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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e Nov 16. 2020

어차피 앓을 감기

울었다. 요새 개인적으로도 공적으로도 나만 바라보는 기대가 너무 높았다. 압박을 견디기가 힘들어서 금요일엔 앤디와 차까지 마셨고 오늘은 엄마와 통화까지 했는데도- 내 삶을 지탱해주는 극약들을 다 썼는데도-결국 눈물이 났다. 어른의 삶은 내 맘이 부서져도 일상을 지탱하는 거다. 그리고 다행히도 일상은 땅굴파고 들어가지 않게끔 나를 지탱한다. 웃으면서 괜찮다고 삶을 지탱하다가 1분정도 울어도 되는 시간이 났다. 


지옥같은 시간을 보내고 나서 느꼈던 건 나를 불리한 상황에 내몰지 말라는 거였는데, 그리고 설령 risk-taking을 하더라도 다시 턴어라운드해서 올라올 의지처들을 만들라는 거였는데 내 인생을 지지하던 기둥이 하나 무너지자 아무래도 지치긴 지쳤다.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My best friend's wedding)


"I had to face up to all of my competitive drives.
And I've got'em"

난 내 적수들과 다 맞섰어요. 그리고 다 이겼죠.


난 항상 죽자고 싸웠고 끝을 봤다. 문제가 닥쳤을때 슬슬 피하거나, 무서워서 손을 놓고 있었던 적도 없었고, 오히려 좀 두고 봐도 될것 같은데 성급히 뛰어든다 싶을 정도로 문제를 빠르게 마주봤다. 설령 성급할지라도 피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잘못될 걸 알면서도 계속 걸어가는 건 잘하는 짓이 아니다.


힐링 류의 컨텐츠를 싫어한다. 아픔을 이겨내는 법은 아픔을 똑바로 마주하는 것, 울며 고통스러워 할지라도 결국은 그 아픔을 내 인생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 상처도 행복한 기억과 같이 내 인생의 소중한 편린임을 인정하는 거다. 값싼 사탕발림, 내 상황을 알지도 못하면서 순간 듣기좋은 말을 해주는 건 절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어차피 앓을 감기는 빨리 앓고 나서 항체를 만드는게 낫다. 그게 아무리 고통스럽다 할지라도. 당신도 감기에 계속 허덕이지 말고 나아서, 그렇게 나를 마주봐줬으면 좋겠다. 지금 아무리 힘들다 할지라도, 우린 괜찮아지고 있는 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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