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고뇌
0. 시니어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좋아한다. 사회 초년생과 전무님, 상무님, 혹은 C 레벨들과의 1:1은 거의 서로 다른 행성인들의 대화다. 새로운 관점이 재미있기도 하고, 내 문제에 매몰되었다가 다시 거시적인 관점에서 환기할수 있어서 좋다.
미래에 저 사람을 뛰어넘는 리더가 되고 싶고, 그러려면 지금 어떻게 해야하는지 현재와 미래를 다시 점검하게끔 하는 존경할만한 윗사람이 있다는 건 행운이다.
0-1. 창업하고 인턴하고 삽질하며 깨지고 넘어진 다음 뒤늦게 졸업을 위해 막학기를 다니며 김욱영 교수님이 미디어제작현장 워크숍에서 실무 단의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는데 그때 아 이게 무슨 이야기인지 알겠다 하는 것들이 적지 않았다. 아마 내가 삽질 전 그 수업을 들었다면 그렇지 않았을 터였다.
말대꾸 많은 학생과 아프게 말하는 교수님의 합은 나름 괜찮았었던 걸 보면 그게 사실 하수를 (아주 조금) 벗어났다는 의미였었던 것 같다.
1. 오히려 회사에 들어오고 나서 올해 더 생각이 많아졌다.
5월에는 감정기복이 너무 커서 평상시처럼 웃고 떠들고 일하다가 갑자기 울었기도 하고 5월말이 될수록 자가검열하며 우울해졌던 것 같다.
내가 이런 거 하려고 이렇게까지 고생했는지 모르겠어,
라는 먼저 취업한 친구들의 푸념이 더 가까이 들려왔다.
1-1. 경쟁은 치열해지고 사회 변화는 가속화됬는데 경제 성장은 둔해졌다.
사회에서 언제까지 내 R&R을 요구할지,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고민됬다.
이 시대의 직장인이라면 다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내가 하고싶은 일과 할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의 가치가 계속해서 부딪혔다.
2. 30줄에 접어들어 처음 영업직으로 입사한 아빠는 바닥부터 시작해서
계속 공부하고 사람 만나고 반대를 버텨내며 결국 전무까지 갔다.
그땐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나이들수록 부모님이 생각보다 연약하며,
동시에 생각보다 대단한 사람임을 깨닫는다.
3. 최근 나를 피곤하게 하는 사람을 내 감정에서 철저하게 지웠고,
마음을 추스르며 작년 12월 인턴 파이널 PT때가 문득 생각이 났다.
전무님 앞에서 발표했는데 그때 전무님은 한가지 Task를 격파하는 습관을 들이라고 했다. 어영부영 묻어가려고 하지 말라고.
그러려면 목표가 있어야 하는데, 목표가 구체적으로 정확히 들어맞는 것이 아니더라도 나를 견인할 수 있는 Goal이 되어준다.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방향을 설정하고 그 목표에 정확히 이르지 않더라도 처음에 생각했던 레벨의 미션은 이룬다.
대담한 목표를 앞에 두고 있으면 준비를 하게 되고, 준비가 실력이 되고, 실력은 체력이 된다.
4. 최근 마음의 부침을 겪고 다시 나 자신으로 돌아오면서
현재의 고뇌와 미래의 걱정을 준비와 실력과 체력으로 이겨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애초에 걱정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도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