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이 힘들 때

늘 준비된 자, 기회를 잡아라!

by 정글안

오늘은 내가 식물 작가로 입점해 있는 카페에 들렀다. 이 카페는 방송국 건물에 위치한 대형 라운지 카페라고 할 수 있는데 매달 전시를 한다. 갤러리 카페라고도 할 수 있다. 평소대로 물을 주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번 달은 무슨 전시를 하는 걸까 궁금했다. 그런데 썰렁했다. 평소 작품을 걸어두던 흰 벽이 정말 흰 벽이었다. 날짜를 보니 10월 초가 한참 지났다. 궁금해서 전시 담당이신 실장님께 메시지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실장님. 이번 달은 B카페에 전시가 없나요? 궁금해서 여쭤봅니다. '

'네 안녕하세요. 원래 하기로 한 팀이 펑크를 내서요.'

'아, 그렇군요. 혹시 공백 기간 있으면 제가 식물 전시해도 될까요?

'네'


3-4 주 정도 전시를 진행하기로 했다. 철수 날짜는 11월 초로 알려주셔서 10월 말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최근에 한 전시 공모전에서 떨어져서 아쉬운 마음도 달랠 겸 내가 진짜 해보고 싶었던 전시를 할 테다. 그동안 주워둔 나뭇가지와 죽은 식물들을 전시하려고 한다.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식물의 모습이라서. 푸릇푸릇하고 초록 기운 가득 머금은 식물도 좋지만 잎이 다 떨어지고 남은 식물의 모습은 또 다른 식물의 얼굴이다.


잎이 없는 식물은 자기만의 독특한 수형이 드러난다. 아름답다. 겨울 고속도를 달리다 보면 운 좋게 겨울 석양을 배경으로 한 앙상한 나무들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이 있다. 내 감성을 자극한다. 강인하면서도 쓸쓸한 그 모습을 보면 그 풍경과 어울리는 곡을 찾아 플레이리스트를 뒤적인다.


내가 아주 많이 좋아하는 거라면 분명 다른 사람도 좋아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물론 모두가 좋아할 필요는 없다. 나와 같은 취향을 가진 소수의 사람이면 충분하다. 남을 따라 하거나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보여주는 건 아무 의미 없는 전시다.

오늘은 10월 11일 일요일이다. 금요일에 전시 오픈이다. 목요일까지 모든 준비를 마쳐야 한다. 대형 나뭇가지 전시는 준비돼 있고 식물 사진도 걸어야 한다. 사진은 오늘 인화 신청이 들어가면 빨라야 화요일에 출고가 될 거다. 액자도 주문해야 한다. 작가 노트와 방문자를 위한 메모장도 배치해 두고 이벤트도 하고 싶다. 하나씩 해보자. 하지만 중요한 건 전시 작품이다.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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