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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할머니가 되고 싶어!

호치민 사는 아줌마의 그림일기

by Jessie


취향의 정원을 가꾸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는 사람이고 싶어요. 취향을 가꾼다는 것은 나의 마음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끊임없이 탐구하는 사람이고, 나의 마음을 탐구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나다운 삶을 살고 있을 확률이 높으니까요. 어디서든 이 말을 자신 있게 하고 싶어요.

“저는 제 마음이 원하는 방향을 잘 찾는 사람이에요.”

‘기록이라는 세계’ / 리니



아주 오래전, 필라델피아를 여행하며 비니에 백팩을 메고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지나는 중년의 어른을 만난 적이 있다. 누군가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삶.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꼭 저런 모습으로 나이 들어가야지 생각했었는데, 한국에서는 그리고 시골에서는 그런 일들이 꽤나 쉽지 않았다. 호치민에 와서는 나를 아는 사람도 없거니와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며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는 일이 자유롭다. 배꼽을 드러내고 다니든, 양말을 짝짝이로 신든 나의 선택이 더 가벼워졌다. (그래서 이곳에서 만난 외국인 친구들은 내 나이를 듣고 늘 놀란다. 예의상인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취향이라는 것을 찾아가는 여정이 더 즐겁다. 한국에서는 쉽게 시도해보지 못한 것들을 이곳에서는 용기 내어해 볼 수 있으니 더 늦기 전에 해외에서 살기로 한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클라이밍장에서 만난 12살 터울의 친구와 카페에서 만나 각자의 일을 하고 사는 이야기를 나눈다. 일과 사업을 병행하는 그녀에게서 작은 영감을 받기도 하고, 언젠가 함께 협업할 가능성을 나누기도 한다. 웹 개발자로 전 세계를 유랑하며 디지털 노마드로 살고 있는 친구에게서는 삶의 다양한 모습을 듣고 한참 동안 감탄을 하기도 했다. (역시 IT 기술자가 최고인 것 같다. 기술을 좀 배워둘걸..)


취향을 열심히 찾아 헤매고 거기서 얻은 꽃씨로 자신의 정원을 소중하게 꾸려가는 사람들. 그리고 그런 사람들에게 나의 작은 삶도 영감이 될 수 있어서 무척이나 감사한 시간들이다. 이렇게 오래오래 살아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멋진 할머니가 되고 싶다.

80세에도 지금처럼 커다란 링귀걸이를 하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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