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ssie Jan 10. 2023

131화. 마음을 채우는 방법

제시의 어설픈 육아일기


 베트남에 오고 네 달이 지났습니다. 적응하느라, 새 집을 구하느라, 육아하느라 정말 하루 24시간이 모자라게 지난 네 달을 보낸 듯합니다. 남편 역시도 회사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던 터라 주중이면 늘 바쁘고 핸드폰을 들고 사는 중이었지요. 그 와중에 심바의 산책 또한 빼놓을 수 없으니 하루를 온통 가족들을 위해 쓰고 나면 늦은 밤 혼자 소파에 앉아 텅 빈 마음을 들여다볼 때가 많았습니다. 정작 나를 위한 시간은 어디에도 없으니 마음이 헛헛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엄마’ 이전에 ‘나’는 어디에 있는 걸까를 오래 고민하던 시간들이었습니다.





 

 미라클 모닝을 시작했습니다. 하루  온전히 무언가를   있는 시간은 아이가 잠들었을 때니까요.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영어 문장 필사를 하고 책을 읽고 여섯  언저리에 심바와  둘이 산책을 하는 것만으로도 무료하고 헛헛했던 삶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오롯이 나를 위한 일을 하는 즐거움이 무엇인지도 다시 알게 되었고 말입니다. 남들이  일어나지 않은 시간에 식탁에 앉아 사각사각 글자들을  내려가는 일은 꽤나 낭만적인 기분에 빠져들게 합니다. 타인보다  하루를 마주하며 부지런하게 살아가고 있는 스스로가  마음에 들기도 하고 말입니다. 새해가 되고 벌써  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30분이라는 시간동안   있는 일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침형 인간이 된다는 것은 이렇게나 매력적인 일입니다. 물론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육아로 인해 일찍 일어나지 못했을 때 스스로를 너무 자책하지 않는 것입니다. 아이가 낮잠을 자는 시간을 이용해 아침에 채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해낼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이따금 혼자였을 때는 마음껏 할 수 있었던 일들을 왜 그때는 하지 못했을까 생각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한정된 시간 속에서 마주하게 되니 절실함이 더해지는 기분입니다. 결혼을 하고 남편과 함께 적었던 버킷리스트를 떠올리면서 올 해는 꼭 무언가를 이뤄보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텅 비었던 마음이 갑자기 든든해진 것만 같습니다. 나를 위해 한 시간 일찍 하루를 시작했을 뿐인데 말입니다.






@ 20대 초반 철부지일 때 썼던 아주 날 것의 버킷리스트
매거진의 이전글 130화. 일 년이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