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식물원 인근에서 열린 식물 마켓에 참여해서 귀인을 만났다. 부처님 같은 미소를 띄고 내 식물 부스로 뚜벅뚜벅 걸어와 주신 서울 식물원 정원사 한 분과 인사를 하게 되었다. 대화를 나누다 대뜸 서울 식물원 투어를 요청드렸는데 흔쾌히 응해주셔서 친한 세밀화 작가님과 함께 셋이 서울 식물원에서 만나기로 했다. 식물 좋아하는 분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설렌다. 하루 종일 식물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까!
차에서 빵과 커피로 허겁저겁 빈속을 채우며 일요일 오전 식물원에 도착했다. 온 김에 유튜브에 올릴 영상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삼각대와 셀카봉까지 챙겨갔지만 온실은 삼각대 이용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식물이 심긴 땅을 훼손할 수 있어서다. 내 생각이 짧았다.
'아 그리고 저는 온실 담당이 아니어서 제가 온실 관리하는 분을 초빙했어요.'
'네에? 세상에 너무 감사한걸요!'
함께 간 작가님과 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시작부터 너무 귀인 대접을 받는 것 같아 황송했다.
온실 입구에서 투어를 맡아 주실 정원사분을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 서울 식물원이 처음이라 엄청 설렜다. 입구부터 사람들로 붐볐는데 오후가 되면 줄을 서서 이동할 정도라고 하셨다.
‘와, 이 정도면 서울 핫플인데요!’
온실은 다른 나라 도시와 식물을 테마로 엮은 열대관과 지중해관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매일 드나드는 직장일 텐데도 정원사분은 영혼을 담긴 밝은 표정으로 식물 이야기를 해주셨다. 간단히 특징만 짚어보면서 안내를 해주신다고 하셨지만 결국 1시간 가량이 걸렸다. 다음에 오게 되면 또 연락 달라는 말씀에 또 한 번 감동 폭탄을 맞았다.
열대관의 식물들은 볼거리가 넘쳐났다. 큰 나무들은 웅장한 매력이 있었고 무릎 아래 식물들은 귀엽고 벽을 타고 올라가는 덩굴들은 이국적이었다. 입구 쪽에서 본 몬스테라 덩굴은 식물원을 개장한 2019년도부터 있었다고 하는데 암벽을 타고 올라가는 모습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그늘진 쪽에 있는 몬스테라들의 잎은 찢기지 않았는데 빛을 많이 받는 쪽의 잎들은 잎도 큼직하고 건강하게 찢어져 있었다. 같은 식물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내 작업실에 잎이 다 막혀 있는 몬스테라 생각이 났다.
정원사님께 들은 이야기 중에 특히 재밌는 주제의 이야기들이 있었다.
잎 안에 뿌리를 내리는 식물
재밌는 착생 식물이 하나 있었다. '디스키티아 비달리아'. 행잉 식물이 유행하던 시절에 나도 '디시디아'라 불리는 식물을 대롱대롱 매달아 두고 키운 적이 있다. 식물원에 있던 비달리아는 잎 중에 복주머니 같은 게 달려 있었다. 착생 식물들은 덩굴 형태로 어딘가를 타고 오르는 특징이 있기도 한데 빛이 부족해서 위로 올라가려는 성질이 있다고 한다.
게다가 착생을 해서 살아가다 보면 뿌리가 있는 쪽이 땅만큼 보수력이 없는 상태이나 보니 식물이 스스로 잎을 말아서 이 안에 물을 저장한다고 한다. 그리고 근처 마디에서 이 복주머니 잎 쪽으로 뿌리를 내린다니 정말 신통방통한 식물이다.
몬스테라 열매를 먹는다고요? Nah!!!!
몬스테라의 열매는 꽃이 지면서 열매가 된다. 다른 나라에서는 숙성해서 먹기도 한다는데 몬스테라는 천남성과여서 독성이 있는 게 많아서 함부로 열매를 먹으면 안 된다고 한다.
연못 물고기의 주인은 누구일까?
온실 안에는 연못이 있다. 여기 물고기들이 사는데 식물원에서는 초반에 방생한 적이 없는데 관람객들이 몰래 넣어두고 가는 바람에 지금은 생태계를 조성해 주었다고 한다.
걸어다니는 나무, 워킹 팜
오랜 시간 뿌리를 뻗어가면서 이동을 하는 긴 시간의 텀으로 보면 걸어다닌다.
자기가 원하는 곳으로 약간씩 이동하며 20m까지 이동이 가능하다고 한다. 다음에 식물원을 방문하면 얼마나 전진했는지 확인해 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새는 빨간색 꽃을 좋아하고 꿀벌은 노란색 꽃을 좋아한다?
수분 매개로 새를 활용하는 식물의 꽃 색깔은 빨간색이고 곤충을 유인하는 식물의 꽃은 노란색이 많다고 한다. 새의 눈에는 빨간색이 잘 보이고 꿀벌이나 곤충의 눈에는 노란색이 잘 보여서 식물도 그렇게 진화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동백꽃과 동박새의 관계가 그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