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의 집

2 친구의 라이프 스타일

by 정글안

포틀랜드에서 첫 아침을 맞았다. 친구와 가족들은 곤히 잠들어 있던 이른 아침. 혼자 천천히 집 안에 식물을 둘러볼 생각이었다. 친구는 어떤 식물을 키우고 있을까 궁금했다. 햇살이 내리쬐는 주방 창가에 작은 식물이 하나 있었다. 손바닥만 한 작은 다육이. 햇살이 어찌나 좋은지 붉게 물이 들었다. 또 어디에 식물이 있을까, 하고 실내 이리저리 둘러보니 2층짜리 넓은 집 안에 살아 있는 식물이라고는 창가에 분갈이도 안된 다육이 하나와 또 다른 창가에 자리한 소형 화분 서너 개 정도가 전부였다(출국 전날 2층 창가에서 오래 묵은 소형 선인장 2개를 더 발견했다).


이 넓은 집에 왜 식물이 이것밖에 없을까 생각하던 찰나에 친구는 식물을 키우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도 제대로 못 챙겨 먹고 출근해서 저녁 식사 시간에 퇴근을 하니 식물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을 거다. 지금 친구 집에 있는 식물이 죽지 않은 게 어딘가 싶었다.


당시 내 입 밖으로 나온 말은 달랐다. 식물이 왜 이것밖에 없냐고 물으니 매사에 큰소리 뻥뻥 치는 씩씩한 혜정이의 목소리는 어디 가고, 이리저리 헤매는 동공을 장착한 소심한 몸짓으로 돌아오는 말은 이랬다.


'식물은 죽잖아.'



친구의 식물 사정을 들어보니 다이닝룸 금전수는 시어머니가 이사 축하 선물로 주셨다고 했다. 나는 출국 전날 친히 분갈이를 해주었다. 출국 전날 2층 창가에서 발견한 선인장 화분 두 개는 회오리처럼 수형이 휘어져 있었는데 이 식물들 또한 죽지 않은 게 어딘가 싶었다. 오래오래 살기를!


친구 집에 식물이 없는 진짜 이유


친구는 정원이 있다. 그것도 집 앞과 뒤에 하나씩, 총 두 개다. 그래, 나 같아도 집 안에 식물 안 키운다. 좋겠다.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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