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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넓고도 좁다!

호치민 사는 아줌마의 그림일기

by Jessie
@evenfolio



남편이 나에게 신기해하는 부분이 몇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신기하게도 아는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는 것이다. 물론 발이 넓은 사람이라면 그럴 수 있노라 하겠지만 제주에서 대학을 나온 내가 무작정 강원도행 야간열차에 몸을 싣고 해돋이를 보러 갔을 때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교양수업을 같이 들었던 얼굴만 아는 미대언니를 만나서 함께 경포대를 여행하고 왔다던지(그전까지는 서로 얼굴만 알던 사이였지만 동이 트는 것을 기다리며 순식간에 친해졌다), 지하철 3호선에서 각기 다른 인연 (호주에서 손님으로 만났던 분 그리고 대학교 선배언니)을 동시에 마주친다던지, 한강이 보이는 구간을 덜컹거리며 지날 때 우연히 옆에 서 있는 사람이 함께 촬영을 나갔던 카메라 감독님이라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던지, 지하철 환승구를 지나며 친하게 지내던 선배의 절친을 마주치는 그런 일들. 대학 인맥들이 제주에서 비롯되었음을 생각해 본다면 서울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일은 꽤나 ‘운명’ 같은 일에 속한다. 남편에게는 단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는 일이라고 하는데 나로서는 이런 일들을 꽤나 자주 겪게 된다. 그리고 웬만해선 지금까지 내가 해오던 일들도 모두 누군가의 소개로, 추천으로 시작된 것들이고 말이다.


또 가끔은 그런 일도 일어난다. 오랜만에, 정말 아주 오랜만에 지인의 연락이 왔는데 혹시 ‘누구누구’를 아느냐는 카톡. ”어? 알고 있어요 “라는 말과 함께 이어지는 짧은 안부와 얼굴 한 번 보자는 약속. 그리고 웬만해서 그렇게 이어진 연락은 꼭 한번 그 사람을 만나게 하니 이런 일들도 모두 인연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시절인연으로 끝나고 마는 사이도 있지만, 때론 이렇게 시절인연이 다시 이어지는 경우도 존재하는 법. 지구 저 멀리 다른 나라에서 맺은 인연이 어떻게 돌고 돌아 호치민까지 이어지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세상은 요지경이고 결국 인맥이라는 것은 나에게 좋은 길을 인도해 주게 되리니. 호치민에 있는 5개월 동안에도 벌써 세 번이나 ‘건너 건너 아는 사람’에 대한 이슈를 마주하며 오늘도 나는 ‘착하게 살자’라는 주문을 나에게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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