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Central Road
사막을 여행하다 보면 가장 그리운 것이 사람일 때가 있다. 사람에게 상처받고 아무도 없는 곳을 찾아 떠났건만 다시 사람이 그리워지다니 정말 기가 막힌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인간'이라는 단어가 그렇게 생겨났겠구나. 인간이라는 단어를 몇 번이고 곱씹으며 그것의 유래를 떠올려 보기도 한다. 최근에 읽었던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라는 책 중에서 호모 사피엔스가 지금까지 발견된 인류 중에서 가장 번화한 종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다정함'때문이었다는데 그들의 피가 나에게 흐르고 있어서일지도 모르고 말이다.
호주의 도심을 등지고 있는 땅이라 '아웃백'이라는 이름이 붙은 붉은 대륙은 지독하게 강인한 사람이 아니고는 견딜 수 없는 고독의 장소이다. 하루를 꼬박 달리는 중에 우리를 지나치는 차량을 10대도 채 보지 못할 때도 있다. 이따금 지도에 광산이 자리하고 있다는 흔적을 찾으면 부지런히 무전기를 켜 누군가의 음성을 듣는다. 그러면 멀지 않은 곳에 누군가가 밥을 먹고, 잠을 자며 살아간다는 사실이 위안이 되어 다시 여행을 이어갈 수 있게 된다.
이따금 캠핑장이 있는 로드하우스에 정차하지 못할 때면 어둠이 내리기 전에 서둘러 하룻밤 지낼 곳을 찾아야 한다. 그럴 때면 앞서 이 길을 지났던, 또 우리처럼 아웃백 한가운데서 잠을 청해야 했던 누군가의 흔적이 꽤나 반가워진다. 자동차 바퀴가 머물렀던 흔적을 찾아가 보면 텐트를 칠만한 반질반질한 바닥과 적당히 몸을 숨길 수 있는 장소가 나타나는데 누군가가 고민 끝에 정한 자리인 만큼 대게는 우리에게도 더할 나위 없이 포근한 안식처가 되어준다. 최소한의 손길이 닿은 곳에서, 은하수를 올려보다 까무룩 잠이 들고나면 밤 사이 낯선 발자국이 텐트 근처를 머물다 가기도 하는데 그 주인공은 바로 딩고. 개를 무척이나 닮은 딩고는 사막을 건너는 사람들을 좋아해서 사람들이 먹다 남긴 음식이나 사막 여행자의 물을 종종 탐낸다. 우습겠지만 사막에서는 딩고의 발자국조차도 반가울 때가 있다.
일주일이 넘는 시간 동안 붉은 흙먼지를 마시며 사막을 건너다보면 더러 자전거로 사막을 건너는 이를 만나게 되기도 하는데 그들은 볼 때마다 경외심이 든다. 여분의 자전거 바퀴와 오랫동안 사막에서 끼니가 될 것들을 챙겨 떠나는 여정이니 그 짐 또한 만만치가 않을 텐데 그들은 기꺼이 순례를 떠나왔다. 몇몇의 여행자를 만나 콜라를 건네기도 하고 대화를 나누기도 했는데 대게는 스스로와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떠나온 사람들이었고 마음에 품고 있는 문장이 더 많아 보였다. 나보다도 더 누군가의 흔적을 그리워했을 또 그리워하게 될 사람들.
아웃백에서는 종종 누군가가 남겨두고 간 흔적들을 만난다. 돌 위에 그려진 애보리진의 그림, 버려진 자동차에 빼곡히 새겨진 낙서, 나무에 매달린 짝 잃은 신발 같은 것들. 그런 것들이 나에게는 다시 누군가에게로 돌아가는 용기를 주었다. 이미 제 역할을 다해서 오래전에 빛이 바랬지만 누군가가 남겨두고 간 흔적들은 말했다. 우리는 비록 여기서 머물고 있지만 이 길을 지나는 이들에게 잠시나마 기쁨이 되고 있노라고. 그러니 너도 꼭 너의 장소로 돌아가 그렇게 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