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의 어설픈 육아일기
육아를 하면서 잔뜩 지쳐있던 마음에 대해서, 편하고 안락한 한국 생활을 내려놓고 언제까지 일지도 모를 베트남 생활을 본인 하나만 믿고 따라간 것에 대해서 나는 투정을 부리고 싶었다. 마음 편하게, 마음껏 사서 꾸리고 살 수 있는 것도 아닌 환경 속에서 어떻게든 긍정적인 것들을 찾아내려고 노력했던 것들에 대해서 말이다. (그리고 이런 변명을 하는 게 좀 웃기지만 그날을 앞두고 나는 꽤나 센치해져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역시도 익숙해지지 않은 베트남 생활에 적응하랴, 프로젝트를 끌고 가랴, 팀원들을 다독거리랴, 팀을 바꾸며 적응하랴 여유라고는 정말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을 만큼의 상황이라는데 있었다. 내가 그를 만난 지난 7년 동안 그는 정말 회사에 헌신적인 사람이었고 9만큼의 에너지를 그곳에 쏟고 나면 1만큼의 에너지도 육아와 집안일에 소진하느라 늘 소파에서 혹은 아이를 재우러 들어가서 코를 골며 잠이 들었다. 부부사이의 달달한 시간보다는 늘 허기를 채우기 위해 입으로는 밥을 먹으며 눈으로는 육아를 하느라 바빴다. 그가 아이를 재우며 잠이 든 동안 심바의 산책에서 돌아오면 거짓말처럼 자정이 찾아왔다. 그는 늘 최선을 다했지만 나는 마음 한편에 허기가 남아있었던 것 같았다.
엄마는 자주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해"라는 말을 하곤 했다. 그러고 보면 엄마는 내가 아주 어릴 적부터 일을 시작했다. 6시 30분이면 일어나 출근 준비와 함께 아침을 차리고 가족들 모두가 굶지 않는 모습을 보고서야 출근하는 일을 지금까지도 반복하고 있으니 분명 강한 사람임에 확실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남편과 처음으로 '헤어짐'을 염두에 둔 일주일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나 역시도 조금은 '엄마'의 모습에 가까워진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눈물을 닦을 시간에 '알바천국' 앱을 열어 아이를 돌보며 내가 할 수 있을만한 일이 무엇이 있을지를 며칠 내내 찾아보았고 마음을 다독거리기 위해 책을 읽었다. (마음이 힘들 땐 그림책만큼 위로가 되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기도 했다!) 구겨져서 너덜거리는 자존감을 위해서는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찾기로 했다. 주말에는 엄마에게 샛별이를 잠시 맡기고 인근 유기견 보호센터로 향했다.(사실대로 말하면 육아하느라 쉬지도 못하는데 봉사를 간다며 등짝 스매싱을 맞을 것이기에 거짓말을 하며 늘 가고 있다.) 비록 엄마에게 샛별이를 맡기고 머무는 서너 시간 정도의 봉사지만 늘 반갑게 맞아주는 강아지들을 보면서 나도 마음의 위로를 많이 얻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얇디 얇아진 정신줄을 붙잡고 지내다 보니 그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을 때마다 사람보다는 책에서 위로를 얻게 된다.
마음이 도통 불안해서 혹은 지쳐서 긴 문장이 읽히지 않는다면 그림책을 권하고 싶다.
언제나 마음의 위로가 되어주는 '안녕달' 그림책.
몇 번이고 읽고 또 읽게 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