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의 어설픈 육아일기
베트남에 오고 네 달이 지났습니다. 적응하느라, 새 집을 구하느라, 육아하느라 정말 하루 24시간이 모자라게 지난 네 달을 보낸 듯합니다. 남편 역시도 회사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던 터라 주중이면 늘 바쁘고 핸드폰을 들고 사는 중이었지요. 그 와중에 심바의 산책 또한 빼놓을 수 없으니 하루를 온통 가족들을 위해 쓰고 나면 늦은 밤 혼자 소파에 앉아 텅 빈 마음을 들여다볼 때가 많았습니다. 정작 나를 위한 시간은 어디에도 없으니 마음이 헛헛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엄마’ 이전에 ‘나’는 어디에 있는 걸까를 오래 고민하던 시간들이었습니다.
미라클 모닝을 시작했습니다. 하루 중 온전히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은 아이가 잠들었을 때니까요.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영어 문장 필사를 하고 책을 읽고 여섯 시 언저리에 심바와 단 둘이 산책을 하는 것만으로도 무료하고 헛헛했던 삶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오롯이 나를 위한 일을 하는 즐거움이 무엇인지도 다시 알게 되었고 말입니다. 남들이 채 일어나지 않은 시간에 식탁에 앉아 사각사각 글자들을 써 내려가는 일은 꽤나 낭만적인 기분에 빠져들게 합니다. 타인보다 긴 하루를 마주하며 부지런하게 살아가고 있는 스스로가 꽤 마음에 들기도 하고 말입니다. 새해가 되고 벌써 두 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30분이라는 시간동안 할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침형 인간이 된다는 것은 이렇게나 매력적인 일입니다. 물론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육아로 인해 일찍 일어나지 못했을 때 스스로를 너무 자책하지 않는 것입니다. 아이가 낮잠을 자는 시간을 이용해 아침에 채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해낼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이따금 혼자였을 때는 마음껏 할 수 있었던 일들을 왜 그때는 하지 못했을까 생각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한정된 시간 속에서 마주하게 되니 절실함이 더해지는 기분입니다. 결혼을 하고 남편과 함께 적었던 버킷리스트를 떠올리면서 올 해는 꼭 무언가를 이뤄보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텅 비었던 마음이 갑자기 든든해진 것만 같습니다. 나를 위해 한 시간 일찍 하루를 시작했을 뿐인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