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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e Yun Nov 11. 2019

트렌드가 뭣이 중헌디?

유행을 따라갈까, 나만의 곡을 쓸까?

스무 살 작곡 일기.

그 다섯 번째 악장. 기존 실력을 뛰어넘어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다.


지난 10월, 어드벤처 느낌의 에픽 음악에만 익숙했던 저는 다른 작곡가들의 적극적인 추천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다들 저보고 트레일러 음악 하나만 써 보라고 하더군요. 저는 원래 트레일러 음악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습니다. 현재 유행이 그런 쪽으로 치우처져 있었고, 저는 저만의 길을 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자 하는 욕구가 치솟는 바람에 저는 "그래, 뭐, 한번 해 보지" 하는 마음으로 공식적인 첫 트레일러 곡, "Scars of War"을 작곡하기 시작했습니다. 전쟁에 희생된 전 세계의 모든 장병들을 기리는 슬프지만 강력한 곡입니다.


곡을 다 쓰고 내보냈을 때에는 어마어마한 반응이 나왔습니다. 무엇보다 꽤 까다롭기로 소문난 프로모션 채널인 Premium Music HQ에 제 곡이 올라오는 걸 보자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동안 작곡했던 수많은 곡들이 이 채널 앞에서는 모두 무너져 내렸는데, 이 트레일러 곡이 올라올 줄이야.


https://www.youtube.com/watch?v=kmvjJwsWZAs

[Premium Music HQ] "Scars of War" -- Jessie Yun 작곡.

그러자 순식간에 전문 트레일러 작곡가들이 저를 향해 눈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인 에픽 음악 전문 작곡가들과도 연락이 닿았습니다. 한분이 저에게 트레일러 음악 전문 레이블에도 들어가 보라고 적극 추천을 하더군요. 그는 저에게 최대한 빨리 큰 레이블에 가서 작곡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이 일이 일어난 이후 심각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저는 트레일러 전문 작곡가가 아닙니다. 주로 어드벤처/해적 느낌의 곡을 사랑하고 작곡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특히 음악 산업 쪽에서는 일반 어드벤처 음악보다는 트레일러 음악이 훨씬 들어가기가 쉬운 상황입니다. 그리고 Really Slow Motion, Audiomachine 등 수많은 레이블 회사와 그룹들 속에서 많은 작곡가들이 할리우드 예고편 음악을 작곡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딜레마가 생깁니다.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타일을 억누르며 트렌드를 따를 것인가, 아니면 내 길은 내가 간다 하고 이 기회를 버릴 것인가. 제가 가지고 있는 기존 스타일로는 RSM 같은 레이블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럼 산업 쪽에 종사할 수 있는 기회조차도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산업 쪽에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 음악을 통해 마음의 치유를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했습니다.


곰곰이 일주일을 생각해 봤습니다. 어느 날 문득, 아무리 내가 돈이나 명예를 버려야 한다고 해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만약에 내가 억지로 트레일러 음악을 꾸역꾸역 작곡한다면, 그리고 그것에 흥미가 없다면 정말 무의미한 직업이 될 거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결심했습니다. 혹시라도 레이블 중에 어드벤처 음악을 받을만한 레이블이 있는지 찾아보고, 없으면 그냥 내 길을 갈 거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어드벤처에 관대한 레이블이 있어서 제 곡들을 한번 보내보고 연락을 기다려보고 있습니다. 트레일러 음악은 사람들의 심장을 쿵쾅거리게 할 만큼의 강력한 파워가 있지만, 어드벤처 음악을 통해서도 사람들을 설레게 하는 곡을 만들어서 미디어를 통해 내보내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저는 Amadea Music Productions 라고 하는 레이블에 공식적으로 소속이 되어 행복하게 어드벤처 음악을 작곡하고 있습니다. 대여섯 명의 전문 작곡가들과 함께 어드벤처 앨범을 제작할 수 있게 되어 영광일 따름입니다. 내년 1월 즈음에 앨범이 발간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때 더 많은 음악 산업 이야기를 해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는 이런 음악을 작곡하기를 좋아합니다. 이 곡은 특별히 이번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강력히 인상을 받아 작곡한 곡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QvXnXA8c1k

[My Soul, Your Beats] "The Spirit of Adventure" -- Jessie Yun 작곡.





영화/에픽 음악 작곡가. 성우. 무엇이든 도전하려고 하는 창작인.


웹사이트 : https://www.jessieyun.com/?lang=ko

사운드 클라우드 (SoundCloud) : https://soundcloud.com/jy_composer

뉴그라운즈 : https://jessieyun.newgrounds.com

트위터 : https://twitter.com/JessieYun4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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