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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e Jan 12. 2023

최근의 소고

기나긴 밤과 같은 날들이 이어졌다. 정신없이 연말 마무리하고 올 한해 준비를 하고 나니 어느새 1월 12일. 작년에 아홉수 쎄게 겪으며  어찌저찌 그 일도 많고 탈도많은 날들을 버텨내고 나니 어느새 나는 조금 더 변해있었다. 그래서 2022 회고 겸 2023 소고 글.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퇴보할 때

왜 세상은 최선을 다하면 결국 목표를 이루고 성장하는 것만 알려줄까? 실제로는 최선을 다하는데도 실패할 때도 있고, 억울하게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방어가 최선일 때도 있다. 나 역시 20대 후반 들어 왜 이전처럼 발전하지 못하고 현상유지만 그대로 하고 있느냐는 이야기도 좀 들었고, 최근에 호롤리도 지난 1년 아쉬웠다라고 하길래 "다이어트의 정체기처럼, 최선을 다하는데도 결과가 그대로일때도 있는거 같다" 고 했다. 결과가 그대로이고 세상이 계속 바뀌자 오히려 내 자신이 후퇴하고 있다라는 느낌이 들 때도 있을 거다. 그래도 최선을 다하는 자세는 포기하지 말자고.


20대 중후반부터 1년에 1kg씩 찐 살을 지난 6주간 5kg 가까이 뺐다. 문제는 적정체중 정도로 들어서니까 그 다음부터는 뭔짓을 해도 요새 안내려가는 중인데, 길어지는 식단과 지침으로 힘들어하는 나에게 필라테스 선생님은 몸무게는 그대로여도 몸 안의 체성분이 바뀌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그럴 때가 있는거 같다. 내 안의 체질을 바꾸는 건 고통스럽고, 감량이라는 논에 띄는 결과치를 만들기 전까지 내 안의 체세포들을 하나하나 바꾸는 시간. 정체기가 지나면 또 살이 빠지고 발전을 이어나가고, 그렇게 다시 정체기가 오는 법이다. 앞으로의 내 인생 정체기에서 내가 너무 힘들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우리의 체성분은 우리가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끔 매일매일 노력하는 한 하나씩 바뀌고 있으니까.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

왜인지 모르겠지만 최근에 인생 처음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는게 피곤하고 지치게 느껴지더라. 아마도 이제까지 노력없이 공으로 얻은 것 하나 없이 여기까지 오다보니 그동안 상처를 많이 받았는데 그런걸 들여다 볼 시간이 없었던거 같다. 실제로 힘들어할 시간도 없었다..


문제는 새로운 도전을 계속 하면서 더 용기있어지고 더 배짱있어져야 하는데 왜 계속 위축이 되고 주눅이 들까 싶었는데, 내가 과정에만 집중해서 그런거 같다. 힘들고 지질하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과정을 거쳐 우리는 딱 10분 간지나는 컨퍼런스 홀에서 발표를 하고 딱 1분 링크드인이나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받는다. 그렇게 멋져보이는 순간은 일부고 준비하는 과정은 지난하고 지질하고 무시를 받는다. 사디스트가 아니고서야 그 과정을 다시하고 싶은 사람이 있나. 아무리 즐겨라 즐겨라 하는데 그게 정말 즐길만한 거였으면 그런 말도 안나온다. 그 과정이 너무 고통스러웠으니까 다시 하고 싶지 않은거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내가 싫은 걸 피하니까.


그래서 결과에 집중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어쨌든 다 잘 됬다. 20대 초반 아팠던 첫사랑도 결국 교훈을 남겼고, 내가 이직을 얼마나 많이 했고 힘들게 했건 간에 연봉은 이만큼 올라서 지금 내가 만으로 20대 후반인데 스키시즌권도 사고 필라테스도 하고 전세집도 얻었고 차도 샀다. 작년엔 좋은 기회로 코엑스에서 발표도 했고, 20대 중반 싱가폴 Suntec에서 나도 꼭 저런 스피커가 되야지 했던 목표도 이뤘다. 고통스럽게 고민하고 버텨냈던 만큼 나는 더 성숙하고 많은 문제를 현명하게 다룰 수 있는 사람이 됬다. 새로운 삶에 맞춰서 좋은 친구들도 생겼고, 일이 물밀듯이 들어온다고는 하지만 일이 없어서 너무 힘들던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내가 그만큼 좋은 기회를 얻고 있는거구나 싶다.


지질한 과정에 빠져 아파 연민하는 시간 가지고 앉아있으면 다시 일어나기가 힘들다. 고민은 깊고 짧게, 나자신에 대한 존중은 매일 마음 깊숙히 지니고. 결과만 보고 달리면, 이제까지 잘 왔듯이 앞으로도 잘 해 나갈수 있겠다 싶었다. 이렇게 열심히 살다 보면 또 내 삶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좋아져있고 달라져 있을 거라고. 사람은 결국 발전할 수밖에 없다.  



날개를 펴고

아는 사람은 알았겠지만 지난 2년동안 많이 힘들었다. 떨어져 나간 오랜 친구들도 있었고, 이전 회사와 힘겹게 이별했고, 내 능력의 부족치를 냉정하게 받아들였으며 그 많은 변화가 1년에 밀집해서 오니까 내 자신을 가누기가 힘들었던거 같다. 자식이 10대에 접어들면 자식이 부모 속을 썩이고 부모님이 60대에 가까워지면 그때부터 부모님이 내 속을 썩인다던데 그런 것도 힘들었고, 내 앞에 주어진 모든 결과가 이제까지 열심히 살았는데 겨우 이건가? 싶어서 억울하고 지치는 날도 있었다. 난 좀 철없이 20대를 보낼 수는 없는 건지 내가 책임감 충만하게 살아도 되는 날은 하루도 없는 건지 그런 생각이 좀 많았다.


무조건 위로 무조건 휴식 메시지 많이 들었는데, 그렇다고 해서 쉬는것 만이 답은 아니라고 생각했던게,

쉬면 그냥 포기하게 될거 같았다. 딱 하나 계기만 있으면 될거 같은데 그게 뭘까 고민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Xkhc84shGY


작년 10월이었는데 웨이브파크에서 서핑하고 돌아오는데 라디오에서 한 10년 전 드라마 <공부의 신> OST였던 f(x)의 "날개를 펴고"가 나왔다. 지금생각해보면 유치한 구성의 드라마인거같지만 그당시 유명 스타들의 ost 발매와 티아라 지연, 유승호가 나왔던 시청률 25.1%를 기록한 화제의 드라마다. 결국 재수를 하는 현실적인 결말과 19세 청소년들의 정서적 성장 스토리는 그때 내가 고3이었나 그랬는데 그시절 수험생 중고생 학부모들을 그렇게 울렸었다.


19살과 29살, 10년을 건너서 19살의 나와 29살의 내가 별로 다르지 않다라는 생각을 했다. 주눅들어있고, 지치는 게 비슷하다고.  세상은 여전히 넓고, 나이는 10대 중 최고 20대 중 최고로 왠지 적지는 않은거같은 나이인데, 뭐라도 되야하는 나이라고 주위에서 떠미는데 수능과 삶이라는 큰 관문들이 무섭고 왠지 주눅들어 있는 지금. 19살에는 그나마 20대라는 찬란한 시절이 있을거야!! 라며 내 인생 모든 행복의 과제와 기대를 앞날로 미뤘는데 29세들은 그런 미룸조차 허용되지 않는 나이.


출처-네이버 웹툰 <아홉수 우리들>


운전하고 오는데 난 과연 19세의 내가 생각하고 기대하는 삶을 지금 살고 있을까, 아직도 나에게는 그런 가능성이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그런 의문보다는 나 자신의 격려가 한번 더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19살의 내가 날개를 펴고를 듣고 훨훨 날기를 꿈꿨던 것처럼, 실제로 20대의 패기 충만한 나는 불안함도 있고 헤매기도 했지만 동시에 용감하게 날았었다라는 생각을 했다.


저 노래를 듣던 고3들은 10년이 지나 29세들이 되었지만 뭔가 다시 날수 있지 않을까.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고 꿈만 꾸던 그때와는 달리, 부모님의 노년이, 가정에 대한 책임이, 결혼에 대한 압박이, 청년 회색 미래라는 시대상이, 고금리가,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는 사회생활로 조금 지친 체력이 응원으로 가득찼던 그때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지만 그래도 다시 날아 오르라고. 내가 원하는 것을 다시 한번 정확하게 보고, 더욱 강해지고 깊어진 나 자신의 마음 근육으로 다시 한번 훨훨 날아 보자고.


날아요, 다시 한번 무서울 것 없이 자기 자신을 만들어갔던 그때처럼. 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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