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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e Jul 02. 2022

113화. 애개여행의 현실

제시의 어설픈 육아 그림일기

 아기를 가지기 전에는 이따금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서 개와 아기를 함께 키우는 사람들의 삶을 어렴풋이 동경하기만 했습니다. 외국에서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강아지와 아기 공동 육아가 무척이나 다정하고 따뜻해 보였기에 저 역시 그런 삶을 꿈꿨지만 현실로 마주한 애개육아(아기+강아지)는 사진에서 봐왔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아기와 강아지가 다정하게 누워있는 로망이 1이라면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잔뜩 지쳐 고개를 흔드는 모습이 9 정도랄까요.


 20대에는 배낭 하나를 걸쳐 메고 샌프란시스코, 필라델피아, 산티아고 순례길 그리고 호주의 말도 안 되는 10인실 남녀 혼숙 백패커스까지 흘러 흘러 다녔고 배가 고플 땐 가장 저렴한 바게트 빵 하나로 아침, 점심을 때우고 한인민박집에 돌아가 저녁을 먹거나 2불짜리 컵라면으로 허기를 채우던 기억이 납니다. 그 시절에는 그저 누울 수만 있다면, 배만 채울 수 있다면 무엇이든 괜찮았던 젊음이었는데 이제는 아기를 생각하면 조금은 깨끗한 곳에서 그리고 강아지까지 받아주신다면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여행을 합니다. 대한민국 어딘가에서 애개육아를 열심히 하고 계신 엄마, 아빠를 생각해서 저희가 머문 자리를 깨끗하게 정리하는 펫티켓도 잊지 않으며 여행을 이어가는 중이랍니다. 






 


 강아지와 함께 일 때는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 곳인지를 제일 먼저 확인해야 했고, 아기가 생긴 이후로는 노 키즈존인지 아닌지를 늘 확인하곤 합니다. 제주는 강아지에게 좀 더 관대한 편이어서 함께 갈 수 있는 곳들이 많았지만 9개월 차 아기가 옹알이를 시작하면서 남들에게 행여나 피해를 줄까 봐 많은 시간들을 야외에서 보내곤 했습니다. 4월의 제주는 너무나 아름다워서 유모차를 끌고 판포리 동네를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벅차오르는 것 같았답니다. 잔뜩 신이 나서 앞장서는 심바의 뒷모습을 보는 일도, 유모차 손잡이를 붙잡고 제주도 돌담길과 바람에 일렁이는 청보리를 유심히 보는 샛별이의 모습에서 행복이라는 것은 분명 멀리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여러 선택지를 제외하고 나면 네 식구가 함께 갈 수 있는 곳이 한정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넷이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제주에서의 한 달은 충분히 아름답고 따뜻한 시간이었습니다.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분명 너무나도 많지만 이 작고 귀여운 생명들이 주는 행복은 아마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 아닐까요. 







@너희와 함께여서 너무나 행복한 엄마가 


좋아요 ‘구독’ 그리고 따뜻한 댓글을 남겨주시는 모든 분들 덕분에 오늘도 글을 씁니다:) 


인스타그램

그림일기 @jessie_evenfolio

http://www.instagram.com/jessie_evenfolio/


아직 철들지 않은 30대.

걷고 마시고 새로운 사람과 이야기 나누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

손으로 써 내려가는 것들은 모두 따뜻한 힘이 있다고 믿는 사람.

그래서 여전히 쓰는 일을 멈추지 않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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