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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e May 14. 2023

당신의 말그릇은 어떤 모양인가요.

상담, 그 두 번째 이야기


 첫 번째 상담 그 후,


 그는 호치민으로 돌아갔고 나는 강아지 그리고 20개월 아이와 함께 고향에 남았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있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시간 동안 바지런히 남겨진 자의 몫을 사느라 바빴다. 매년 5월이면 찾아오는 강아지의 예방접종을 챙겼고 아이를 등원시키고 집으로 돌아오면 청소를 하고 밀린 설거지를 했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따뜻한 라떼를 시켜 카페에 머물며 일기를 쓰고 책을 읽었다. 그리고 아이를 재우다 잠들지 않는 밤에는 그와 영상 통화를 했다. 서로의 표정을 보지 않고 나누는 문장들은 때론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감정을 상하게 하기도 했으니까. 확실히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그것이  의미 없는 대화일지라도 우리가 가족이라는 사실을 일깨우게 했. 선생님께서 감정을 교류해 보라며 내주신 숙제는 얼어붙은 우리의 관계를 다독이는 촉매가 되어주었다.



 일주일 후, 남편 없이 혼자 상담 선생님을 만나러 갔다. 선생님께서는 지난 일주일 동안 내가 어떤 감정들이었는지를 물으셨다.


“남편을 공항에 내려주고 돌아오는 길에 뒤에서 아이가 아빠를 찾는데 갑자기 눈물이 터졌어요. 고속도로를 달려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눈물이 나서 주체가 안되더라고요. 슬펐어요.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리고 한동안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고 이야기도 하고 싶지 않아서 꼭 필요한 사람이 아니고는 연락을 하지 않고 지냈어요. 처음으로 느껴보는 무기력이자 우울이었던 것 같아요.”



그랬었군요. 지난 시간에 남편분께 들은 이야기를 떠올려보면 남편분은 책임감이 굉장히 강하신 분이었어요. 그리고 그것을 혼자 짊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셨던  같은데 그날 이곳에서 저와의 대화를 통해  책임감은 ‘함께짊어지는 것이라는 것을 스스로 달으시는 모습을 우리가 함께 지켜봤던 것 같아요. 상담의 순기능이 바로 이런 것이거든요. 제삼자인 저에게 각자의 마음에 담긴 이야기를 하면서 ‘ 사람은 저렇게 생각하는구나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거요. 상대가 대답을    모습을 바라보면서 객관적으로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보게 되는 거죠.” 



저도 지난 시간에 처음으로 남편이 ‘저를 호주에서 구해왔다라고 생각다는  알았어요.  부분에 대해 생각할 때가 있긴 지만 그리 큰 비중은 아니었거든요. 현실을 사느라 크게 의미를 둔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그 사실이 남편의 생각에 깊이 자리하고 있다는  그날 처음 알게 된 거였어요. 지난 상담을 통해서 깨닫게  것이지만 남편이라는 사람은 인정 대한 욕구가   같아요. 회사에서는 인정받는데  너는 나를 인정해주지 않느냐며 싸웠던 게 얼마 전에 극으로 치달아서 헤어지자는 말까지 나왔던 것이었거든요…”



사람에게는 저마다 분노 조절 스위치가 있어요. 부부가 함께 생활을 하면서 서로의 분노를 유발하는 스위치가 무엇인지를 인지하고 행여나 상대가 분노에 휩싸였을  그것을   있게 도와주거나 ,  사람이 스위치를 스스로 끄지 못한다면 꺼주는 것이 바로 배우자의 역할이죠. 간혹 분노를 조절하는 스위치가 없는 사람도 있기도 합니다만.  당시에는 아마도 ‘인정 대한 부재가 남편분의 스위치를 건드렸던 게 아닌가 싶어요.

 우리는 때때로 감정을 분출하면서 지내야 해요. 압력밥솥을 보면 뚜껑을 열기 전에 미리 김을 빼주어야 하죠. 칙칙칙- 하고 말이에요. 크게 터져버리기 전에 스스로를 위해 그 감정을 배출하는 것도 꼭 필요하답니다.



 선생님의 말씀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남편의 스위치가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지 유추할 수는 없지만 돌이켜보면 분명 우리가 싸웠던 시작에는 그런 포인트들이  흩어져 있었다. 나는 몇 년째 나와의 약속을 가장 뒷전으로 두고 살고 있는 남편에 대한 불만이 쌓여 점차 ‘고맙다’ 거나 ‘수고했어’라는 말을 잃어갔고, 남편은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고 있는데도 다정한 말로 위로해주지 않는 나에게 화가 쌓였던 것이었다.




베트남에 다시 가는  내년 2 정도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중이에요. 처음 남편을 따라갔을  정말 별다른 준비 없이 6개월치 짐만 싸서 갔는데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던지, 인도로 주재원을 떠나는 친한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러면 안 되지만 정말  자신이 많이 초라해지더라고요. 단지 ‘가족이 함께 지내기 위해서, 거기 가면 생활비를 더 줄일 수 있다는 이유로 가는 게 맞나?’라는 생각을 매일 밤 했었어요. 아직 답은 내리지 못한 상태지만요. 내년에 다시 간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번에 가면   지낼  있게 남은 시간들을  보내보고 싶어요. 저도 여기서   있는 것들을 부지런히 해보려고요.”



남편 분께서는 부인분을 호주에서 구해왔으니 곁에 두고 지켜줘야 하고 챙겨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계셨는데 어쩌면 본인의 울타리를 벗어나서 자립적으로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게 불안하게 느껴지셨을  있을  같기도 하네요. 특히나 처갓집에서의 이슈가   있으셨기 때문에 그곳이 안전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신  같아요. 그래서 베트남이 환경적으로 육아를 하는데 어려움이 많지만 굳이 그곳에 가족을 모두 데려가려고 하시는 거죠. 아무쪼록 제가 보기에 부인분은 그래도 본인이 있는 곳에서   있는 것들을 찾아서 하려고 노력하며 점점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가시는 것 같아요.”



그리고  지난번에 선생님께서 질문 주셨던 부분인데 일주일 동안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저에게 충동적인 성향이 다소 있더라고요. 언젠가 엄마께서도 제가 아빠를 닮아서 욱하는 기질이 있다고 하셨고요. 남편과 저는 어쩌면 ‘아빠’라는 존재가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던 배경에서 비슷하게 자랐지만 남편은 아버지를 닮지 않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 끝에 아버지를 닮지 않은 사람이   같은데, 저는 아빠를 그토록 미워했으면서 결국 제일 싫어하던 부분을 닮은  같아요. 그런데요 선생님, 저는  아이에게는 이런 부분을 닮게 하고 싶지 않거든요. 저에게서 끝나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두려운 것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나의 모습을 아이가 닮는 일이었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오롯이 가지게 되는 기질이라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살아가면서 쌓아가는 삶의 태도와 생각에 있어서는 적어도 내가 아빠를 보며 가장 미워했던 모습들은 지우개로 흔적 없이 지워버리고 내가 가진 것들 중에 가장 예쁘고 아름다운 것들만 물려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두 분이 상담을 오신 결정은 그 부분에 있어서 정말 잘하신 일이라 생각이 들어요. 다른 건 몰라도 아이는 앞으로 부모님이 어떻게 갈등을 해결하는지를 보며 세상을 대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배우게 될 테니까요.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말그릇이  달라요. 누군가는 공격적이고 날카로운 말이 들어오면 오래 머금었다가 천천히 희석해서 돌려주지만 어떤 사람은 말그릇작아서 공격적인 말을 들으면  말들을 머금고 있을 공간이 없어서 바로 되돌려주기도 하죠. 어떤 이 말그릇은 어른이 되면 변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말그릇이라는 것은 계속 성장할  있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말그릇을 예쁘게 넓혀가는 연습이 누구에게나 필요한  같아요.  연습은 ‘ 위한 것이지만 가족을 위한 것이기도 해요. 결국 ‘내’가 행복해야 ‘가족’도 행복해지는 것이거든요. 그럼 우리 다음 시간에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요?”



 선생님과 두 번째 상담을 마치고 돌아왔다. 늘 상기된 마음으로 선생님을 만난 지라 짧은 시간 동안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나누었는지 모두 기억이 나진 않지만 몇몇 대화들은 마음에 오래 남아서 문장으로 남기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었다. 남편에게 들었을  날카롭게 날이 섰던 말들도 제삼자인 누군가의 입을 통해 들으니   차분하게 받아들여졌다. 이따금 선생님의 덤덤한 말씀에 귀가 빨개지기도 하고 콧등에 땀이 맺히기도 하고 눈물이 핑 돌기도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내가 꼭 지나왔어야 할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용기를 내서 상담실의 문을 두드린 지금의 시간을 꼭 현명한 선택이었노라며 스스로에게 격려를 건네는 날이 오길 바라며 다시 또 일주일의 시간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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