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대체로, 가난해서

흙수저로 태어난 우리가 현실을 살아가는 법

by Jessie
KakaoTalk_Photo_2021-07-19-17-39-41.jpg @대체로 가난해서


몇 년째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 마음이 답답할 때면 글을 쓰던 습관이 남은 탓에 기분이 좋을 때보다는 우울하거나 답답할 때마다 화면 앞에 앉아 글을 쓰는 스스로를 자주 찾아보게 되곤 한다. 1년 반 전, 신림과 상수동에서 글쓰기 수업을 들으며 기쁠 때보다 우울하거나 슬플 때 글을 쓰게 되는 것이 나만의 고질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사람은 기쁠 때는 내면의 감정들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지만 우울해지고 슬퍼져서야 혼자만의 공간으로 들어가 마음을 들여다볼 여유가 생기는 모양이다.



지난해에는 서울살이를 하며 비로소 마주하게 된 나의 '가난'에 대해 자주 생각하고 또 글을 썼었다. '가난'이라는 단어가 쑥스러워 차마 입 밖으로 꺼내본 적은 없지만 컴퓨터의 하얀 화면 앞에 앉으면 '가난'도 나에게는 부끄러움보다는 무기가 되는 용기가 생긴 이유에서였다. 그래서였을까, 꽤 두둑한 자신감으로 응모했던 브런치 공모전에 낙방을 했을 때는 자존감을 회복하는 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남편이 공유해 준 브런치 공모전 수상작 중에서 나처럼 '가난한 삶'을 써내려 간 작가님의 글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그리고 이 책이 바로 그 공모전 당선작인 '대체로 가난해서'이다.








KakaoTalk_Photo_2021-07-19-18-53-55.jpg @대체로 가난해서


작가님의 글을 읽으면서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나의 '가난'을 곱씹었다. 하고 싶은 일을 위해 호주에 머무르면서 하루 한 끼를 컵라면 하나로 허기를 채웠던 기억이 아주 생경하게 남은 덕분에 서울에 돌아오고서도 햇빛조차 들지 않는 고시원에서 꿋꿋하게 살아남을 수 있었다. 지금은 남편이 된 이와 좁디좁은 집에서 살림을 시작한 것도, 치과 치료 금액을 듣고 몇 번이고 치료를 뒤로 미루던 습관도, 에어컨과 전기세를 걱정하는 습관에서도 나는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이며 책을 읽었다. '가난'을 앞에 두고 본 적도 없는 작가님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사실이 꽤 위로가 되던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나만 이렇게 사는 게 아니었구나'하는 안도감과 위안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것만 같다)



작가님과 나의 큰 차이 몇 가지를 기술해보라고 한다면 나는 제일 먼저 우리 부부 사이에는 '책임져야 할 존재'가 둘씩이나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싶다. 우리 둘 입에 풀칠하기도 어렵지만 어쩌다 보니 아이도 가졌고 반려동물도 책임지고 있다. 덕분에 우리가 입을 옷이나 속옷, 가방들은 대게 낡고 오래된 것들이지만 대신 우리는 그에 상응하는 혹은 그보다 더 큰 행복을 느끼며 사는 삶에 가치를 두기로 했다. (지금은 엄마 집에 얹혀살며 다음 전셋집을 구하는 중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큰 차이를 이야기하자면 (아마 이 차이가 공모전에서 내가 낙방을 한 이유가 아니었을까 조심스레 짐작해본다) 작가님의 글에는 감정보다는 객관적인 사실과 덤덤한 문체가 가난을 서술하고 있지만 나의 글에는 지나치게 감정이 묻어났다는 점이다. 아무리 가슴 아픈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 감정은 글을 읽는 독자가 소화해야 하는 몫이기에 우리는 늘 여지를 남겨 둘 필요가 있다.



'대체로 가난해서'에는 가난을 지나치게 슬프게 표현하거나 아프게 써 내려가지 않았다. 단지 금수저나 은수저로 태어나지 못한 '우리'들이 직면해야 할 현실에 대해 객관적이고 덤덤하게 써 내려갔을 뿐이다. '가난'이 결코 당당하진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은 삶'이라고 받아들이며 살 수 있는 삶의 자세가 이 책의 포인트이자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이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 어느덧 '그럭저럭' 현실에 맞춰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삶이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었다. '대체로 가난하지만 대게는 행복하게 산다'라고 나는 이 책의 감상을 마무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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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선택들은 결국 더 행복하고 싶다는 의지이기 때문에


- '대체로 가난해서' 18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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