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ssie Jan 03. 2023

130화. 일 년이면,

제시의 어설픈 육아일기

 케케묵은 한 해가 가고 새로운 해가 밝았습니다. 아이가 없었을 땐 연말이면 보고 싶은 사람들과의 약속들로 늘 설레곤 했었는데 엄마가 되고 나니 연말을 느낄 겨를도 없이 시간이 흐른 기분입니다. 한 해동안 무엇을 했는지,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목표로 했던 것들 중에서 어떤 것들을 이루고 어떤 것들을 이루지 못했는지를 채 반성하기도 전에 새해를 맞이하게 되니 올해는 계획 없이 보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도 12월 31일 낮에는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혼자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여유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리 길진 않았지만요. (긁적..) 오랜만에 혼자 그리고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한 해동안 찍었던 사진첩을 열어볼 여유가 생겼지요. 1월부터 12월까지 빼곡히 담긴 사진첩을 보면서 샛별이가 얼마나 많이 컸는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고, 사진첩의 8할이 샛별이로 가득 찼다는 사실을 또 우리가 그동안 참 많은 도전을 해왔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이를 먹으면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일이 점차 어려워진다고 들었는데 그래도 아직 우리는 청춘의 시간을 보내고 있노라며 남편에게 심심한 위로를 건네보는 바입니다.






 1년은 꽤 짧은 듯 보이지만 사진첩으로 들여다보니 까마득하게 긴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아이를 키우느라 정신없이 지내는 틈 속에서도 매일 강아지와 함께 열심히 산책을 다녔고 할머니댁을 열심히 오가며 봄의 정령들이 뿌려놓은 새싹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고요. 사진첩에는 계절이 흘러가는 모습과 함께 샛별이가 자라는 성장 과정이 가득 담겨 있어서 보는 내내 마음이 뭉클해졌답니다. 저였다면 절대 상상하지 못했을 제주 한 달 살이는 시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니 무모했지만 너무도 잘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덕분에 박스 다섯 개 덜렁 들고 베트남 살이를 시작할 수 있었거든요.


 결혼 3년 차, 그와 만난 지 6년째.

호주에서 다시 한국에 돌아와 서울에 정착했던 날을 떠올려 봅니다. 신대방역 근처의 작고 낡은 원룸에서 시작한 우리였지만 돌아보면 그때 나란히 누워 이야기했던 꿈들을 하나씩 이루며 살아가는 중입니다. 마흔이 되기 전에 해외살이를 하자는 그의 다짐이 벌써 지켜진 걸 보면 앞으로의 날동안 우리는 꿈꾸던 것들을 얼마나 더 이룰 수 있게 될지 두근거리기도 합니다. 예상보다 더 힘든 해외생활에 이따금 눈물을 훔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올 한 해는 제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이 한 뼘 더 행복해지는 시간이길 바라봅니다.

해피뉴이어 :)


 





 

매거진의 이전글 129화. 문득, ‘그런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