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보러 미국까지 가야 돼?

1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by 정글안



뉴욕에 도착했다. 나의 제 2의 고향 보스턴이 가까워지고 있다니. 한동안 꿈에서만 가보던 그곳에 도착했다. 뉴욕 JFK공항에 내리자 미국인들에게서 나는 특유의 달콤한 보디용품 향기가 코끝에 닿아 코가 말랑말랑해진 기분이었다. 자 이제 환승을 해야 한다. 보스턴으로 가는 비행기를 갈아타려고 게이트로 서둘러 이동했다. 이미 13시간 반을 무동력(?) 자세로 버텼는데 또 비행기를 타야 한다는 게 너무 싫었지만 지치기엔 이르다. 보스턴에 도착한 후 버스 2시간을 타고 이동해서 메인주 포틀랜드까지 또 이동해야 했다.


포틀랜드 터미널에서 친구 혜정이와 혜정이 남편 케빈과 살짝 간지럽지만 따뜻한 포옹을 나누려면 시차 적응 따위로 비실거릴 틈이 없었다. 내 여름휴가에 기꺼이 집을 오픈해준 친구 집으로, 간다.


보스턴으로 가는 비행기에 오르기 위해 게이트에 도착했다. 유난히 사람이 북적였다. 잠시 후 안내판에 내가 타야 할 항공편이 2시간 딜레이 된다는 공지가 떴다(젠장). 대기 의자에 앉아 현대인의 구세주 휴대폰을 꺼냈다. 보스턴행 비행기의 탑승 시간을 기다리며 SNS를 열어 자랑이지만 자랑 아닌 척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휴대폰을 뒤적이다 보니 금세 탑승 시간이 되었다. 비행기에 오른지 1시간이 좀 넘어가자 보스턴이 보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보스턴 하늘에 내가 떠 있다.


짐을 빨리 찾으면 메인주 포틀랜드로 가는 버스를 탑승할 수도 있는 시간이었다. 그렇다, 아직 친구가 사는 도시에 도착한 게 아니고 또 이동해야 했다. 수하물을 찾는 곳에서 열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어서 내 캐리어가 눈앞에 듬직하게 등장해주길 기다려야 했다. 왜 이 순간은 매번 초조하고 애가 타는 걸까. 밀당에서 애초에 진 사람이 된 입장으로 연애를 하는 것 같아 영 기분이 나쁘다.


결국 내 손에 들어온 캐리어를 끌고 버스 탑승구로 전력 질주 기분으로 쾌속 도보를 가했다. 기분 탓이겠지만 천사처럼 보이는 기사분이 너그러운 미소와 부드러운 머릿결을 휘날리며 승객들의 짐을 트렁크에 실어주고 계셨다. 예매한 티켓을 기사님께 보여주고 버스에 올랐다. 널찍한 버스 의자에 등을 댄 지 5분 만에 잠이 들었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아, 창밖이 너무 아름다워! 그림이잖아. 이건 꿈에나 볼 수 있던 풍경이잖아. 이거 인스타그램에 올려야 되는데...'


온몸이 나른하고 잠에 취해 있었지만 창밖을 바라보면 그저 행복했다. 결국 비몽사몽 상태로 냉동 에어컨 바람에 시달려서 잔뜩 웅크린 채로 최종 목적지인 포틀랜드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어서 캐리어를 낚아채 혜정이를 만나고 싶었다. 내가 너무 마시고 싶었던 미국 공기, 이제 공항도 터미널도 아닌 탁 트인 공간에서 마음껏 들이마실 수 있었다.


'그래 이게 여행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