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자연예술랜드 관람기(1)
어제 오전에 통영으로 출발해서 오늘 거제도를 찍고 바로 서울로 올라왔다. 이틀에 걸쳐 왕복 10시간이 넘는 운전을 감내할 만큼 너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느끼고 보고 와서 벅차기도 하고아쉬움과 여운도 많이 남는다. 내일이면 감흥이 또 달라질 것 같아 짧게라도 쓰고 누울까 한다.
거제 자연예술랜드에 계시는 이성보 선생님을 만나 뵙고 왔다. (여기서 누움) 입구에는 오래되고 낡은 건물이 옆에 세월의 무관심 속에서도 우두커니 서 있었다.
입구를 들어서 입장료를 내고 선생님께서 바로 안내를 시작하셨다. 비가 오는 축축한 오전이어서인지 관람인은 부모님과 나뿐이었다. 12년이 된 목부작 액자 앞에서 출발했다. 출발선부터 12년이 된 목부작이라니 시작부터 설렘과 무게감이 동시에 느껴졌다.
애석가의 삶을 시작으로 여기까지 오게 되셨다는 선생님의 인생 이야기에는 희로애락 중 그 어느 하나 빠지는 게 없었다. 앞으로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마주하는 석부작과 돌들이 수십 년의 세월을 묵묵히 그 자리에서 수많은 얼굴들을 마주했으리라 생각하니 연배가 느껴졌다.
사실 선생님의 석부작은 한 작품만 최소 5분 이상 꼼꼼히 들여다보고 싶었지만 1시간 안에 정원 한 바퀴를 돌며 해설을 마쳐야 하는 선생님의 입장을 먼저 헤아리고 싶었다. 감상과 사진 촬영은 후에 혼자 여유롭게 해도 충분했다.
제1 전시실에 들어가기 앞서 만난 몇 개의 널따란 석부작에 벌써 눈에서 하트가 뿅뿅 나왔다. 산수의 절경이 작은 우주가 되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본격적인 전시 관람이 시작되기도 전에 나는 이미 꿈같은 세계로 발을 들이고 있었다. 어제의 감동이 오늘도 잊히지 않고 벅차고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