정하고 자신이 이룬 것에 만족한다면
그 인생은 이름이 남든 그렇지 않든, 그에 상관없이 훌륭한 인생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 중에서 / 유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