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복싱 _ 반복은 사람을 성장하게 한다.
아무튼, 복싱 _ 자존감을 키우는 습관
살아남기 위해서 욕망을 견뎌내는 것은 특히 중요하다
/ 파퀴아오
복싱을 시작한 지 벌써 4주 차가 되었다.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 배웠던 복싱의 기본기 그리고 체력과 비교해보면 약 65% 정도 회복이 된 상태. 등과 어깻죽지가 무거운 벽돌을 하나씩 메달아 둔 것처럼 무겁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복싱장으로 향하는 건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이다. 적어도 이 것 하나만큼은 스스로와 타협하지 않고 해나가고 싶다는 의지가 벌써 4주 차에 접어들었다. 줄넘기는 여전히 엉성하지만 이젠 3세트를 다 뛰고 나더라도 복싱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체력이 길러진 상태. 노력 한만큼 쌓여가는 체력을 스스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이따금은 감격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집에 돌아가서도 무언가를 열심히 할 수 있을 정도의 체력이 되기 위해서는 아직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바이다.
오늘은 문득 올려다본 체육관 천장 언저리의 모니터에서 익숙한 이름의 사람들을 마주했다. 복싱을 잘 모르더라도 이름은 익히 들어봤을 사람들을 말이다. 메이웨더, 타이슨, 파퀴아오 같은 이름표를 달고 나온 이들은 덤덤한 표정으로 링 위에 올라 몇 번이고 반복되는 경기를 이어갔다. 급격히 지쳐가는 상대와는 달리 땀 몇 번을 쓱 훑고 다시 링으로 향하는 모습을 보면 존경스러움이 밀려온다. 관장님과 겨우 한 세트를 훈련했음에도 바닥에 드러누워 버린 나와는 달리 화면 속의 그들은 감히 상상하기 힘든 체력과 정신력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성공은 매일 반복한 작은 노력의 합이다
/ 로버트 콜리어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링 위에 올라 3분이라는 시간 동안 경기를 하고 30초의 휴식 시간을 가진 뒤 다시 3분 그리고 또 다른 3분을 진지하게 경기에 임한다. 12세트 그러니까 36분이라는 시간 동안 링 위에서 상대를 넘어뜨리기 위해 정신력으로 승부수를 보는 대단한 운동이 바로 복싱인 것이다. 잠시라도 집중력이 흐트러진다면 상대의 주먹을 맞고 완벽하게 KO상태가 될 수도 있다. 엄청난 힘이 담긴 주먹을 맞을 때마다 얼굴이 퉁퉁 부어오르는 이들을 볼 때면 나도 모르게 줄넘기를 쥐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가기도 한다. 경기장을 둘러싸고 있는 관중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가 주먹을 날릴 때마다 환호성을 지르는데 이기는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반대편에는 패배한 사람이 있는 삶의 모습은 복싱과도 꽤 많이 닮아있는 것만 같았다.
나는 매일 줄넘기가 끝나면 전신 거울 앞에 서서 기본 동작을 두세 번 반복한다. 지겹도록 훈련 중인 ‘쨉’이나 ‘훅’ 또는 ‘어퍼’ 같은 동작들도 쌓이다 보면 지금과는 다른 무게를 가지는 것 같기도 하다. 매일 같은 자세를 반복하는 일은 정말 외로운 자신과의 싸움이지만 체육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꾀 한번 부리지 않고 묵묵하게 해나가고 있다. 이를 지겹도록 반복하는 것은 그것들이 온전히 몸에 익혀질 때까지 트레이닝을 하는 것이기도 하거니와 실전에서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해 빠르게 다음 동작들을 치고 나가는 순발력을 위함이기도 하다. 자신과의 타협점이라곤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사람들을 볼 때면 나는 조금 숙연해지고 만다. 그들에 비해 한참 (아주 아주 아주 한참) 초보인 나는 관장님과 매일 링 위에 오르는데 관장님이 선창 해주시는 동작들을 관장님이 끼고 있는 글러브 위로 옮기는 훈련을 한다. 내 머리 위에서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는 이들은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사람들이지만 그들 역시도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지금 내가 겪고 있는 과정을 아주 오래전에 지나쳐 갔을 거라는 생각이 드니 조금은 외롭지 않은 기분이 된다.
지겹도록 거울을 보고 연습한 동작들을 관장님과 링 위에서 옮기고 나면 다음은 홀로 샌드백을 치는 시간이다. 누군가가 보고 있지 않지만 관장님이 숙제처럼 내주신 "샌드백 2회"라는 주문을 입력하고 나면 적어도 스스로 견딜 수 없을 만큼 숨이 차오를 때까지 샌드백을 친다. 3분이라는 시간 동안 샌드백을 치는 것이 최대 목표라면 아직은 온전히 3분을 훈련으로 채우기 어렵지만 30초, 40초, 50초 그리고 1분 30초까지 견딜 수 있는 체력으로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매일 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있지만 그 속에서도 아주 미미하게 스스로가 변화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이 작은 변화에서 기쁨을 찾게 된 것이 아마 내가 복싱에 매료된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