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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글안 Dec 10. 2023

서울에 이런 공원이 있었다니

SNS는 믿지 말라니까

올해 11월 초 서울 식물원에 처음 가봤다. 직접 가보고서야 그 규모를  실감했는데 온실이 전부일 거라고 생각해 온 나의 선입견은 와장창 무너졌다. SNS 인증샷으로 눈팅만 해본 서울 식물원은 온실 사진이 많아서 큰 기대는 없었는데 축구장 70개 정도의 규모라는 걸 직접 눈으로 보고서야 알았다. 


처음 식물원에 간 날 외부에 있는 주제 정원과 데크와 가로수길로 쭉 뻗은 넓은 호수원까지 다 둘러봤다. 주제 정원보다 호수원에 더 마음이 갔다. 도시와 어우러지는 풍경이면서도 시야가 트여서 편안하게 걷기 좋아서였다. 



개인적으로 알게 된 서울 식물원 정원사분과 함께 종일 투어를 했는데 오전 10시에 만나 오후 5시가 다 되어 헤어졌다. 1시간 정도의 온실 투어를 마칠 때부터 이미 식물원에 반해버렸는데 커피 타임을 가진 후 야외 정원으로 나가자마자 또 감탄이 시작되었다. 


'아니 식물원에 야외 호수원까지 있는 줄 몰랐어요. SNS로만 확인해 본 게 너무 후회스럽네요.'                                             


호수원 현장 일을 맡고 계셔서 정원사로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생생히 들을 수 있어 흥미로웠다. 매일 서울 식물원에 애정을 갖고 누비는 사람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내 식물도 정원도 아닌데도 식물원에 사는 식물 하나하나가 새롭게 보였다.    



11월 중순에 다시 찾은 서울 식물원은  체감 온도가 영하로 내려간 주말이어서인지 고요했다. 새들마저 움직임이 주춤했다. 인적이 드문 공원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최고의 산책을 즐겼다. 빌딩 숲을 은근히 가려주는 가로수길을 마주하고 있으니 눈도 마음도 차분해졌다.  



11월 말에 다시 찾은 식물원의 호수원은 겨울 정원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따뜻한 색감으로 물든 식물을 볼 수 있어 겨울의 식물원은 운치가 있었다. 추위가 힘들면 온실로 들어가 식물을 즐길 수 있으니 도시에서 늘 녹색 갈증을 느끼는 나에게 최고의 놀이터이자 공유 정원이었다.  




호수 안에 살고 있는 식물을 내려다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몽환적인 영화의 한 장면에 멈춰 있는 듯했다. 호수를 다리로 건너는 것도 도시에서 자주 해볼 수 있는 경험은 아니라 식물원의 호수원은 몸의 감각을 잔잔히 깨워줬다.  



정원사님의 소식통에 따르면 10만 개가 넘는 구근을 심고 계신다고 했다. 내년 봄에 서울 식물원의 튤립을 보게 되면 열명 남짓의 정원사분들의 수고가 떠올라 튤립 얼굴이 더욱 반가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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