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몇번의 위기를 넘기고 나에게 찾아온 좋은 변화가 있다면 인생의 중심을 더욱 나 자신으로 가져 올 수 있었다는 점이다.
항상 나스스로를 챙기고 돌아보지 못해 입원하거나 나락으로 떨어지던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나 스스로를 대접하고 돌보는데 적극적이다. 앞으로도 더하면 더했지 이 돌봄의 레벨을 낮출 생각은 없다. 인생이 생각보다 길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 긴 세월 동안 지금과 같은, 지금보다 더한 고비를 넘어야 한다면 나를 몰아치고 괴롭히는 방식으로는 오래가지 못할 것 같다는 깨달음 때문이었다.
1. 나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들을 걷어내고 함께하는 시간이 나에게 조금이라도 유독할 것 같으면 1분도 할애하지 않는다. 전시 상황에 만들어놨던 그 습관은 전쟁이 지나간 지금, 어쩌면 인생 전반에서 가져가야 하는 습관이라는 생각이 든다.
2. The end of era. 내 인생의 한 시기가 끝났고 한차례 필터가 걸러진 이후 여전히 함께 나아가주는 사람들과 이제는 길이 갈려버린 사람 모두 다 고마웠다. 결과와 상관 없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 매트 헤이그의 <시간을 멈추는 법>을 읽었고 마우이가 말한 "사랑하는 사람들은 결코 우리 곁을 떠나지 않아" 라는 한마디는 내 마음 속에 들어왔다. 귀로 들어와서 그대로 나간게 아니라 마음 속에 머물렀다.
내가 사랑했던 예전의 나 자신, 일, 상황, 사람들은 결코 지나가거나 사라져버리지 않는다. 내 자신의 조각으로 남아 앞으로 나를 나아가게 하고, 어떻게 보면 그들과 갈려버린 길 또한 내가 그들과 최선을 다했던 과정의 결과였다.
마우이의 말처럼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은 결코 우리를 떠나지 않는다면, 그들을 잡아두고자 하는 것은 내 욕심이고 미련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모든 것을 다 떠나보냈고 나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내 모든 시간 과 자원을 나 자신에게 온전히 쓰는 지금이 좋았다.
3. 유독한 관계와 영양가 없는 시간을 줄이자 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에 집중할 시간이 늘었다. 지난 주말 강화도로 같이 당일치기 자동차여행을 떠난 호롤리는 "요새 쉬는 날에 블로그쓰고 일하는 날에는 일해" 라고 했다. 나도 요새 좀 그런 상태다. 고민을 할 시기는 지났고 고민의 결과를 받아들이고 한창 달려야 할 시기라서 해야될것들이 엄청 많다. 그것에 매진하고 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일을 하고 기술 공부를 하고 사람을 만나고 잘 논다.
4. 오랜만에 역삼의 하늘이 맑았고 미세먼지가 없어서 남산 타워도 보였다. 평화로운 하늘 아래 내가, 각자가 각자의 방식대로 잘 살고 있으면 된 거라고 생각했다. 똑바로 두발로 서서 나아가면 우린 언젠가 다시 만나고 헤어질 터였다. 성숙한 이기심으로 나 자신을 계속 들여다보고 조금이라도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 나아가는 한, 헤매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