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credit to @Happy seoul Project
0. 다들 현실적이 되라고, 효율적으로 살라고 소리지르는 사회다. 서점에 가면 부자가 되는 법, 코인이 어쩌고 저쩌고, 더이상 새로운 지식의 열림이라기보다는 트렌드를 좇아 전문성을 보증하는 하나의 재화로서 책은 소비되고 있는것 같다.
부동산은 사상 최대 금리와 최소 공급량으로 앞두고 있는 이사를 막막하게 했고 최대한 간접투자로 스트레스 안받고 투자하려고 했는데 올해들어 시장이 계속 요동쳤다. 전세자금대출 이자가 월세보다 낮은 시기에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지쳐서 누워있었다. 요새 새벽 세네시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많아진다.
1. 더 많은 좋아요를 받아! 더 유명한 인플루언서가 되! 요새는 브랜딩의 시대야.
더욱 부자가 되! 근로소득은 의미가 없어.
더 예뻐지고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이 되도록 해!
자존감을 더 올려!
수많은 외침 속 더욱 깊어지고, 더 현명해지라는 말은 없다. 자아의 욕망이 타자의 욕망이라던데, 요즘처럼 타자의 욕망이 넘실되는 시대가 있을까. 끝없는 경쟁심리와 인기투표 조장 속 누가 그 중에 웃는 자가 되는지 비판하는 목소리가 없다.
십여년 전 이적과 유재석이 말하는대로, 정말 들어야 하는건 자기 마음 속 작은 이야기인데 자기가 원하는 걸 스스로 정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소멸한 시대다.
2. 물론 현실적인건 중요하다. 몇십만원때문에 힘들었던 내 20대 초반은 내가 누구보다 생활력이 강한 사람으로 만들어줬다. 스스로 재태크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계속해서 공부하고, 사회에서 내 몸값을 냉정하게 판단하는 습관을 길러줬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나를 계속 나아가게 한 것은 새벽 패들보드와 주 2회 수영, 주말 윈드서핑 운동같은 것이었다. 행복하고자 하는 습관과 내가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노력이었다. 윤리의식을 가지고 서로 바닥을 보이지 않고, 어렵고 힘든 길을 희망을 가지고 헤쳐나가게 하려는 마음, 그런 마음을 가지게끔 해주는 스스로의 시간들. 밸런스가 이렇게까지 중요하다.
3. 밀레니얼 세대의 경제적 사다리 상승의 어려움, 시간빈곤과 기회빈곤을 진단한 <밀레니얼 경제학>을 점심시간에 읽고있던 나에게 그당시 부장님은 나에게 책 내용을 물어보면서 (그당시에 잡지 취향, 책 취향이 잘 맞았던 분) 관심을 가지셔서 내가 다 읽고 빌려드리겠다 했으나 부장님은 거절했다. 이런걸 너무 읽어서 빠져들면 인생에 희망이 없어진다고.
그당시에는 그냥 그런가보다 넘겼는데 요새 그 말씀이 생각이 더 많이 난다.
우리를 구원하는건 뭘까. 과연 더 많은 경제적 자본은 결국 어려운시기 버텨내게 해주는 정신적 자본과 이퀄 관계(equal) 인걸까?
현실적이라는건 뭘까. 자신을 들여다보지 않고 채찍질하는 사회에서 남과 수없이 경쟁하는게 과연 현실적인걸까? 그게 현실을 사는데 올바른 자세가 맞나?
4. 운동할 시간, 집안일 할 시간, 명상과 요가, 나 자신을 돌아보며 일기를 쓸 시간은 사실 그 무엇보다 우선순위가 높은데 바쁜 직장생활은 그런것들을 너무나도 쉽게 지워버린다.
어쩌면 "현실적"인 사람은 일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과 함께 자신의 집을 돌볼 방법을 함께 찾고, 자기계발할 시간을 마련하고, 자산을 관리하는 동시에 문화자본을 쌓아가는 사람을 지칭하는 걸지도 모른다. 현실 안으로 이상을 끌어와서 현실을 보다 살만하게 만드는 사람.
결국 우리를 구원하는 건 그런 거다. 지금 당장 우리 사회가 "비효율적"이라고 지칭해버리는 그 모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