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brivox 활동 | Chapter 3~4
'현진건의 단편소설 모음집' 이 Librivox 카탈로그에 오르고 나서,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드라마 오디오 북 제작을 위한 북 코디네이터(BC) 훈련을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제 다음으론 그룹(Group) 프로젝트. 솔로(Solo)에선 한 사람이 모든 챕터를 다 읽었다면, 이젠 여러 사람이 1인당 1챕터 이상 읽는 방식을 쓰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완성해야 이제 드라마 리딩으로 가는 관문이 열리는 것이다. 이제 이 열쇠를 손에 쥐면 내 목적이 성취되는 것이다. 이 생각이 드니 점점 더 설레기 시작하였다.
이제 Group리딩을 위한 책을 하나 골라야 되는데, 커뮤니티에 한국인들이 전혀 없다 보니 영어책을 골라야 하는 셈이 되었다. 그리고 책들을 살펴보니 루디야드 키플링 (Rudyard Kipling)이 쓴 '정글북'으로 만든 오디오북들 중에 Group버전이 없던 것이었다. 나는 이제 이 책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만들어야겠다 라는 생각으로 프로젝트를 올렸다.
근데 BC가 되기 위해 필요한 새로운 정보들을 배워야 하는 과정에서 힘이 들기 시작했다.
첫 그룹 프로젝트를 올리자마자 각 프로젝트에 지원을 담당해 주시는 MC (Meta Coordinator), 즉 운영진이 내 첫 합작 오디오북에서 BC의 역할을 알려주었다.
그룹 리딩과 드라마 리딩은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BC로써 여러 유저들이 어떤 섹션을 선정했는지, 2 달이라는 선정 기한이 다 되었는지 확인을 해야 합니다. 또한, 업데이트되는 녹음 파일들을 MW(Magic Window)에 올려서 프로그레스를 알려야 하며, PL(Proof-Listener)가 업무를 마쳤을 때에는 업데이트를 수시로 해 주어야 합니다.
이것들을 BC들이 꾸준히 해야 한다니!
한숨부터 나왔다. 이런 것이 바로 BC가 해야 할 역할이었구나. 절대로 쉬운 것이 아니란 것을 깨달으면서도 나는 내 자신을 믿고 이 프로젝트를 이끌어 새로운 오디오북을 만들어야겠다는 책임감과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다. 내 흔들렸던 마음이 굳어지고 단단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 이후로 새 글 알람이 올 때마다 확인하고, 다른 사람들의 섹션 선정을 승인해주고, 기한이 된 유저들에게 메시지를 전해주며, 녹음파일을 올리고, 내리고, 바꾸고...
그렇게 정신없이 주말이 될 때면 Dramatic Works 포럼에 들어가서 섹션 선정하고, BC를 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다시 들어가서 다른 사람들 챙겨주고, 신입들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설명해주고, 유저 페이지를 만들어주어야 하며... 마치 영화감독 밑에서 깔아주는 조감독처럼 꾸준히 챙기고 또 챙겼다.
특히 전 세계 사람들과 영어로 소통 하는 것이어서 밤새도록 올라온 포스트를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확인하여 답장을 주어야 했다. 그래서 항상 우리 엄마는 아침마다 폰을 보면서 답장을 올리는 나에게 뭐라고 말을 하지는 않는다. 물론 가끔씩 화를 내시긴 하지만.
만약 신입 유저가 당신의 섹션을 선정했는데 2달 이후에도 아무 소식이 없습니다. 그럼 당신은 BC로써 어떻게 하실 건가요?
'BC 훈련 매뉴얼' 에서 자신에게 질답 하기 문란에 이런 글이 적혀있었다. BC를 시작하기 전에 이 글을 한번 읽어보았었는데, '과연 이런 일이 나에게 올까?' 라는 바보 같은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실제로 어떤 한 신입 유저가 섹션을 하나 선정했는데 진짜 2달이 되어도 아무 소식이 없었다. 나는 당황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 섹션을 그냥 내버려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답장이 안 왔다고 섹션을 다시 취소할 수도 없고... 나는 막막하여 결국 운영진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 운영진은 이렇게 답했다.
저라면 일단 메시지를 보내고 일주일 후에 답이 없으면 과감하게 취소를 하겠어요. 아니면 프로필에서 최근에 로그인 한 기록이 없다면 그냥 취소하셔도 됩니다.
아, 또 하나를 깨달았다. BC는 냉정해야 한다. 프로젝트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섹션은 과감하게 처리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다른 사람들이 그 섹션을 다시 선정하여 빨리빨리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온몸에 소름이 돋았고 그 답장을 본 그 이후로 그 방법을 그대로 사용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덕에 프로젝트들을 무사히 마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무사히 마친 프로젝트는 바로 나의 첫 Group 프로젝트이자 첫 합작 오디오북인 '정글북' 이였다.
'정글북'이 약 80% 정도 완성되고 있을 무렵, 떨리는 마음으로 'Dramatic Works Suggestions (드라마 리딩 제안 코너)' 에서 '80일간의 세계 일주' 책을 드라마 오디오 북으로 제작하면 어떻겠냐고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내가 평소에 좋아하던 책중에 하나였고, 영화도 상영한 적이 있었으며, 개인적으로 그 책의 등장인물 중에서 '아우다' 역을 맡고 싶었기에 제안하게 된 것이었다. 결과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SweetPea와 AdeledePignerolles라고 하는 '또래' 유저가 특히 많이 도와주겠다고 손을 내밀어주었다. 그렇게 많은 유저들의 호응을 받으며 내 첫 드라마 리딩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프로젝트를 만들어 올리는 동안 가슴이 두근거리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이제까지 느끼지 못한 기쁨과 감동이었다. 옛날에 라디오 드라마를 들으며 느꼈던 그 기쁨을. 9월부터 2월까지 겪었던 두개의 프로젝트 속에서 겪은 여러 가지 BC의 책임과 여건을 모두 견디고 드디어 2015년 2월 프로젝트가 올라온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다. 앞에서 언급한 MW (Magic Window)는 프로젝트의 과정을 표로 올려놓은 것인데, 캐릭터의 이름과 유저 이름, 녹음파일 등을 올려놓아 어떤 섹션이 개방되어 있고, 어떤 섹션이 완료되었으며, 어느 정도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는지 등을 알 수 있는 '창' 과 같은 것이다.
근데 Solo나 Group 같은 프로젝트들은 섹션이 많아봐야 30개 정도 밖에 안되는데 이번 프로젝트에 올라가는 섹션이 무려 120개가 넘으니 나에게는 정말 어마어마한 리스트가 아닐 수 없었다. 또한, 책을 대본처럼 만들기 위해 캐릭터별로 다른 색깔을 대사에다가 칠해서 읽는 사람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물론 첫 프로젝트에서는 그 두 동료가 많은 도움을 주었지만, 최근에 또 시작한 드라마 리딩에서는 나 혼자서 39개의 챕터에 색을 칠하고, MW에 모든 리스트를 채우며, 혼자서 모든 것을 해야 하는 것이 너무 힘들고 번거로운 작업이 되었다.
케릭터들을 차츰 차츰 선정하는 사람들이 늘고 녹음파일을 올리는 작업이 몇 달 동안 한창 진행되었다. 막힘없이 잘 진행되는 가운데 차츰 내레이터도 녹음을 시작했다. 그렇게 녹음파일을 올리고 PLer가 PLing 해 주고, OK 되고, 점점 마무리 단계로 치솟기 시작했다. 그 다음 중요한 작업이 하나 남았다 -- 편집이다.
캐릭터를 맡아서 읽은 모든 유저의 녹음파일을 책에 맞게 조합하여 내레이션, 필리어스 포그, 파스파루트, 픽스, 아우다 등의 대사를 맞게 나열을 해야 한다. 특히 대사간의 너무 길거나 짧은 간격은 피해야 하며, 적당히, 물 흐르듯이 편집을 해야 듣는 사람이 편하다. 그렇게 37개의 챕터를 다 편집하다 보니 벌써 5월이 되었다. 그 다음 마지막으로 DPL (Dedicated Proof Listener)이라는 사람이 최종적으로 편집된 녹음파일을 다 들어보고 OK를 결정한다. 그리고 모든 녹음이 다 OK가 되었을 때 비로소 운영진이 마무리를 짓게 된다.
근데 이것도 끝이 아니다. 캐릭터를 선정한 모든 유저들의 'CAST LIST'를 만들어야 하며, CD 커버와 마지막 마무리 자투리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무슨 문제는 없는지, 어떤 파일에 오류가 없는지 마지막 점검 후 운영진이 Librivox 메인 홈페이지에 업로드할 준비를 한다. 준비를 마치고 모든 것을 끝내서 업로드가 되면 비로소 모든 프로젝트가 끝나고 오디오북이 완성하게 된다.
아! 3달이라면 꽤 빨리 끝난 기간이지만 (어떤 프로젝트는 몇년씩 걸린다) 첫 드라마 리딩을 BC 했던 나에게는 정말 길고도 긴 시간 같았다. 앞으로 BC에겐 책임감과 프로젝트를 이끌 리더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만든 오디오북을 다운로드 받기 시작하였다.
인용 출처 주소 http://wiki.librivox.org/index.php/How_To_Become_A_Book_Coordinator
https://forum.librivox.org/ucp.php?i=pm&mode=view&f=0&p=388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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