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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e May 23. 2022

다시, 시작

0. "지금 우린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중에 있는 것 같아요."

작년 이맘때 와인을 프라하 주니어들과 기울이다가 상훈쌤이 했던 말.

밤새도록 공모주, 집 사는 이야기, 상속, 결혼의 과정인 연애,이직을 꿈의 실현이 아닌 장기적인 커리어 관리에서 하는 일로 보게 된 최근, 요새 업계의 현황 등등을 이야기하다가 그런 말이 나왔었던 걸로 기억을 한다.



1. 인생에서 자유롭게 살수 있는 것은 딱 20년, 20대 30대 뿐이라는 걸 알게 된 것은 20대의 끝물이었다.

그 이후부터는 40대, 원하지 않아도 자녀와 부모님, 나의 건강과 집 컨디션을 유지하는데 나의 의지와 상관없는 비용이 들어가고 그 책임이 무겁겠다라는 것을 슬슬 느끼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부지런해지고 강하고 능력이 많아지길 바라는 건 성공이 목표여서가 아니었다. 자유롭고 싶어서였다.


20대 초반의 아픔과 중반의 성장기를 거쳐 후반에 얻은 교훈은 여유는 노력으로 쌓아올려야하는것이었다. (집에 돈이 엄청 많지 않으면)


1-1. 작년 한 해는 책임으로 짓눌려서 우울증에 시달렸던 시기였다. 사실 가족 간에서 내가 주체적인 역할을 맡게 되서 하는 일 자체는할만 했고 돈도 벌어서 낼수 있었으나, 내가 앞으로 그런 책임을 관리하고 더불어 살아야된다는 것을 받아들이는게 힘들었다.



2. 20대에 열심히 했으면, 자유롭게 누려봤으면.

그 이후부터는 무조건 균형이었다. 시소. 하나가 내려가면 다른 한 쪽이 올라가는 것. 어쩔수 없이 타협하고 선택의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것.


20대의 무한한 가능성과 시간과 체력은 나의 선택지를 "확장"시켜주었다. 열심히 한만큼, 고민한만큼 무한정 늘어났다. 나에게 선택은 확장이었으나 어느 순간 시소가 되었고 나이가 많지도 적지도 않은 제시는 그렇게 길을 잃었었던거 같다.



3. 그리고 차차 연습을 했다.

처음 그 책임을 만나면, 누구나 연습이 안되봤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젊은날 자기만 보고 달리는게 맞는 시기에 책임이 연습되는게 맞다고도 생각 안하고) 그게 처음에는 너무 크다. 이제 내 삶은 그저 책임일 뿐인가 생각되기도 하고, 그때 확 우울해지기도 한다. 그런데 균형을 잡을수 있더라.


지난 1년은 그책임이 한순간에 닥치기도 했고 나도 처음하는거다 보니 많이 overwhlemed 됬다. 압도되었다는 한국말은 너무 무겁고.짓눌렸다고 표현하기에는 그것보다는 덜 우울했던거 같기도 하다. 균형을 잡는다는거 자체가 외로웠고 칼날 위에서 작두 타는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 삶의 모든 것은 약간의 긴장과 압박을 늘 보란듯이 이겨내는 당당함으로 세워지는 것이라지만 빙상 위에서 스케이트 타듯 부담도 내 인생의 일부거나 자유롭게 누리기가 어려웠다.

 


4. 나도 피터팬 컴플렉스가 있지만 -정확하게는 언제까지나 피터팬같은 유치함을 안고 살고싶지만- 책임이 몰려오는데 다 잊어버리고 동그라미 안에서 살수만은 없지 않나. 아직은 멈춰있기 아쉬운 나이와 더 넓은 세상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불같이 살아서 하나의 감정에 푹 빠져사는법만 알았던 나에게 상담선생님은 감정을 보유할 수 있는 능력이 내 삶을 더 풍요롭게 살게해줄거라 했다. 멀티태스킹 하듯 고민이 되면 고민을 마음 속에 보유하고 즐거움이 밖에서 일어나면 함께 즐거워하고, 슬픔이 일어나면 슬픔을 안고 내 할일을 하라고.


외로움과 손잡듯 책임과 손잡는 일.
그게 어른이 되는 길목에 서있는 내가 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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