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ssie May 20. 2021

짝사랑을 위한 시

오랜만에 음악 칼럼 <아이유-마음>

성숙하고 세련되어진 스타일의 지금 아이유 노래도 좋지만 보다 청초하고 풋풋하던 시절의 아이유 노래는 그 시절 그 노래를 듣던 22살의 이지수를 일깨우는 것 같다. 음악은 참 신기하다. 그 노래를 듣던 정서와 시기와 그 때의 나 자신도 함께 훅 불러온다.


이 노래를 송도-신촌 가는 셔틀 안에서 한곡 듣기로 줄창 들으며 버스 앞 차창의 햇살에 눈부셔했던 기억이 난다. 2015년 5월, 낮은 덥고 아침 저녁은 춥던 때 시린 햇살과 이 노래로 내 마음을 달랬었다.


첫사랑은 아프다.  연애 놀음 자체가 아니라, 내가 해준 만큼 받아오느냐를 계산하지 않고, 내 마음을 오롯이 내어놓는 것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가현이는 내 말을 듣고 첫사랑 뿐만 아니라 연애는 항상 아프다고 했다. 어쩌면 최선을 다한 사랑은 항상 능숙하기보다는 서툴고, 그래서 늘 아프다.


그대를 보며 나는 더운 숨을 쉬어요
아픈 기분이 드는 건 그 때문이겠죠

나를 알아주지 않으셔도 되요
찾아 오지 않으셔도
다만 꺼지지 않을 작은 불빛이 여기 반짝 살아있어요


누군가에게 온전히 내 마음을 준다는 것. 그리고 대답이 돌아오지 않을 사랑고백을, 소리지르며 전하지 않고 곧은 눈망울로 한다는 건 지금 세상에서 점점 말라가는, 그런 가장 순수한 "드림"의 행위일지도 모른다. 어찌해야 할 줄 몰라 내가 가진 가장 값진 것, 내 마음을 수줍고 오롯이 내어주는 행위는 그 흔한 유희의 연애질 보다 백배 천배 값진 것일 지도.


결혼을 타이밍에 맞춰서 해야 하고, 고백을 어느 타이밍에 분위기 좋게 해서 성공을 해야 하고. 20대 후반 끝자락줄에 주위 사람들이 결혼 시장에 입성하며 자연스럽게 연애와 사랑에 대해 듣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예전엔 미친 듯 사랑했던 게 젊은 날 청춘의 훈장같았는데 이제는 치기로 취급받아 부끄럽게 감춰야 할 실수로 느끼는 것 같다. 점점 시행착오에 인색해지는 우리는 사랑의 "결실", 그 부산물에 집중하느라 가장 순수한 형태의 내 마음에는 초점을 돌리지 않는다.



당신이 아픈 사랑을 했다 해도 괜찮다. 결과와 상관 없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절, 반짝이는 마음으로 상대방을 진심으로 위했다면 된거다. 그대를 위하며 행복했고, 아파한 만큼 깊어졌고, 받는이가 고마워 마지않을 진심을 전해줄 만큼 가치있는 사람이 되었으니. 그대가 이 마음을 받느냐 마느냐는 나중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우리 마음 속 깊숙한 곳에 들여 놓은 등불을, 내가 사랑했던, 사랑하는 사람이 결코 돌아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그 예쁜 마음은 나와 항상 함께 할거고, 먼 훗날 더 낫고 더 현명한 사랑을 하게끔 나를 인도해줄 것이라 믿는다.


이 노래를 듣는,누구보다 예쁘고 가치있는 사랑을 한 당신이, 앞으로도 열정적으로 오롯히 사랑하고 상처를 따듯하게 안아가기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