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재택근무 2주일이 되었습니다 재택에 지친 분들은 고개를 들어주세요
한국에서 거의 없던 문화인 재택근무/리모트 근무가 코로나 바이러스때문에 많아진 듯. 코로나 바이러스가 경제에 미치는 안좋은 점도 많지만 이 기회에 새로운 근무문화와 능동적 근로자라는 개념이 정착되는 순기능도 생겨났으면 좋겠다. 리모트 근무가 자리잡는 과도기인 지금 여러 직장인 커뮤니티에서 재택의 이런저런 웃픈 글이 많이 올라오는 것 같다.
재택'근무'를 그저 '재택'이라고 생각해서 오후 2시쯤일어나서 슬렁슬렁 하는 짤이라던지 /
온갖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보육 시설들이 임시 중단되면서 애기보면서 일하기 힘든 워킹맘들의 고충/
직원들을 믿지 않고 몇시간 단위로 일하는지 체크하는 전산팀 매니저 등등...
난 사실 재택하기 전이나 후나 똑같이 바빠서 그냥 그런가보다 살고 있다. 필요할 땐 회사 오후 출근하기도 하고 해서 사실 그닥 큰 차이는 못느끼겠음. 하지만 미팅 20분 미뤄진 김에 소소한 재택근무 전후 차이점을 정리해 봤다!
1. 커뮤니케이션에 들이는 시간이 많아짐
- 하루에 비디오챗 미팅만 몇개죠?재택 근무하고 총 근무시간이 더 길어진것 같은건.. 기분탓일까 ㅠ
화상미팅에 익숙치 않은 분들하고 화상미팅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려니 시행착오도 있고
서로를 위해 미리 자료로 다 전달해야 알아먹기가 서로 쉬움. 그래서 미팅 준비도 더 생각을 많이해야된다.
또 미팅 중에도 화면공유/화이트 보드 공유 해주고 말을 천천히 해야하고 하는 등등의 공수가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다.
또 급한 경우에는 20분 후 챗 되세요? 같은 식으로 급하게 참석하는 비디오챗 미팅도 있어서 업무 시간 확보가 더 어려울 때가 있음.
2. 그렇게까지 꿀은 아님
- 예전에 스타트업 다닐 때 리모트로 몇시간씩 근무한 적이 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난 일하려면 결국 화장 다하고 회사에 가기 위한 옷 다 입는다. 그래야 긴장도 되고.
집중하기 위해 위워크에 가거나 카페에 가거나 도서관에 가는데 그래서 엄청 편해지거나 이렇지는 않음.
외국계 회사의 특권으로 원래 좀 자유롭게 시간을 써서 그런건가 엄청 자유로워졌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원래도 은행이나 병원 같은데 외출하고 그만큼 연장근무를 하면 됬어서 그런데 느끼는 현장근무의 불편함은 없었다.
그리고 집에서 있다보면 난방비 가스세 수도세가 알게모르게 조금 더 나온다. 아무래도 핫스팟도 더 많이 쓰게 되는 것 같고?
3. 내 워크 스테이션이 그리워 질 때가 있음
-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난 딱 내 근무환경에서 일하는게 좋다. 메모페드와 내가 좋아하는 펜과 내사랑 듀얼모니터가 있어야 하는데.. 그리고 높낮이 조절되는 스탠딩 겸용 책상까지.
원래 집은 쉼을 위한 공간만으로 쓰자라는 주의라서 집에서 하면 최적의 상태가 아니다. 카페도 일주일에 한번 정도 환기할 겸 거기서 일할만 하긴 한데 어디까지나 내 워크스테이션이 아니라서 한계가 있음.
4. 조용하게 방해 안받고 일해서 좋긴 함
- 수시로 화상미팅이 밀려들지 않는 날에는 나 혼자 일하니까 조용하게 집중할 수 있다. 물론 이런날은 별로 없다ㅎ 자꾸 말걸거나 일주려고 하거나 하는 사람이랑 물리적으로 떨어지는 건 좋은 것 같음. 또 감정을 빼고 일하게 된다.
5. 출퇴근 시간이 없어지면서 바뀐 것들
- 요새 코로나 바이러스때문에 다니던 체육관이 휴관하는 바람에 새벽 배드민턴도 안간다. 출근 시간이 없어지니까 아침 잠은 40-50분 정도 늘었음. 이게 뭐라고 아침에 피곤한건 좀 덜하다. 물론 커피는 마셔야 되지만.. 대신 출퇴근 시간이 없어지니까 책읽는 시간도 줄고 팟캐스트를 잘 안듣게 된다 ㅠ
그리고 몸이 좀 안좋거나 컨디션이 안좋을땐 출퇴근하며 사람들이랑 부대끼지 않고 쉬게 되니까 너무 좋다. 재택 시행하고 그저 그랬는데 저번주에 컨디션이 저조하고 몸이 무거웠는데 재택의 장점을 알게 됨.
++ 총평 - 개인적으로 일주일에 한번 정도 재택하는 건 집중력 상 환기도 되고 그게 더 필요하다면 괜찮을 것 같음. 하지만 일주일 전체를 리모트로 일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특히 영업직은 ㅠㅠ 지금도 회사 외부/내부 사람들이랑 직접 대면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할 때가 분명히 있는데 지금 그게 아예 안되니까 좀 답답하다. 그리고 조직의 구성원 및 필요에 따른 컨택포인트가 투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내가 얼굴도 모르는 만나지 않았던 컨택에게 바로 연락해서 뭘 하자고 새로운 이니시에이티브를 진행하기가 좀 그렇다.
하지만 재택 근무를 하게 된다고 해서 어떤 사람의 생산성이 낮아지거나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원래 리모트로 일을 안하는 사람은 현장에서도 딱히 잘 안한다. 그냥 날 지켜보는 매니저나 주위 눈이 있으니까 조금 더 할 수는 있겠지만. 무튼 역할분배가 확실한 조직은 리모트로도 충분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