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ssie Apr 29. 2021

우울사고 후유증이 온다면

바쁘게 사는 것이 답!!


0. 무의식이 나를 우울로 끌고 갈때는 의식적으로 희망을 부어야한다. 홍차 실장님은 한창 회사가 인원감축 시즌일때 “의식적으로 뭘 해야되”라고 했다. 내 조직이 인원감축을 당하든 당하지 않든 우울한 시기였고 사실 그 전에도 우울했음 그 말은 옳았다. 우리는 행복해지는 것도 공짜가 아니라는 것을 종종 잊는다.


1. 저저번주에 나는 내가 굉장히 차분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진솔선배와 정욱 부장님은 내가 행복해 보인다고 했고 그때 내 저조한 컨디션은 내 상황이나 건강때문이 아니라 멘탈이 문제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충분히 행복한 상황(이직 이사 가족 등등을 한숨 돌렸기 때문에) 이었고 지금까지 피로가 누적되었다 해도 충분히 여행으로 털어낸 상황이었다. 지금 내가 계속 이어지는 마음의 통증으로 아픈 건 회사 다닐때 그 힘든 시기에도 희망을 부었던 내 스스로의 힘을 내가 놓아 버린게 문제였다.


2. 교통사고만 후유증이 있는게 아니다. 인생의 크고작은 부침들은 모두 후유증이 있다. 오늘의 나는 우울 후유증을 앓았다. 그간 맘고생 했던 것들에 대한 아픔 잔여분은 이미 떨어졌음에도, 습관적으로 다시 아파하는 것.


주로 인간관계에서 이별이 올 때마다 난 이렇게 우울 후유증으로 거즌 1년 가까이를 보내곤 했는데 감정에 침잠하지 않고 맞서 싸우는게 많은 도움이 됬다. 좋아하는 라디오 작가인 정여울은 어떤 사람과 연이 끝났을 때 아픔만이 그사람과 나를 이어주는 마지막 연결고리이기 때문에 아파하는 것이라고 했다. 과연 그럴까. 계속 아파하고 미련에 질척거렸던 나는 오늘 하루의 끄트머리에서 아픔이 마지막 남은 연결고리인 줄 알았는데, 사실 그 아픔마저 연결고리는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미 우리는 끝났다.


2-1. 오늘 집에 콕 박혀 있으면서 거즌 자기 연민으로 시간을 보냈다. 난 내가 완전히 회복되었다고 너무 빨리 자신했나보다. 아직 난 나아지는 중이었고, 아직은 의식적으로 바쁘게 지낼 때인것 같다. 찌질하게 휑한 집 구석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이나 무력하게 보는 건 내가 원하는 내가 아니다. 다행히도 몇번 인생의 바닥을 찍어본 탓에 그렇게까지 최악으로 가진 않았다.


3. <Poor Economics>를 읽었다.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라는 이름으로 번역된 이책은 내가 생각했을때 번역서명이 그다지 내용을 포괄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하여튼 그렇다. 주로 서방 국가들의 시선에서 설계된 빈곤 구제정책이 왜 효과를 내지 않는지, 가난한 이들은 왜 빈곤을 스스로 탈피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선택하지 않는 것인지를 분석한 글이다.


제일 흥미로운 부분은 3장에서 고열량 식품, 말라리아 모기 방지 텐트, 예방접종과 같은 빈곤을 탈피할 수 있는 따기 쉬운 열매(쉬운 방법) low hanging fruit가있음에도 불구하고 빈곤층은 절대 그런 것을 선택하지 않고 장기적인 빈곤 구제책보다는 단기적인 소비(맛있는 음식 등)를 계속해서 선택한다, 그래서 빈곤의 악순환이 계속된다 라는 것이었다. 빈곤층이 계속해서 자기 자신을 빈곤층에 머무는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그 원인은 장기적으로 지금의 상황이 나아질것이라는 믿음과 사고,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이 원칙은 단지 경제적인 빈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세상에서 제일가는 행복거지 한국인들에게도 적용된다. 

자격지심과 피해의식에서 벗어나고 청년 빈곤에 맹렬히 맞서 본 사람으로서 우리는 더 행복해질 수 있다. 그 과정이 눈에 보이지 않아서 힘들어서 그렇지 돌아보면 그 변화는 가늠할수 없을 정도로 크다. 설령 행복해질수 없다 한들, 실패할 수 있다 한들 희망을 가지고 힘든 상황에 맹렬히 맞서는 것과 우울감과 상황에 주저앉아 있는것은 질적으로도 양적으로도 큰 차이가 있다.


근본적인 삶의 변화 가능성을 믿고 그 방법을 탐색해야한다. 그래야 마음의 빈곤도 경제적인 빈곤도 해결된다.


4. 고작 이정도의 후유증에 매몰될 수는 없다. 인생 살면서 이런 것도 한번 해 보는 거지, 그런 넉넉한 마음가짐은 항상 나를 지탱하고 길게 보게 한다.

행복해지는 마음의 근육을 다시 다져야 할 때라고 생각을 했고 그렇게 한발씩 나아간 순간 내가 완전히 발전한, 다른 사람이 되었던 것을 발견하곤 했다.


나아가고자 하는 마음과 발걸음만 있다면 우리는 잘 하고 있다.살다보면 자빠질 수도 있고, 후유증을 앓을 수도 있다. 간단한 후유증이 온다고 해서 교통사고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니고, 어떻게 보면 후유증은 나아지는 과정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럴 수 있다.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그렇게 한발 내딛으면 된다. 교통 사고 이후 좀 더 조심하고 삶을 소중히 여기는 여기는 것처럼, 우리는 우울 사고 이후 더 밝아지고 성숙해 질 테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어차피 앓을 감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