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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e Jun 16. 2021

이기심과 집중

0. 몇번의 위기를 넘기고 나에게 찾아온 좋은 변화가 있다면 인생의 중심을 더욱  자신으로 가져   있었다는 점이다.

항상 나스스로를 챙기고 돌아보지 못해 입원하거나 나락으로 떨어지던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나 스스로를 대접하고 돌보는데 적극적이다. 앞으로도 더하면 더했지 이 돌봄의 레벨을 낮출 생각은 없다. 인생이 생각보다 길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 긴 세월 동안 지금과 같은, 지금보다 더한 고비를 넘어야 한다면 나를 몰아치고 괴롭히는 방식으로는 오래가지 못할 것 같다는 깨달음 때문이었다.


1. 나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들을 걷어내고 함께하는 시간이 나에게 조금이라도 유독할 것 같으면 1분도 할애하지 않는다. 전시 상황에 만들어놨던 그 습관은 전쟁이 지나간 지금, 어쩌면 인생 전반에서 가져가야 하는 습관이라는 생각이 든다.


2. The end of era. 내 인생의 한 시기가 끝났고 한차례 필터가 걸러진 이후 여전히 함께 나아가주는 사람들과 이제는 길이 갈려버린 사람 모두 다 고마웠다. 결과와 상관 없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 매트 헤이그의 <시간을 멈추는 법>을 읽었고 마우이가 말한 "사랑하는 사람들은 결코 우리 곁을 떠나지 않아" 라는 한마디는 내 마음 속에 들어왔다. 귀로 들어와서 그대로 나간게 아니라 마음 속에 머물렀다.

내가 사랑했던 예전의 나 자신, 일, 상황, 사람들은 결코 지나가거나 사라져버리지 않는다. 내 자신의 조각으로 남아 앞으로 나를 나아가게 하고, 어떻게 보면 그들과 갈려버린 길 또한 내가 그들과 최선을 다했던 과정의 결과였다.

마우이의 말처럼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은 결코 우리를 떠나지 않는다면, 그들을 잡아두고자 하는 것은 내 욕심이고 미련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모든 것을 다 떠나보냈고 나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내 모든 시간 과 자원을 나 자신에게 온전히 쓰는 지금이 좋았다.  


3. 유독한 관계와 영양가 없는 시간을 줄이자 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에 집중할 시간이 늘었다. 지난 주말 강화도로 같이 당일치기 자동차여행을 떠난 호롤리는 "요새 쉬는 날에 블로그쓰고 일하는 날에는 일해" 라고 했다. 나도 요새 좀 그런 상태다. 고민을 할 시기는 지났고 고민의 결과를 받아들이고 한창 달려야 할 시기라서 해야될것들이 엄청 많다. 그것에 매진하고 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일을 하고 기술 공부를 하고 사람을 만나고 잘 논다.


4. 오랜만에 역삼의 하늘이 맑았고 미세먼지가 없어서 남산 타워도 보였다. 평화로운 하늘 아래 내가, 각자가 각자의 방식대로 잘 살고 있으면 된 거라고 생각했다. 똑바로 두발로 서서 나아가면 우린 언젠가 다시 만나고 헤어질 터였다. 성숙한 이기심으로 나 자신을 계속 들여다보고 조금이라도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 나아가는 한, 헤매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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